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이이치로의 사고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하얀 피부가 마치 귀족같고 학자처럼 지적인 눈매에 몸에서 풍기는 낭만적인 분위기, 스포츠맨처럼 야무진 입매에 점잖은 취향으로 통일된 옷차림까지 뭇 여성의 마음을 흔들 것 같은 외모의 카메라맨이 있다. 하지만 운동신경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지, 제 몸을 제가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 같다. 외모에 혹했던 여인들은 순간 관심이 싸해지는 것이, 딱히 원치는 않았지만 스스로 필터링을 한 차례 거쳐버린다. 사람 말은─정확히 말하면 한국어지만 일본어도 어순이 비슷하니까 뭐─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것처럼 이 사람도 정말 어떤 사람인지─어쨌든 일본인이니까요─끝까지 한 번 지켜보면 안 되겠습니까. 생각보다 머리는 잘 돌아가는지 다른 사람들은 뭔가 이상해도 뭐가 이상한지 잘 모르는 상황 속에서 눈을 허옇게 뜨고 상체를 휘청거리더니 단숨에 훅 하고 그 사태를 설명해주는데 말이죠. 그래서 나는 이 사람 끝까지 팬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사실 미스터리를 단편에 담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어느정도 미스터리 속에 트릭을 집어넣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단편에 맞는 트릭과 장편에 맞는 트릭이 따로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트릭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창작의 고통 끝에 태어난 산물이기에 단편에 쓰고 넘어가기에는 조금 아깝지 않을까. 나 같으면 무지 아까울 것 같다. 여기에 살을 덧붙여서 당연히 구구절절 이야기를 만들어야지! 단편집으로 만들려면 또 얼마나 고심해야 하느냐 이 말이다.

  아니 아까운 건 차치하더라도, 어느 정도 명쾌하게 독자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꽤나 복잡한 트릭의 경우 탐정이 등장해 쏼라쏼라 트릭 풀이를 시작하면 그것만 해도 도대체 원고지 몇 장 분량인가. 단편의 반을 트릭 설명만으로 끝낼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관건은 적당한 분량─단편 한 편 정도의 분량─으로 수수께끼를 해결하면서도 독자가 단숨에 간파하기는 어려울 정도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러면서도 사건에 앞서 이야기 속에 힌트와 암시를 툭툭 던져줄 수 있는가,가 아닐까.



  그래서 아와사카 쓰마오의 <아 아이이치로의 사고>는 그 적절함을 여덟 편의 단편으로 알차게 채워두고 있다는 결론이다. 거기에 좀 독특한 탐정을 등장시켜 시리즈의 매력도 어느 정도 가미했으니 이 정도면 꽤나 유쾌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하겠다.

 

 

 

 

  앞서 이야기했듯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에서는 작가가 단편 속에서 구사하는 트릭이 상당히 능숙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라, 속았다!하는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매력은 <아 아이이치로의 사고>에서도 여전한데, 트릭의 측면에서나 웃음 포인트라는 측면에서나 아 아이이치로라는 탐정의 챠밍 포인트가 발산되는 점에서나 이 <아 아이이치로의 사고>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트릭이 나를 놀래키기도 했지만 단편집 전반적으로 지켜봤을 때의 이야기다.

 

 

 

 

  트릭의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이렇게 해결하고 끝내버리기에는 상당히 사치스러운 트릭이 등장한다. 자고 일어났더니 창문 너머에 있던 집이 통째로 사라진다거나, 택시에서 방금 내렸던 손님이 시체가 되어 다시 택시에 타고 있다거나, 병원 옥상에서 넘어진 사람이 순식간에 칼에 찔린 채 발견되는 등 상당히 놀라운 상황을 조금만 손을 본다면 장편 미스터리의 메인 트릭으로도 쓸 수 있을 법하다(라고 말했지만 건물 증발 트릭 말고는 메인 트릭은 좀 과했나.).


