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떠나보낸 후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양경미 옮김 / 이가서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한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온 모든 것을 함께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람과 함께 걷던 거리, 봤던 영화, 그 사람의 버릇,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추억들.
아마 사람들은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그를 떠나보내는 것이 슬프다기 보다는 더 이상 그와 추억을 쌓을 수 없다는 것이 슬픈 게 아닐까. 추억은 언젠가 빛이 바래기 마련이고 슬펐던 감정들조차 미미한 아픔으로 남는다.

그러나 만약 이 세상을 살다간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 추억조차 건질 것이 없다면 어떨까.

이 책은 한 남자의 여행기다.
서장부터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시작해서 이야기가 계속 되는 내내 남자는 여행을 한다.

주인공인 세키네 씨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전부인과 이혼을 하고 자신의 아이, 아스카를 빼앗긴 경험이 있다. 그리고 재혼을 하고 그 사이에서 아들을 하나 얻는다. 그러나 그 아들마저 돌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두 사람은 유키야가 아플 때 아무것도 모르고 잠을 잔 자신들을 탓하며 또는 서로를 탓하며 계속 유키야와의 얼마 안되는 추억들을 되새김질 한다.

서로 함께 있으면 그 날의 일이 떠오르는 탓에 요코는 집에, 세키네는 전국을 여행하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유키야를 기억하려 한다.
한 편, 아스카의 엄마이자 세키네의 전 부인인 미에코는 10년이 지나는 사이에 암에 걸리게 되었고 세키네는 그 사실을 알고 미에코를 만나려고 한다. 그러나 미에코의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아스카가 오게 되고 두 사람은 10년만에 재회를 한다. 그리고 암투병 중인 엄마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있는 아스카는 혼자 여행을 가려는 세키네를 졸라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읽으면서 아스카에게 가슴 싸한 안쓰러움을 느꼈다. 만약 아스카가 성인이었더라면 그 성격이 참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스카는 15~16세의 반성인이고 아직 어린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차갑고 무관심한 것은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아스카로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아빠인 세키네는 이미 다른 여자의 남편이고 한 아이의 아버지였다. 엄마가 죽는다고 해도 아빠가 자신을 데려갈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빠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서는 법을 배워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아빠라고 부르면서 눈물을 펑펑 쏟을만한데 뭐가 그리 고집이 센지... 마지막까지 아빠라고 하지 않는 것에서 오히려 내 마음이 더 먹먹해졌다.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너무 안쓰러웠다.

소설은 잔잔하게,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품고 써내려 간다. 여행길에 만나는 사람들은 전부 누군가를 따나보낸 사람들, 그럼에도 극복하며 잘 살고 있는 사람들.
어쩌면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끔씩은 떠나간 사람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하게 달아오를 때도 있을 것이다. 색이 바래기는 해도 완전히 잊혀지지 않는 추억을 안고서.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읽는 내내 사람들의 아련함에 눈물도 엄청 쏟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마음을 치유해주는 듯한 느낌을 가진 소설이었다.

"고마워."
한 번 더 말하고 미에코의 무릎 위에
가만히 머리를 올려놓았다.
아주 오래 전, 나는 이렇게 미에코의
뱃속에 있는 아스카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었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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