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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미 - 누군가를 만날 줄 몰랐던 여름, 베를린
이동미 지음 / 모비딕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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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채워지는 것보다 소진되는 것이 더 많은 삶을 살고 있다면, <동미>를 읽고나면 마음 속에 채워지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나는 <동미>를 읽고, 사랑했던 사람이 생각났고, 앞으로 펼쳐질 사랑에 대한 기대가 들었다. 그래서 당신도 읽어보길 추천한다. 채워지는 것이 적은 요즘, 이 책에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


"2014, 3년 만에 다시 베를린을 찾았을 때, 예전 같지 않은 친구들과 환경 속에서 나는 조금 외로웠다. 아무것도 모르고 추위 속에서 이를 악물고 견뎌야 했던 이전의 외로움과는 다른 쓸쓸함이 밀려왔다. 우리는 더 이상 테크노 클럽에 가지 않았고, 미친 듯이 술을 퍼 마시지도 않았으며, 암호를 받아 입장하는 비밀 파티에도 가지 않았다. 대신 놀이터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한쪽 벤치에 앉아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쳐다보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만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고, 아무런 변화도 발전도 없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결혼하지 않은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멀어지고 추억은 뒷방에 쌓이는 게 쓸쓸했다." (p. 6 『동미』 Prologue)


나도 대체로 지금처럼 자유로운 삶에 만족하고 있지만, 작가처럼 쓸쓸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여행을 떠나거나, 책을 많이 읽거나, 운동을 많이 하거나, 술을 많이 마셔서 쓸쓸함을 달랜다. 일상은 물론 바쁘기 때문에 쓸쓸함이 들어올 공간이 적다. 쓸쓸함이 느껴질 때는 오히려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작가는 오랫동안 잡지 에디터-매거진 편집장 등을 거쳐 프리랜서 에디터 / 여행작가로 살았다. 그러다가 20년 지기 친구와 함께 경리단길에 '식스먼스오픈'이라는 바를 차렸다. 일 년에 6개월, 그 중에서도 날씨 좋은 계절(5~10)에만 문을 열고, 나머지 계절에는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 그런데 웬걸 바를 열고 1년도 안 돼서 함께하던 친구가 결혼을 했다. 바에 놀러오던 긴 머리 남자와 연애하다가 6개월 만에 결혼을 했고, 그 둘은 베를린에서 1년만 살고 오겠다며 한국을 떠났다고 한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베를린엔 가본 적도 없는 그녀가 가서 살고, 베를린 책까지 내며 뻔질나게 오가던 나는 서울에 남는, 그런 것. 0.1초쯤 억울해하다가 단짝 친구가 살고 있는 베를린은 또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각별해졌다. 정아를 만나러 베를린을 다녀온 뒤로는 더더욱. 내가 지금껏 사랑했던 방식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베를린을 사랑하게 되었다." (p. 7 『동미』 Prologue)


나는 해외여행이라곤 다녀본 적이 거의 없다. 19세 때 생각을 잘못해서(한국도 잘 모르는데, 외국엘 먼저 나다니는 건 별로), 2007년에 처음 생긴 네일로(7~10일 무제한으로 기차여행 가능한 상품)를 타고 한국을 뻔질나게 돌아다녔다. 무려 15일간 친구와 함께 배낭만 메고 한국을 누볐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지만 그 이후로 해외 여행을 과감히 떠나겠다는 결심이 잘 서지 않았다. 작년에 베트남엘 10일 다녀왔는데, 그 이후로는 틈만 나면 외국에 가보려고 했지만 이놈의 코로나가...


그래서 올해 봄-가을에는 서핑하러 강릉에 많이 다녀왔다. 6월에는 매주 갔는데, 강릉 바다를 생각하면 쓸쓸하지가 않다. 물론, 괴로움이 많을 때 생각나는 강릉 바다는 나를 쓸쓸하게 하기도 한다. 지난 사랑을 떠올릴 때 느껴지는 감정처럼.

작가는 베를린에 가서 사랑을 시작한다. 그래서 이 책도 원래는 여행기로 쓰려고 했으나, 사랑 이야기가 된 것.


