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 파이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2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음, 이상규 그림, 작은 우주 옮김 / 대교출판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이야기는 조류학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를 둔 남매의 일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제리와 레이첼. 둘은 10살 안팎의 아이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많은 전형적인

어린이들이다. 가정환경 또한 돈은 없지만 가족들 간의 정 만큼은 끈끈하게 이어져있는

매우 평범하고도 소박한 우리 이웃 같은 사람들이다. 작품의 공간적인 배경은 뉴욕과

보스턴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 작은 반농반어촌. 시대는 당연히 1950년대다.

그러한 이들을 배경으로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이야기 또한 등장인물만큼이나 평이하다.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싶어하던

제리와 레이첼이 소망하던 강아지를 갖게 되고, 그의 이름을 ‘진저’라 짓는다.

그런데 강아지 진저를 데리고 올 때부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 진저를

쫓고있는 듯한 느낌. 그런 불안감이 작품 내내 깔려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순간순간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까맣게 잊고는 진저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가 추수감사절날

진저를 도둑맞고, 제리와 레이첼은 진저를 찾기 위해 마을 곳곳을 헤맨다.

그렇게 1년이 되는 긴 시간을 아이들은 강아지 진저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결국은 제리와 같은 반의 월리가 훔쳐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강아지 쇼를 계획하던

월리네 가족으로부터 진저가 도망 나와 제리 곁으로 돌아옴으로써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사실 초반에 이 이야기를 읽을 때는 제리와 레이첼의 천진난만함이 참 좋았다.

아이스러운 발상과 대사, 그런 행동들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할까.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초반에 느껴지던 아이스러움은 사라져버리고 매우 느슨하게 퍼져있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진저가 연필을 물고 학교를 찾아가는 장에서는 시점의 혼란까지

느껴지면서 이게 과연 후대에 명작으로 남을만한 작품인가, 의심을 품게 되었다.

이미 그 때로부터 진저를 훔쳐간 사람이 월리임을 알게 하는 뻔한 복선이 읽고 싶은 욕구를

떨어뜨리고, 진저를 찾아 어린 아이들이 1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다는 설정이 현실과 맞지

않아서 너무나 억지스럽게 여겨졌다.


굳이 이 책이 지니는 의미를 찾아보자면 애완동물과의 교감, 가족애, 형제간의 우애 정도

랄까. 그러나 그것 또한 억지로 찾아서 꾸며 내야하는 것으로 전반적으로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면서 재미있을 법한 에피소드들을 얼기설기 엮어놓은 것은 아닌가. 320여 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을 읽어가면서 중반 이후부터는 흥미를 잃고 말아

적잖이 실망감이 드는 작품으로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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