  웃음의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빵빵 터진다. 특히 오지랖이 넘치다 못해 아무 상관 없는 사람에게도 참견을 해야하는 오오타케가 등장하는 단편 「비뚤어진 모자」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회문(回文)을 이용한 말장난을 삽입해둔 단편 속 아 아이이치로와 그의 파트너의 대화는 참으로 귀엽다. 오로지 일에만 몰두했다 은퇴 이후 허전함을 느끼던 경찰이 요리를 하게되는 사연도 참으로 매력적인 것이, 등장인물들의 자잘한 이야기에도 시선을 쫓게 된다. 게다가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속 조연이 주연으로 등장하면서 더해지는 재미도 있다.


  아 아이이치로의 매력은 아주 폭발을 하는데, 눈을 허옇게 뜨는 것 마저 애교가 철철 넘치는 것처럼 느껴지니, 나는 어느새 열 여섯 편의 단편을 읽는 동안 아 아이이치로의 매력에 훌쩍 빠져들고 만 것 같다. 운동신경은 꽝인 주제에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움직이는 다리를 가진 그는 아무도 못 보는 사이 번개같은 주먹을 날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늘 단정한 옷차림에 뚜렷한 이목구비의 미남자라면 비주얼적으로는 훌륭하다는 뜻이니 알맹이는 우째되었든 훈훈한 눈요기로 합격점을 주면 안 되려나. 곤충과 구름과 풀의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낭만을 즐기기까지 하니, 좋은 게 좋은 법.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에서부터 각 단편마다 공통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끄는 요소가 있다. 그 요소들의 정체는 시리즈가 갈수록 밝혀진다하는데 두 번째 책인 <사고>에서도 그 요소가 무엇인지 밝혀질 기미는 없다. 그 정체가 궁금해서라도 나는 이 탐정 시리즈의 끝을 봐야만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표지 속에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아기자기하게 담겨있다. 다나카 요시키의 해설은 이 작품의 매력을 한결 돋보이게 해 준 것 같다.





어깨에 뭔가가 닿았다. 옆에 있는 아의 상체가 기우뚱하게 기운 것이었다. 얼굴을 보니 눈을 허옇게 떴다._p.124, 「스즈코의 치장」


또 한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 이쪽은 체격은 호리호리하지만 키가 훤칠하고, 가는 줄무늬가 든 회색 양복에 넥타이를 단정하게 맸다. 바짓가랑이를 접어 올리고 물속에 서 있는 모습은 복장과 상당히 부조화를 이루었으나,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실 만큼 기품이 있었다._p.149, 「뜻밖의 유해」


"그래, 난 참견꾼이야. 이 모자는 어떻게 해서든 꼭 주인한테 돌려주고 말 테니 어디 두고 보라고. 말 나온 김에 내 한마디 하겠는데, 진열창은 가게의 얼굴이니 매일 아침 닦는 게 좋아."

"난 매일 아침 내 얼굴도 안 씻는 사람이네. 그런 소리를 지껄일 틈이 있으면 어디 한 번 실제로 해보시지?"

"좋아, 나도 참견꾼이다. 걸레하고 양동이 내놔."_p.213, 「비뚤어진 모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일본어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이를 뭐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한글의 가나다순처럼 혹은 알파벳의 abc순처럼 사전식으로 배열을 하면 제일 앞에 'あ[아]'자가 나올 것 같다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하는 처자가 한 명 있다. 그래서 이름을 보자마자 일단 한 번 웃고 본다. '아 아이이치로라고?!' 'ㅇ[이응]'의 향연 속에서 '아'라는 묘한 성을 지켜보면서 작가는 도대체 사람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나 싶었다. 그리고 우산을 뒤집어쓰고 비구름 밑에서 비를 쫄딱 맞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새겨진 표지에서 한 번 더 웃었다. 그것이 내가 이와사카 쓰마오의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의 첫 번째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를 본 소감이었다.