"뒤늦게 만난 중년의 연애 이야기가 뭐 대단한 게 있을까마는, 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싱글로 살던 한 여자의 또 다른 삶의 과정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한 남자가 아니라 한 사람과 깊이 교감하며 연애와 삶에서 새로 알게 된 것과 느낀 것들, 즐거운 한때를 기록한 이야기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뒤늦게 만난 중년의 연애 이야기가 뭐 대단한 게 있을까마는, 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싱글로 살던 한 여자의 또 다른 삶의 과정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한 남자가 아니라 한 사람과 깊이 교감하며 연애와 삶에서 새로 알게 된 것과 느낀 것들, 즐거운 한때를 기록한 이야기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p. 9 『동미』 Prologue)


작가가 사랑하는 남자 '스벤'은 작가와는 참 많이 다르다. 차이점이 많은 둘이서 사랑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참 흥미롭다. 작가는 고기파 스벤은 베지테리언, 작가는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지만 스벤은 잘 운다. 작가는 오랫동안 싱글로 살았지만 스벤은 아이가 둘 있다.


나도 가끔 채식을 하고, 아이는 가질 계획이 없으니까 스벤이 잘 운다는 점이 참 나와 다른 점이라고 생각했다. 감정표현에 있어서 나는 작가와 거의 비슷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우는 모습을 보는 것도 힘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 스벤은 감정 표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난 우는 게 창피하지 않아. 그래서 눈물도 금방 나. 혼자 있을 땐 오히려 안 울지만, 내가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 앞에선 금방 울 수 있어. 동양에서는 남자가 우는 일이 흔하지 않고 터부시된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남자건 여자건 감정을 내보이고 우는 건 절대 창피한 일이 아니야. 오히려 그걸 참고 숨기는 게 문제지. 참고 참았다가 나중에 화병이 되거나 폭력적으로 되는 게 더 나쁜 거야. 참으면 더 큰 병이 돼. 나도 한동안 불안 장애를 앓았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숨기지 않고 얘기해. 그건 절대 창피한 일이 아니니까." (p. 56-57 『동미』 「PART 2 이 남자, 스벤」 #4 그가 처음 울던 날)


이 대목에서 그가 불안 장애를 앓았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내게도 불안함이 많은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다. 자주 불안한 상대에게서 나는 멀리 떠나버렸지만,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불쑥불쑥 삐져나온다. 자꾸 사랑을 확인하려는 스벤에게 작가는 "아니 도대체 왜 자꾸 그런 걱정을 하는 거야? 널 좋아한다고 매일같이 말하는데, 네 옆에 있겠다고 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해?"라며 반복되는 질문에 귀찮고 성가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런 되물음이 그에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된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불안해서 그래. 불안하니까 너한테 계속 확인받으려는 거야. 네가 날 좋아한다는 걸, 나랑 계속 같이 있고 싶다는 걸 자꾸 말로 들어야 안심이 돼. 왜 불안해하냐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야. 나의 불안이 그냥 감기처럼 찾아오는 거야." (p. 76-77 『동미』 「PART 2 이 남자, 스벤」 #9 불안이 감기처럼 찾아온 것뿐이야)


사랑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 뒷 얘기가 궁금해지지 않을 정도로, 사랑은 모든 사람마다 경우가 다르고, 가장 가까이에서 평생을 고민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동미』를 통해 읽은 동미와 스벤의 구체적인 사랑에서 나는 내 사랑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스테디셀러 『사랑의 기술』에서 에리히 프롬은 "지속가능한 사랑에 대한 답은 인격의 성장에 있다."고 썼다. 20대 초반에 에리히 프롬의 책을 읽고, 내 사랑을 가꿔나가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 30대 초반에 읽은 『동미』에선 동미와 스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감정표현, 불안에 대한 둘의 이야기에선 내가 앞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필요한 것이 조금은 갖춰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려 인격이 성장했다고 느끼기까지 했다.


재밌는 사실은, 내가 10년에 걸쳐 읽은 두 권의 책이 지금 예스24 연애/사랑 에세이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이다. 『동미』가 출간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단숨에 2위에 오른 걸 보면 이 책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 꽤 많다는 생각에 안정감, 동질감이 느껴졌다.


"동미는 자유롭다. 그의 인생엔 걸림돌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 연애, 결혼, , 그 어떤 삶의 루틴 앞에서도 동미는 기죽지 않고 살았다." (『동미』 책 날개에 새겨진 작가 소개)


이런 작가의 사랑 이야기가 어떤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또한 동미처럼 기죽지 않고 살고 싶은 사람에게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베를린에 처음 간 건 13년 전이다. 어두운 기차역에서 하얗게 빛나던 내 슬리퍼가 생각난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가죽 부츠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가고 싶었지만, 금이 간 발가락에 붕대를 감은 상태였다.

