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책 생각
Team BLACK 지음 / 책과강연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영어사전에서 기획이란 단어를 찾아 보면 'Plan', 'Design'이라고 나온다.

···(중략)···

'Plan'은 계획과 설계에 가까운 반면, 'Design'은 무분별함 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려는 창작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획을 정의할 때는 'Design'이라고 표기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중략)···

'Design'은 대중의 선택을 기획하는 일이다.


_ 119~120쪽





책과 강연의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는 이정훈 작가(실은 이 외에도 중책을 맡고 있지만, 어찌 되었건 책을 소개하는 이 글 안에서는 작가 또는 저자로 통칭한다) 성실함과 꾸준함, 행동력의 가치를 굉장히 높게 산다. 특히 좋은 기획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에 앉아(그것이 이동하는 자리이든, 고정된 자리이든 간에 본인이 정해 놓은 루틴 안에 속해 있는 바로 그 자리) 가만히 통찰하고 고민하고 묵묵히 써 나가는 이들만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잡아채 글 속에 녹여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예전에 글 쓰기와 관련한 외서들을 읽었을 때도 항상 강조하던 지점이다.

저자는 제가 가진 소스(경험, 지식, 주제 등)을 글로 구성하기 전 목차를 기획하고 본문으로 옮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가장 주력해서 고민해야 할 요소를 제대로 고민하고 틀을 갖추지 못한다면 선의 시작점과 도착점이 한 번에 이어지듯 독자에게 가 닿는 글을 써 내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거듭해서 한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이 책은 누가 읽어야 하는가? (독자)

왜 읽어야 하는가?(기획 배경=Trend & Issue)

이 책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 (주제)

_ 33쪽


위에서 선 이야기를 했다. 이 예시는 내가 아니라, 저자가 든 것임을 우선 밝힌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고, 저자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그 글의 끝은 독자에게 가 닿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책은 상품이다'라는 다소 냉정한 진실이다. '책은 당신에게 무엇인가요?' 하고 누군가 물었을 때 '상품이요!' 라는 답변이 제일 먼저 나올까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니라 생각해서, 다소 냉정한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는 하였다.



책에서 예시로 나왔던 저자들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꾸준함은 있으나,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판매할지에 대한 '전략'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가능성을 보고 계약하는 출판사도 더러 있지만, 그 가능성보다 판매했을 때의 이익을 보고 계약하는 출판사들이 많고, 또 어떤 전략을 짜 소비자에게 닿도록 할지 그 상이 명쾌하게 그려지는 아이템일 수록 계약도 수월하다.

'책과강연'이라는 곳의 모토는 '내 책을 서점에서 만나는 기적'이라는 데 있었는데, 저자들의 원고를 출판사와 계약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잘 수행하는 유능함이 계속해서 눈에 띄었다. 생에 갑이 되어 본 것이 처음이라던 철학 비전공자의 철학 서적이라던지, 중년 남성들을 타겟으로 하여 헬스트레이너인 저자를 중년의 수트 핏이라는 아이디어와 결합한 도서라던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댓글을 쓰고 글을 읽는 독자들과 함께 고쳐 책을 출간하기에 이른 저자라던지··· 그 사연 하나하나가 '상(像)'을 만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그야말로 생생히 살아 있는 현장을 지켜 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이정훈 작가의 본업인 콘텐츠 기획자 자신의 끊임없는 고민과 묵묵하고 성실한 엉덩이 힘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당신은 평범하지 않다'라는 말 속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글 하나씩은 품고 산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라는 강연을 들으면, 그 강단 위에 누가 올라오건 저마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고,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이 있다. 누구든 저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책의 제목인 <기획자의 책 생각>처럼, 책과 이야기만 생각하는 문학적인 마음에 그칠 것이 아니라, 명확하고 통쾌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면 현실적인 시선을 가지고 시장과 현재 나를 둘러싼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잘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과 해당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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