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토끼 조지의 언덕 비룡소 걸작선 6
로버트 로손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꼬마 토끼 조지가 춤을 추듯 팔랑대는 표지 그림이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평화로운 토끼의 언덕을 표현하듯 책 표지도

초록색으로 안정감 있게 잘 잡아내고 있다.


이 책의 주제는 매우 단순하다.

사람과 동물이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는 세상 만들기. 즉 세상은 사람들만의 보금자리가

아니며 아주 작은 동식물도 이 땅에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것도 토끼언덕에

사는 작은 동물들을 통해서 말이다.

이야기에는 의인화된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종류도 다르고 식성도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도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공간, 같은 조건에서 서로 양보하고 도우며 살아

가야 하는 존재임을 알고 있다. 매우 지능적으로 사회화된 집단이라는 의미다.

그들은 다른 동물의 아픔을 함께 아파할 줄 알고, 다른 동물의 기쁨을 더 크게 기뻐할 줄

안다. 그들 역시 그들 나름의 고통과 기쁨을 느끼고 나눌 줄 아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존재임을 명확히 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토끼 언덕이 게으른 주인에 의해 황폐화되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더 이상은 이곳에서 살기가 어렵겠다고 낙담하고 있을 무렵 토끼 언덕에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온다는 기막힌 사건이 터진다. 이로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새로 이사 올

사람에 대한 토끼 언덕 동물들의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채워진다. 그만큼 토끼 언덕에

사는 동물들에게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증거가 된다.

마침내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오고 동물들은 그 사람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의외로 새로 온 사람들은 작은 동물을 아끼고 보호할 줄 아는 착한 사람들이었다. 그러자

토끼 언덕 사람들도 그들의 배려에 부응하고자 나름의 규칙을 정하고 그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려 애쓴다. 즉 동물들도 사람이 베풀어주는 만큼 보답을 할 줄 안다는 적어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조지가 사고를 당하고 난 후 토끼 언덕에 불어 닥친 어두운 그림자. 여기에서 독자는

가족 혹은 친구의 죽음이 남아있는 자에게 어떠한 고통을 미치는 지를 간접적으로 이야기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동물의 죽음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침내 하지날이 되어 새로운 사람들은 모두에게 조금씩 나누어 갖자는 동상을 공개하고

토끼 언덕은 평화를 되찾아 더욱 비옥하고도 풍요로운 삶을 갖게 된다. 단순한 이야기

줄기가 단단한 플롯을 타고 독자를 긴장시켰다가 이완시켰다가, 마음대로 끌고 간다.


작가는 작품의 끄트머리에 새로운 사람들의 이웃인 팀 맥그래스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그의 투덜거림 속에 핵심적인 주제를 전한다.


“울타리도 없고 덫이나 독약 같은 것도 전혀 안 썼는데, 말짱해.

짐승들이 건드린 흔적이 하나도 없어. 그런데 난 뭐야?

울타리, 덫과 독약을 다 쓰고, 어떤 때는 밤에 나가 엽총을 들고

서 있기까지 했는데, 난 어떻게 됐냐고?”


간단한 이야기를 캐릭터가 뚜렷한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정확한 플롯에 엮어낸 솜씨.

그 솜씨의 뛰어남과 주제의 분명함. 그리고 섬세한 정경묘사와 심리 따라잡기가 어우러져

<꼬마 토끼 조지의 언덕>은 몇 세대를 뛰어넘는 명작으로 남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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