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싱글로 살던 한 여자의 또 다른 삶의 과정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한 남자가 아니라 한 사람과 깊이 교감하며 연애와 삶에서 새로 알게 된 것과 느낀 것들, 즐거운 한때를 기록한 이야기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야. 나의 불안이 그냥 감기처럼 찾아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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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미 - 누군가를 만날 줄 몰랐던 여름, 베를린
이동미 지음 / 모비딕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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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감기처럼 찾아오는거야˝ 내가 사랑하던 사람도 불안이 많았다. 감기처럼 찾아오는 불안이라니, 불안이 이렇게 찾아오는 줄 알았더라면 나도 ‘동미‘처럼 당신의 아픔을 끌어안으며 함께 앞으로 나아갔을텐데. 조금 늦었지만, <동미>를 읽으며 당신의 불안을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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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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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Boy, The Mole, The Fox and The Horse



내 마음을 울리고, 내게 큰 영감을 준 그래픽노블이 몇 권 있다. 프랑수아 플라스의 <마지막 거인>,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 아트 슈피겔만의 <쥐> 등.


배송을 뜯자마자 선 채로 다 읽어버린 이 책도 내게 그랬다. 이 책은 내 삶에 용기를 가지게 해 주었다. 나는 늘 내 삶에 용기가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도, 용기를 가지게 해 주었다. 마음에 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나의 무수한 틈들을.



이 책은 아주 특별한 네 친구,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 주고받는 우정과 사랑, 희망의 대화로 이루어졌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영국의 주간지 「스펙테이터」에서 그림을 그리며,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의 표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찰리 맥커시가 그리고 쓴 그래픽노블.


[장면 1]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소년이 물었어요.


"'도와줘'라는 말." 말이 대답했습니다.




[장면 2]

"살면서 얻은 가장 멋진 깨달음은 뭐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도와줘'라는 말을 살면서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것 같다. 왜 그렇게 살아왔을까? 그리고 왜 이 책에서 '도와줘'라는 말이 '가장 용감했던 말'이라는 대답에 가슴이 먹먹해질까?


책의 탄생과정도 흥미롭다. 저자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었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를 글과 그림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려둔 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곳곳에서 이메일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림을 사용하고 싶다는 문의들. 연락 온 곳은 중증장애를 치료하는 병원, 청소년학교, 군대 내 외상후스트레스 치료센터 등이었다. 그 후 그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의 대기록!

-발간 즉시 영국아마존 종합 1위

-미국아마존 종합 5위

-반즈앤노블, 워터스톤즈 2019년 올해의책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월스트리트저널 베스트셀러


이 책을 읽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찰리 매커시가 창조한 세계는 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세계다."



이 책을 당신도 읽고, 벅찬 세계로 떠나보길 바란다. 우리의 마음을 아주 잘 들여다보게 해 줄 것만 같다.



-찰리 맥커시 글·그림. 이진경 옮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2020. 상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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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공간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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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라는 부제를 단 유현준 교수의 신작 『공간이 만든 공간』을 읽었다. 수 세기 동안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탄생했고, 이를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융합시켜 변종과 혁신을 만들어 냈다. 유현준 교수는 이 책에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인문 건축가가 건축을 전혀 모르는 내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네 전체가 마을로 불려지던 곳.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푸르렀지만, 탄광촌이라 산 한 면에는 버려진 석탄이 가득 쌓여 있었고, 그 덕에 읍내를 가로지르는 또랑가에도 검은 물이 흐르던 곳. 내가 대학에 가기 전까지 살던 곳이다. 너무나 익숙했던 이 곳을 공간이라 생각한 건 그 곳을 떠난 후 부터였다. 마치 사랑이 끝나고 그게 사랑이었다고 알게 된 것일까. 무엇이 있던 곳. 나를 둘러쌌던 무언가가 내 과거 공간에 대한 인식의 전부였다.


도시에 살면서 공간에 대한 개념이 넓어졌다. 지하철도 있었고, 출퇴근 시간에 6차선을 가득 메운 자동차들, 한 번도 본 적 없던 30층이 넘는 건물들이 서울 하늘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내가 살고 싶은 곳에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데에는 유현준 교수의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가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의 신작 『공간이 만든 공간』이 기대되는 건 내게 참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부제가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였기 때문에 2016년 『생각의 미래』를 번역한 내겐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총 408페이지. 모두 받아들일 생각은 접었다. 이 책을 읽고,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만 발견해도 만족스럽겠단 생각을 하며 책을 폈다.


잘 모르는 분야의 텍스트를 읽을 때, 이 텍스트를 쓴 이유와 목적을 말해주면 좋다. 설명이 없다면 유추해 볼 수도 있지만, 건축처럼 잘 모르는 분야는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게 내게 더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발생하고, 서로 다른 생각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융합되고 어떻게 생각의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는지 추리해 보는 책이다. 이 추리의 과정에서 건축의 빈 공간의 특징은 중요한 물질적 단서와 증거가 된다.' 


