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과학 수다 1~2 세트 - 전2권 과학 수다
이명현.김상욱.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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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언스, 25가지 난제 선정'이라는, 사이언스지에서 인간들이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각 분야의 도전 목록을 정리한 글이 꽤 오래 전부터 인터넷 공간을 떠돌아다녔던 모양이다. 우연히 얼마 전에 그 게시글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을 글을 새삼 다시 살펴봤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그동안 과학 지식을 어마어마하게 비축한 덕분에 이제는 그 정도는 교양으로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 수다>를 읽고 있던 차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여러 번 진행한 '과학 수다' 중에서도 나름대로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를 선별해서 책으로 엮는 과정에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난제들의 목록도 어느 정도 참고를 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팟캐스트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각 분야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채널이 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러한 대화 혹은 수다를 종이에 활자로 새겨두는 것 역시 지나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일까, 과학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수다'를 엮어낸 <과학 수다>가 출간되었다. '수다'라는 단어만으로 마냥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딱딱해 책을 펼치기도 전에 흠칫 겁을 먹게하는 책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과학을 '쉽게' 설명해 달라는 것은 현대 과학이 이른 시점에서 지금까지 누적된 학문의 빛나는 성취를 모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과학이라는 학문은 몇 명의 천재들의 등장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무시할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지성집단들의 끊임없는 의사소통과 탐구의 결과로서, 마냥 딴 세계인 것마냥 모른척 할 필요도 없다. 그 미묘한 경계에서 이루어진 수다가 책으로 엮였다. 뉴스에서 만난 '이런 기술이 가능하단 말이야?' 싶었던 3D 프린터의 등장이나 '빛보다 빠른 물체가 등장'했다는 놀라운 소식 그 이후 알지 못했던 이야기와 같이 과학과 그다지 인연이 없음에도 충분히 놀랄 만한 소재에서부터 기생충에 얽힌 오해(서민 교수님의 입담으로 또 빵 터지게 된 건 덤이다.ㅋㅋㅋ)나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황우석의 그림자와 같이 이모저모 공감할 수 있는 주제도 있었고, 정말 아예 문외한에 가까운 주제에 뭣도 모르는 무지로부터 나오는 용감함은 과학이라는 학문이 가지고 있는 '낭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우주와 생명의 비밀에 대한 수다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 과학 수다를 읽으면서 매력적이었던 것은 과학과 사회는 뗄레야 뗄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3D 프린터, 줄기세포를 둘러싼 논란, 핵융합 에너지 등)를 통해 기술의 발달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과 결국 철학자들의 질문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려는 과학자들의 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생명이 작동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세상을 이루고 있는 구성 입자들은 무엇일까?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서부터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의 상상력으로 꿈꾸어왔던 시간 여행이나 투명 망토의 가능성을 '과학적 탐구'를 통해 해명해 보려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이었다 할 수 있는 SF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수다도 기다리고 있고.


  아직 수수께끼는 많이 남아 있음에도 가설을 통한 연역적 추론, 그 추론 과정을 확인해 나가는 관찰과 실험이라는 방법론이란 얼마나 매력적인지! '과학'이라는 학문이 가지고 있는 낭만은 바로 이런 식으로 발휘되는구나 싶어 그 시도를 해볼 만한 여건을 갖춘 그들이 새삼 부러워진다. 그렇기에 여기에 새삼 다채로운 '과학 수다'를 풀어놓는다는 것은 나의 이해력이 딸려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말빨 센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보는 즐거움을 누리시길 바란다. 아마 나처럼, 이 세상의 수수께끼를 해명하고자 하는 과학의 '낭만'을 발견하고 다음 생에는 부디 물리학자로 태어나길 꿈꾸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많은 사람은 과학 연구 결과가 어느 한순간에 탄생하는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나 뉴턴의 '사과나무'같은 건 그 상징이고요. 그런데 사실 과학 연구는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아요. 아로슈의 연구 결과도 100년에 걸친 이론과 또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실험이 축적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거든요._1권, p.127~128



그러니까 당대 최고의 과학자도 양자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신경망을 바꿔서 생각의 회로를 바꿀 정도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거예요. 아인슈타인이 양자론을 격렬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건 그 단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이런 양자론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끔 소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 그런 풍토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해야 해요. 왜냐하면, 미셸 푸코의 철학을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라고 어느 누구도 요구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왜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은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얘기를 해야 하나요?_1권, p.185



이렇게 오늘날 과학은 수많은 과학자의 협력 없이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더욱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 나올 과학 이론은 실험이 가리키는 방향에 더욱더 의존해야 할지 모릅니다. (…) 이젠, 아인슈타인을 잊을 때입니다._1권, p.190~191



과학 기술에 대한 관점의 일관성 문제도 짚고 싶어요. 핵 발전소를 옹호하는 이들의 가장 큰 오류는 '모든 문제를 과학 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라는 맹신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해도 분명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거든요. 방사성 폐기물은 그 대표적인 예죠._1권, p.216



그런데 SF에서 중요한 것은 거기서 등장하는 과학의 실현 가능성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특정한 과학 기술이 등장하는 SF 속의 세계가 얼마나 모순 없이 창조되었느냐는 거예요._2권,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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