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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김영하 작가님의 신작 산문집. 신작이라고 해봤자 작년이지만 어쨌든 신작일 때 산거니까. 내가 소설류를 즐겨보는 타입이라 그런지 에세이 작가나 수필 작가의 책보다 소설가의 에세이, 산문집에 더 마음이 끌린다.
아무래도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올 거라 생각해서인 것 같다.
이 책도 책소개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 생각했지만 읽어보고 나서야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의 제목처럼 작가가 봤던 것, 접했던 것들을 소재로 다루었다.
소설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 지옥.
나도 가끔은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사실은 지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은 본능으로만 이루어진 종족이 아니기 때문에 간혹 맞부딪히기가 힘들다. 사실, 나라끼리의 분쟁이나 타인과의 갈등, 정의감과 이타심 등도 자연의 눈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일본과의 문제에 있어서 나는 불같이 화를 내지만 그것은 오로지 나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일본을 증오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단지, 내 나라니까 내 나라의 역사니까. 어쩌면 사람들이 말하는 정의나 이타심, 조건 없는 사랑 등도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김영하 작가는 처음부터 작가가 될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점쟁이 청년의 말처럼 그의 운명, 혹은 숙명은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끌었고 그는 그것을 자신의 운명이라 받아들이고 결코 이탈하지 않았다. 그저 운명이 만들어 준 길을 걸어간 것이다. 나는 딱히 운명을 믿지도 않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바꿀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믿지만, 그래도 이런 운명을 타고난 작가가 조금 부럽기도 하다.
모든 이야기가 전부 내 마음에 찼던 것은 아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한 내용도 있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내용도 더러 있었다. 따지자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거니까 어쩔 수 없다고는 쳐도 마음속에서부터 그 생각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불쾌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소설로만 김영하를 접하다가 이렇게 산문집으로 만나게 되니 무척 반가웠다. 작가의 머릿속도 살짝이나마 뜯어 볼 수 있었고. 앞으로 읽다, 말하다 라는 산문집 두 개를 차례로 펴낸다는데 그것도 기대된다. 특히, 책에 대해서 풀어낼 읽다 라는 산문집이.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샤워를 하지 않아도 노래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무대의 조건’을 자기에 맞게 바꾼다. 앤디 워홀이 그랬고, 백남준이 그랬다. 그들은 자기가 가장 잘 하는 것, 그러나 아직 예술계가 용인하지 않던 것을 그대로 판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러고선 그게 ‘현대적’인 것이라 우겼고, 그렇게 오래 우기자 하나둘 믿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멀쩡한 동료들이 워낙에 말이 안 되는 것들을 믿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안 믿던 불신자들도 그쪽으로 확 쏠렸고, 나중에는 샤워부스가 없으면 이상해 보이기 시작했고... 뭐, 그런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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