유현준 교수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기원전부터 미래까지 아우른다. 혼자 생각해보기 어려운 광범위한 공간에 대해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9가지 질문을 마주쳤다. 


1. 왜 건축물의 빈 공간을 보아야 하는가?

2. 왜 메소포타미아에서 최초의 문명이 발생했는가?

3. 첫 도시가 만들어지는 데 왜 6000년이나 걸렸을까?

4. 동양은 왜 풍수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5. 도자기는 어떻게 서양의 문화를 바꾸었는가?

6. 공간의 융합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7. 학문간 융합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8. 코로나19는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꾸는가?

9.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책의 내용을 토대로 내 마음대로 재구성한 질문들이다. 이 중 두 개의 질문에 대해서만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조금 옮겨보겠다. 


1. 왜 건축물의 빈 공간을 보아야 하는가?

'건축은 어떻게 시간을 뛰어넘어, 시대가 다른 사람 간에도 소통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걸까? 건축 공간이 시간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빈 공간이 주는 시각적 3차원 정보는 다른 어느 예술이나 문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같이 건축물의 빈 공간은 건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사 전달 수단이요, 특징이다. 그래서 이 같은 빈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했느냐가 문화적 성격의 특징을 규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서양 문화권의 공간은 벽으로 구획된 기하학적인 모양의 빈 공간을 가지고 있는 반면, 동아시아 문화권의 공간은 기둥으로 만들어져서 빈 공간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각각의 문화는 독특한 빈 공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p. 25-26)

 

9.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새로운 생각은 시대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크게 두 가지 원리가 있다. 첫째는 제약이고, 둘째는 융합이다. 제약은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생각이 나오고, 서로 다른 생각이 융합되었을 때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둘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창조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변화와 새로움을 거부했던 문화는 발전을 멈췄다. 그리고 그런 문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다면 열린 마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불완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하는 순간 창조적 변화는 멈추게 된다.' (p. 396-397)


내게 새로운 생각이 필요할 때, 공간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언제든지 이 책을 펼쳐볼 것 같다. 지금 내게 중요한 공간은 내가 일하는 공간, 내가 사는 공간, 그리고 내가 달리는 공간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공간과 그 공간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아마 다른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공간이 어떻게 힘을 가지고,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고, 앞으로 공간은 어떻게 변할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서평의 제목이자, 이 텍스트를 끝까지 읽은 당신에게 중요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당신의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현준. 『공간이 만든 공간』. 2020. 을유문화사.


#공간이만든공간 #유현준 #건축 #문화 #책 #책추천 #생각 #새로운생각 #새로운생각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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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가 미디어다 - 스마트폰 시대의 사회변동과 메시지 전략
유승찬 지음 / 나무바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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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글쓰기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콘텐츠와도 다른 의미이다. 메시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만드는 어떤 언어다. 말이거나 글이거나 영상이거나 사진이다. 혹은 그 사람의 표정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영감이나 가치를 뒤흔들 어떤 것이다."(p.50)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 한 권이 출간되어 소개합니다.

현 시대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주요 사건들에 대한 메시지가 달라집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고, 읽히기도 전에 잊혀질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스토리닷 유승찬 대표는 현 시대를 '스마트폰 시대'라 규정합니다. 거창하고 실체를 찾기 어려운 4차산업혁명시대라는 규정보다 훨씬 쉽고 명확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스마트폰 시대에 사회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넘어서 '나는 어디에 존재'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까지 소개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오바마' '닷페이스' '생각많은 둘째언니' 등 세상을 바꾼 정치인부터 2030세대에게 가장 핫한 미디어, 우리의 마음을 울린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알게 됩니다.

이미 자신의 글로 제 마음을 몇 번이나 움직였던 저자의 책이기에 저는 15일이 넘게 이 책을 꼼꼼히 읽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열 번 타석에 들어서 세 번만 안타를 쳐도 대단한 타자로 인정받는 것처럼 저도 책을 읽을 때 30%만 받아들여도 만족하곤 했는데요. <메시지가 미디어다>는 30%를 넘어서 한 60%? 아니, 100% 받아들이고 싶은 책입니다.

그리고, 선거캠페인 기획자라면,
SNS를 소셜 미디어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SNS계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메시지를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냥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요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합니다.
(조직의 홍보 담당자라면 당신이 겪는 어려움 중에 꽤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메시지가미디어다 #유승찬 #스토리닷 #선거캠페인 #최고의책 #마음을움직이는메시지 #1프로의신호 #나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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