  어쨌든 그 묘한 표지에 반해 마음 속에 가만히 담아두고 있던 이 책을 서점을 돌아다니다 꽤나 착한 가격에 잽싸게 차지하나 싶더니 2년만에 다음 <아 아이이치로의 사고> 출간 소식을 접했다. 덕분에 '아 아이이치로'라는 묘한 이름의 묘한 탐정을 꽤 꼼꼼히 지켜볼 기회가 생긴 셈이다.

 

 

 

 

  마술사는 실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한 일로 실현해냄으로써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실제로 마술사는 마술의 트릭을 준비하며 시선처리마저 꼼꼼하게 준비하며 관객들을 속일 준비를 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스터리 속 기이한 일들은 마술을 닮았다. 마술 쇼의 관객들은 유쾌하게 속고 넘어가지만 탐정은 그 트릭을 조각내어 실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음을 끝까지 밝혀내는 것이 차이점이지만 말이다.


  이와사카 쓰마오의 트릭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쇼가 끝난 뒤 '어? 어떻게 한 거지?'하고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데 굉장히 능숙하다. 이것은 실제로 마술사로서도 꽤나 높은 명성을 얻었다는 그의 경력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내가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를 읽는 동안에 받았던 느낌이다.


  그것은 물리적인 트릭 뿐만 아니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의 심리적인 작용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작가의 역량 덕분이 아닐까 싶은데, 실제로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에는 인간의 심리 그 자체를 트릭으로 삼고 있는 단편도 등장한다. 또한 물리적인 트릭이 주를 이루지만 트릭이 이루어진 계기 혹은 아 아이이치로가 사건의 해결을 열쇠를 찾아내는 것 역시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기반하는 점이 꽤 많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아 아이이치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독자에게 '너의 마음을 잘 들여보렴'이라고 말을 건네는 듯 암시를 종종 뿌리는 것이다.

 

 

 

 

  일본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기발하다고는 하기 그렇지만 '단편집'의 범주에 넣는다거나 1978년이라는 작품의 발표 당시 시대를 생각하면 꽤나 기발한 발상으로 뭇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내용 자체가 올드한 것은 아니지만 퍼즐을 푸는 듯한 이야기는 지나치게 화려한 눈속임을 발휘하는  대신 소박한 맛이 있다. 특히 지적인 눈매에 야무진 입술, 낭만적인 분위기의 잘생긴 탐정 아 아이이치로의 엉뚱한 행동에 피식거리는 사이 사건을 해결하는 전조 '허옇게 뜬 눈'이 등장하면 트릭의 전말이 밝혀지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리라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앞서 '왜 탐정의 이름은 아 아이이치로인가'라는 나의 의문과 우스꽝스러운 표지의 비밀(?)을 밝혀본다. '아 아이이치로'라는 이름은 탐정 명단 같은 것을 작성했을 때 일본어 순으로든 알파벳 순으로든 가장 앞에 두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표지 속에는 여덟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모두 담겨 있는 귀여운 그림들이다. 표지 속 등장하는 시체마저 귀엽다 하려니 조금 오싹해지지만.








아는 늘 저희와 함께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밤중에 호텔을 몰래 빠져나가는 일도 없었을걸요. 저희와 같은 걸 보고, 같은 걸 들은 겁니다. 그런데도 아는 특별한 판단력으로 그 하나하나의 의미를 밝혀낸 모양이더군요._p.40, 「DL 2호기 사건」


왜지? 난 방금, 한 달 전에 왔던 사쿠코 부인하고 같은 행동을 했어. 그게 대체 무슨 뜻이지?_p.135, 「비뚤어진 방」


언젠가 아가 늘 말끔한 몸차림을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유를 묻자, 아는 되레 이상하다는 듯 이치니를 보며 대답했다. "지저분한 꼴로 촬영하면 자연에 대해 실례가 아닙니까."_p.251, 「발굴된 동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러의 시 민음 경장편 5
김사과 지음 / 민음사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김사과의 <테러의 시>는 그야말로 테러라 할 수 있을만큼 적나라하고 그 적나라함을 어느정도 비틀어 독자에게 충격과 분노를 끼얹는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할말을 잃었다.

