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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더 깨끗해졌어요! - '게으른 나'를 인정했더니
와타나베 폰 지음, 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20년 7월
평점 :

[귀차니스트, 미루기 천재, 직장인, 아내 = 공감대 형성]
저자는 만화가이기 이전에, 여러 사람과 소통해야 하는 '일거리'가 있는 사회인이자 (프리랜서) 직장인, 만화가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다. 남편보다 상대적으로 집 안에 있는 시간이 월등히 많기 때문에 집세는 남편이, 가정을 관리해야 하는 의무는 본인에게 더 있는 편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바로바로 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미루고 더 우선이 되는 일, 편안함을 좇는 '일반적인 우리네 모습'을 담고 있다. 나 역시 밖에서는 꼼꼼하고 깔끔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에 내 자리든, 공공 기물이든, 회사에서 쓰고 난 자리든 상관 없이 깔끔하게 바로바로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집에 들어오면 긴장의 끈이 탁, 풀려서 그런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저자의 모습을 보면, 꼭 거울로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아 맞지, 이렇게 쉬어줘야 된다고.' '역시 나만 그런 건 아니었어.'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밖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면 짐을 채 풀지 않고 같은 자리에 둔다거나, 우편물을 한 달째 읽지 않고 방치해 둔다던가, 책이 그득히 책상에 쌓여 있다던가,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아 외식을 즐겨 한다던가... 하는 모습에 굉장히 공감이 갔고, 책에 굉장히 집중이 잘 되었다. 한 페이지씩 넘길 수록 저자가 어떻게 변모하는지, 이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고 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 궁금해졌다. 특히 마지막 페이지로 넘어 갔을 때 실제 저자의 집 내부 사진이 담겨 있는데, 그런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해소되니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본 도서에요. 인쇄 방식부터]
우선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보통 번역서라고 하면 외서이더라도 가급적 한국 정서에 맞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겨 가며 보는 인쇄 방식을 택한다. 그런데 이 책은 번역만 한국어로 되어 있을 뿐이지 모든 것이 '나 일서야'라고 외치고 있는 책이다. 위의 목차 콘텐츠만 보더라도 오른쪽이 1번, 왼쪽이 2번으로 되어 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는 좌수 방식으로 되어 있어 사진으로만 보면 혼동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편집이 일본 만화책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목차가 시원시원해요.]
목차는 말 그대로 정말 시원시원하다. 저자의 경험에 따른 (와타나베 폰 본인의) 변화 과정을 다룬 것이다 보니, 그에 따라 시간 순 배열 / 구성이라는 것이 특징이라 그런지, 목차 역시도 그런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느낌이다. 문제점을 간략하게 스토리로 구성하여 보여주고, 그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작은 문제를 해결하니 그 다음 해결해야 할 부분이 눈에 띄고, 그것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그러면서 소통의 문제가 발생할 때 조율하는 법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하는 식이다.
특징이 있다면, 청소라는 과정을 통해 저자 자신이 어떻게 변했고, 또 라이프 스타일이 어떻게 변모했는지까지 알려주고 있는데, 진정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책 자체가 만화로 되어 있다 보니 글에만 치여 사는 나에게는 너무도 읽기 편안하고 즐거운 책이었다. 집안을 청소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순으로 청소해야 하고, 청소하는 방법은 이렇다! 끝! 이런 내용만 다뤄서는 네이버 지식인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이 책만이 줄 수 있는 유리한 점은 무엇보다도 '친근함'에 있다.
여기서 나는 '집'이라 칭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방'이라 일컫는 것이 더 맞겠다. 나는 아침마다 일어났을 때 침대의 이불이나 옷가지를 반듯하게 정리하고 옷걸이에 걸고, 사용한 화장품은 제자리에 놓아 두고, 읽었던 책은 다시 제자리에 꽂아 두는 '루틴'을 꼭 지킨다. 아침에 그렇게 정리하고 어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방을 나설 때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요 2주 동안 이 책을 읽으며, 또 읽고 나서 '나만의 정리 루틴'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 했는데 아주 작은 것부터 지키기 시작하니 기분이 그렇게 산뜻할 수가 없다.

청소할 시간이 부족해서 매주 정리는 토요일 오전이나 일요일 오후 중에 모조리 해 버리는 일상이 몇 년 동안 이어졌었는데, 그래서인지 청소를 하는 시간이 되면 마냥 즐겁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고 나면 개운하고 기분 좋은 느낌을 떠올리면서 했을 뿐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평소에 틈틈이 정리하는 것, 또 작은 일부터 단계를 밟아 가며 하나씩 해치우는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정리의 기본이라는 생각과, 집은 알고 보면 내 마음의 모습을 드러내는 객관적 지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이 책이 다시 짚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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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고, 또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잘 해내리라는 것을 알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지 않나. 이 책은 공감대로 웃음을 이끌어 내면서도, 변모하는 즐거움에 대해 편안하고 쉽게 그리고 있어 읽는 내내 '나도 한 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잔잔하고 즐거운, 생활 만화여서 좋았다. 가능하다면 1권도 찾아 읽어 보고 싶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에서 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