  그러나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온 충격과 분노는 곧 갈 곳을 잃어버린다. 도대체 누구에게 화를 내야할까? 그렇게 살고 있는 제니와 리에게? 제니와 리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낯설지만 낯설다 생각할 수 없는, 그래서 이 테러는 나를 향한 것은 아니라고, 내가 뭘 어쩔 수 있겠나 시선을 슬그머니 돌려버리는 나에게?

 

 

 

  그러나 사실 '테러'는 무자비하게 가해진 폭력이니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름부터 떡하니 <테러의 시>라는데 뭐 어떡해.



  상당히 적은 분량이지만 김사과의 <테러의 시>는 테러를 위한 시어들을 옹골차게 꽉꽉 채워넣은 이야기다. 모래에 파묻힌 도시에서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던 ( )는 '제니'라는 이름을 갖추고 서울에서 조선족 매춘부로 바뀌어 살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영국인 불법체류자 '리'를 만난다. 나에게 낯선 이방인이 그들에게 낯선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서 그 곳에 사는 이방인들과 살아간다. 제니는 여전히 서울에 있다. 제니는 서울을 바라본다.


  하지만 제니가 속해있는 서울은 참으로 낯설고 무서운 세계다. 그것은 나에게도 그렇다. 그래서 나 역시 가가 소설 속에서 무자비하게 적의를 드러내며 들쑤시는 낯선 서울의 모습이 두려웠다. 머리로는 느지막이 인식하지만, 그렇기에 가끔 수면 위로 드러나곤 하는 진실에 경악하고 경멸하지만, 정작 마음으로는 눈을 감고 정면으로 마주보고 서지 않는 그 모습이 두려웠다.

 

 

 

 

  고위직 공무원들의 난교파티, 소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철저한 미국식에 물들어버린 가정, 불법 섹스 클럽에 드나들며 자신의 열등감을 창녀에게 쏟아붓는 남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주지 않는 법. 허울뿐인 기도와 동정에 이용되는 사람들. 교회. 고시원. 김밥천국. 자본주의. 그렇게 무너지고 부서지고 흩어져 내리는 모래성 같은 도시를 이방인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그리고 도시의 익숙함이 낯섦으로 바뀌는 그 순간, 김사과의 '테러'는 시작되고, 두려움과 분노가 쏟아진다.



  한편, 그런 세계를 묘사하는 언어는 회화적이다. 말 그대로 언어로 서울을 그린다. 결코 마주보고 싶지 않았던 세계가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그녀의 '테러'를 위한 훌륭한 수단이었다. 모래에 파묻힌 도시에서 이름없는 ( )가 제니가 되었을 때, 제니가 누군가의 제니가 되어 미국식 생활 속으로 들어갔을 때, 제니가 리를 만났을 때, 제니와 리가 고시원과 교회를 전전할 때,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로테스크한 묘사는 그 생생한 현실을 그림과 언어 속에 슬쩍 파묻어버린다. 나는 반문한다. 지금까지의 테러는 현실인가요? 아니면 상상인가요? 아니면, 휴머니즘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테러의 시>를 구성하는 시어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이들을 만나려 하기에는 이미 책 속에는 적나라하고 불편한 세계가 테러처럼 폭격을 퍼부을 것을 알기에 흠칫 망설여진다. 나는 이대로 끝내야할까, 아니면 한 발짝을 다시 내딛어봐야 할까.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나는 김사과가 언어라는 도구로 퍼부은 무자비한 테러에 분노한다는 것이다. 비록 혼자 분노한 다음 뭘 해야할 것인지는 또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지만. 30분 후에 죽는 거지가 그저 옆에 있어주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나는 그곳으로 선뜻 달려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비겁함 뒤에 숨어버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나는 <테러의 시>에서 훌쩍 튕겨 나온것일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세계의 이방인이 되어서 말이다.







그런 것들을 제니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므로 그래서 상상조차 할 수 없으므로 부러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쯤 따라 해 보고 싶다.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 기분을 느껴 보고 싶다. 이해해 보고 싶다. 부러워해 보고 싶다. 제니는 한 손을 창에 댄다. 창은 차갑고 단단하다. 문득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창은 굳게 잠겨 있다._p.64


제니가 미국식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남자와 아이들이 미국식 아침 인사를 나눈다. 탁자 위에는 미국산 버터와 미국산 오렌지 주스, 미국산 시리얼이 놓여 있다. 미국산 시리얼 옆에 놓인 미국식 샐러드에는 미국식 샐러드드레싱이 뿌려져 있다. 남자가 미국산 유리잔에 든 미국산 오렌지 주스를 마신다. 미국식 키친 테이블에는 미국산 에스프레소 머신이 놓여 있고 미국식 커피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산 토스터에서는 미국식 흰 빵이 미국식으로 구워지고 있다._p.75


도착한 부엌은 놀랍게도 휴머니즘으로 가득 차 있다. 천장도, 바닥도, 싱크대도, 프라이팬도, 프라이팬 속에서 썩어 가고 있는 스파게티 또한 휴머니즘으로 충만하다. 제니가 썩은 스파게티를 한입 가득 넣고 씹는다. 이것이 바로 휴머니즘이다. 휴머니즘의 맛. 휴머니즘 그 자체. 휴머니즙의 핵심. 그것은 몹시 역겹다.  쓰다. 썩은 냄새가 난다. 정말이지 구역질이 난다._p.1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혹자는 첫사랑이란 단지 약간의 어리석음과 많은 호기심이라했고, 혹자는 사랑은 전쟁과 같다 했다. 혹자는 사랑이란 두 사람이 마주보는 것이 아닌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 했고, 혹자는 사랑이란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마음의 사치라 했다. '사랑'이라는 추상명사에 대한 엄밀한 정의를 내릴 수 없기에 많은 이들이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노라니, 역시 가장 인류보편적이며 언제까지고 '사랑'받는 존재가 바로 '사랑'이 아닐까.


  단 5일, 5일동안 그야말로 불같은 사랑을 하고 떠난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었고 처음에는 오만과 편견에 휩싸여 서로를 견제하지만 끝내 사랑에 빠져버린 엘리자베스 버넷과 피츠윌리엄 다아시가 있었다. 컥,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 지금 당장 생각나는 커플이 이들밖에 없누나. 고전 속에 담겨 있는 로맨스를 기틀로 삼아 여전히 다양한 모습으로 드라마로, 영화로, 책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것이 바로 그 '사랑'인 것이다. 이성간의 사랑을 초월한 수많은 사랑을 간과하고 있노라 뭐라하지 마시라. '연애'란 자고로 부모님과 하는 것이 아니라 생판 남과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옆으로 샜다가 드디어 되돌아와서 아무튼 이응준의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사랑도 사랑이지만 일단 연애를 담고 있으니까.

 

 

 

  정치의 ㅈ자도 몰라 ㅈ의 한 획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공부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나이지만, 그래도 상식적으로 생각해보건데 정치의 기본 역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사랑으로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사랑으로 그들을 위해 달리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를 사랑이 아닌 권력으로 받아들여 제 잇속만 채우고 있는 주어없는 그분과 잿밥에 관심을 두고 가만히 지켜보며 그 이상을 알리지도 않고 은폐하려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내 연애의 모든 것'이 정치판에서 벌어진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그 곳에서도 사랑은 피어나더라. 줄리엣의 '캐풀릿'과 로미오의 '몬터규'라는 가문의 이름에 얽매여, 그리고 버넷 양과 다아시 씨처럼 서로의 오만함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진보노동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최연소 여성 당 대표인 오소영과 새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김수영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 하늘의 수많은 별들 중에서 단 하나의 별을 발견해 버린 그들은 자신의 별을 떠나 상대방 앞에 온전히 서 있을 수 있을까?

 

 

 

  그렇게 황량하기 짝이 없을 것 같았던 국회에서의 노총각 노처녀 국회의원 두 명의 연애에 포커스를 맞춘다. 하지만 소설은 그들이 만나는 순간순간을 다양한 시점에서 포착해 자꾸 '옆으로 샌다'. 작가는 한때는 잘나가는 뮤지션이었으나 마약 복용 등으로 인생의 내리막길을 걸어내려가고 있던 고독한 롹커 장도준과, 모든 것을 폭발시키는 혁명을 꿈꾸는(?) 꽃미남과, 김수영과 안동림 사범을 만나 이전의 과거를 벗어던진 전태양과, 삼국지를 사랑하는 소녀 오보리와, 김수영과 오소영의 수호천사 맹 보좌관과 정 보좌관과, 새한국당에서 오로지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만 온 힘을 쏟아붓는 국회의원 노대갑과, 그의 수하이자 아나운서 시켜주겠다는 사무실 인턴 이양을 끊임없이 성희롱하는 문봉식과, 자신이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노라 믿어 의심치 않는 오소영이 사는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와, 헉헉, 기타 등등의 등장인물들이 연애의 변두리에 맴돌며 각자의 생각의 날개를 활짝 펼친다. 그렇게 옆으로 샛길을 낸 이야기는  되돌아와서 아무튼 연애와 그 주변의 모든 것을 함께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연애는 심각한가? 아니, 유쾌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시작은 웃겼다. 하지만 기꺼이 지지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두 명의 국회의원의 연애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프다. 자기 앞에 놓인 벽을 돌아가지도 앞으로 나가 허물어버리지도 못하는 오소영과 그녀와는 달라서 사랑할 수 밖에 없었지만 달라서 부딪히는 김수영은 마음 아프다.

 

 

 

  상당히 낯선 '국회'라는 특이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이응준의 <내 연애의 모든 것>은 '국회'에 있는 '국회의원'의 연애라는 특이한 '내 연애'를 그려낸다. 하지만 그 곳은 바로 '국회'이기에 우리의 삶과 직결될 수 있는 그것을 예리하게 풍자하고 지적한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둘'로서 존재하던 풋사과와 붉게 익은 사과가 서로를 눈치채고 서로를 발견하고 서로가 되어 자신의 반을 내주고 그렇게 다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현재를 발견하고 울고 웃는다.



  우주의 어느 부분에서는 째깍 1초가 100년처럼 늘어지고 또 다른 곳에서는 100년이 째깍 1초처럼 지나가 버린다고 하지 않는가.(p.21) 멀리 보면 그저 한 점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으나 누군가에겐 우주 전체의 시작일 수 있는 곳에서 사회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장소에서 펼쳐지는 이분법의 논리를, 풋사과와 붉은 사과를, 거침없이 합쳐버리는 이 소설이 놀랍다. 여당과 야당, 왼쪽과 오른쪽, 푸른색과 붉은색, 그렇게 양쪽으로 갈라져 옆길로 샜지만 되돌아와서 아무튼.

 

 

 

  결국은 '사랑'이다. 그들의 연애의 모든 것은 사랑이다. 자기 앞에 가로놓인 벽을 허물어버리는 것도 사랑이다. 커다란 우주 속에서 그들은 한 명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그들 속에 우주가 있다. 그리고 그 우주를 지키고 키워나가는 것은 사랑이다. 운명같은 우연도 우연같은 운명도 사랑이다. 수많은 별들 중 두 개이지만 서로가 마주보고 있기에 그 곳이 우주이고 사랑이다. 세상이 끝나기 전 심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는 사랑이다. 인생이 직역이든 의역이든 본질은 사랑,이다.







김수영은 비록 그날 그 질문에 대답하진 않았지만 인생이란 적절한 의역이어야 하는데 괴상하게 직역돼 있는, 언젠가 묵었던 파푸아뉴기니의 한 5성급 호텔에서 본 한글이 부기된 메뉴판이 아닐까 싶었다._p.34


술이란 게 그렇다. 요물이다._p.163


손을 잡고 잡힌 채 얼음이 돼 버린 오소영과 김수영은 어느새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비상식적으로 진화된 인간의 손으로 서로를 쓰다듬으며 인간의 입술과 혀로 열렬히 키스를 나눈다. 인간은 어리석고 삶은 아름답다._p.171~172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을 그 상태 그대로, 자신과는 반대의 감성을 가진 사람을 그 감성 그대로 기뻐하는 것이다._p.206


너는 누구냐. 그게 중요해. 다른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_p.264


……맞아. 가슴이 아파야 살아 있는 거지._p.291


이런 심각한 농담이야말로 여지없이 인생이다. 내가 좀 전에 그랬잖아. 우연과 운명이 뭔지를 따지기 이전에 인간은 시간 속에서 우연과 운명을 행동한다고. 새 한 마리는 죽음을 뿌리치고 자신의 우주 속으로 날아오른다. 아, 이 논쟁을 거부하는 사랑은 먼 훗날에도 온전한 해석이 가능할 것인가._p.3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아한 제국
외르겐 브레케 지음, 손화수 옮김 / 뿔(웅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연달아 노르웨이 소설을 읽게 된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나 연달아 읽은 것이 아쉽기는 커녕 굉장히 즐겁다. <우아한 제국>까지 읽은 뒤에는 확실히, 야심차게 소개되었으나 국내에서의 반응은 영 미지근했었던 북유럽 스릴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생긴다. 앞으로도 계속계속 읽을 수 있도록 말이다.



  <우아한 제국>은 외르겐 브레케의 데뷔작으로 실제로 작가가 데뷔작이니만큼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가 집필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앞서 읽은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은 작가의 내공이 쌓일 대로 쌓여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융합한 느낌이었다면, 이 <우아한 제국>은 요 네스뵈의 뒤를 이어 나 역시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는 신인의 야심찬 의지가 느껴지는 것이다. 어떻게 힘 좀 주고 있는지 한 번 들여다볼까요.

 

 

 

 

  1528년과 2010년이라는 시간과 노르웨이의 베르겐과 트론헤임, 그리고 미국 레이먼드라는 공간을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형태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500년 전 노르웨이를 여행하고 있는 수도사와 그의 과거의 단편이 병치되면서 살인사건을 둘러싼 요소가 어떻게 얽혀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그리고 그 궁금증을 쫓고 있노라면 상당한 속도로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다. 고서에 숨겨진 이야기와 책을 둘러싼 저주에 관한 소문, 책을 만든 인간의 가죽과 범인의 살해 방법에 대한 연관성 등에서 잔혹한 범인의 광기를 되짚어가는 경찰의 수사를 쫓아가기 위해서 쉴새없이 책 속에 몰입해야만 했던 것이다.



  비슷한 느낌의 소설을 찾으려니 역시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가 떠오른다. 일단 과거에 꽁꽁 숨겨져 있는 비밀이나 저주를 둘러싼 살인사건의 진상을 쫓아가는 형태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된 것 같은데, 이 <우아한 제국>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건이 관련되어있음에 틀림없는 '요한네스 필사본'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양피지와 살해 방법이 중세의 서적과 해부학에 연결되면서 그에 관한 매혹적인 소재를 현대의 살인사건과 연관시키는 측면은 역시 익숙한 포맷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뭐 비슷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좋다는 것도 가독성에 대한 이유일 것이다. 외르겐 브레케는 매혹적인 소재를 탄탄한 구성 속에 담아냄으로써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럼에도 역시 '데뷔작'이기에 엿보이는 허점이 눈에 많이 띈다. 떡밥은 상당히 훌륭했으나 그에 비해 스케일의 크기는 조금 부족했다. 중세의 수도사의 광기를 담아내는 이야기의 마무리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미스디렉션(misdirection)은 상당히 노골적이다. 그 노골적인 미스디렉션의 방향을 올바로 잡는 것, 다시 말하면 떡밥 회수 역시 놓치는 것은 없지만 빈 공간이 좀 많다. 거기에 또 다른 반전을 마련해 두었으면 재미있었지 싶다. 화려한 떡밥에 비해 현실은 그다지 화려하진 않다. 등장인물들의 과거 역시 뛰어난 가독성 덕분에 흐름을 크게 망치진 않지만 이 작품 하나만 두고 보면 어색할 수 밖에 없는데, 앞으로 시리즈로 이어질 가능성도 희박해 보이는(미국과 노르웨이를 계속 넘나들까? 과연?)지라 조금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에드거 앨런 포'와 '양피지'와 '해부학'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 역시 작가가 욕심을 부려 조금 많이 집어넣었다. 특히 에드거 앨런 포나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추리소설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뽐내는데, 작가는 '나는 여타 추리소설과 다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의욕이 넘쳤던 것이 아닐까 싶다.ㅋㅋ


  하지만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몰입감과 함께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앞서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읽은 직후 펼쳐든 북유럽 스릴러이기에 해리 홀레에 대한 후광에 가려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은 그저 나의 기우였다.

  각자의 다른 매력이 상당히 돋보인다.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은 자신의 이성에 따라 희생양을 깔끔하게 해치우는 반면, 외르만 브레케의 살인자는 칼을 들고 피 냄새를 갈구하며 눈 앞의 희생양을 어떻게 분해할지 고민하는 도살자이다.


  경찰의 치밀한 추적과 분석보다는 피 냄새가 철철 흘러넘치는 매혹적인 소재의 소설을 읽고 싶다면, 도살자의 <우아한 제국>에 들어서 보는 것은 어떨까.

 

 

 

 

 

덧. 그나저나 노르웨이에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나? 툭하면 노르웨이에는 연쇄살인범 같은 건 없고 미국에만 있는거래. 노르웨이의 두 명의 작가의 작품에 모두 이런 게 언급되니 참 재미지다. ㅋㅋㅋ 요 네스뵈는 '하지만 있다'는 것으로, 외르겐 브레케의 미국에서도 살인사건을 벌이고 미국 경찰을 끌어들이는 등 나름대로 '노르웨이인'들의 머릿속에 박힌 '노르웨이에는 연쇄살인범이 없다'는 통념에 나름 개연성을 부여하려 한 듯하다.







군 브리타 달레의 시체를 바라보던 그는 문득, 머리가 떨어져나가고 피부가 벗겨진 인간의 죽은 몸뚱어리가 짐승의 그것과 너무도 닮았다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죽은 몸은 마치 사냥꾼의 포획물처럼 보였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죽은 짐승들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시체 밑에 피 웅덩이를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군 브리타 달레는 서고 바닥을 1제곱미터 정도 가린 채 누워 있다는 사실이었다._p.141


"노르웨이에도 연쇄살인범 전문가가 있습니까?"

"오슬로 경찰서에 연쇄살인범 전문가가 있어요. 이름이 뭐라더라……." 옌센이 말했다. "90년대에 호주에서 일어났던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했어요. 그 후엔 계속 술에 취해 다닌다는 소문도 들리던데."_p.178


아버지는 살인범이 피해자의 살가죽으로 무엇을 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 이성적인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 이성적인 사람이 인간의 피부로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그럼에도 그녀는 대답을 알고 있었다. 살인범은 그 인간의 가죽에 기록을 했다._p.2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