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문 뒤의 야콥
페터 헤르틀링 지음, 김의숙 그림, 한경희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책을 막 덮으면서 막막하고 아스라한 기분이 된다. 슬프고 안타깝다.

엄마와 야콥의 고통이 가슴 가득 전해온다. 그만큼 지은이 페터 헤르틀링은 매우 사실적이고도 현실감있는 언어와 상황묘사를 통해 야콥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독자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하게 하고 고민을 하게 한다.

열 두 살 야콥은 어느 날 갑자기 아빠를 잃었다. 슬픔에 빠져있던 엄마와 야콥은 세들어살고 있는 집의 대문을 파란색으로 칠한다. 그로 인해 이웃과 집주인에게 꾸지람을 듣게 되는데... 파란 문은 심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감수성이 예민한 야콥이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그 속에 갇혀버리게 만드는 상징성을 띄는 듯도 하나 한 편으로 생각하면 엄마와 함께 들어앉은 집의 파란 문이므로 반드시 그러하다고 볼 수 만도 없다. 그저 아빠를 잃고 심란해하던 엄마와 아들이 장난처럼 파랗게 대문 색깔을 바꾸어버린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같다는 거다. 다만 야콥이 그 날 이후로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상상을 해낸다는 것. 그로 인해 혼잣말을 많이 하고, 이상한 장난도 혼자서 많이 치고다님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야콥을 이상하게 보기 시작하였다는 것. 그 정도에서 파란 문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을까.

야콥은 걸핏하면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이것은 현실의 고통을 상상 속에서 풀어내버리려는, 어쩌면 자폐와도 같은 상태일 듯 하다. 혼자만의 세계를 구현해냄으로써 그 안에서 평화로움을 찾으려는 야콥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사람들은 왜 자기를 가만히 두지 않을까. 모두들 안된다고 고개만 저을까. 그런 편견어린 시선을 감내하기 어려워 스스로 입을 닫고 소통을 끊어버리는 야콥. 그래도 야콥은 엄마를 참 많이 사랑하고 의지하였는데, 엄마 또한 변해가는 야콥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주위에 도움도 청해보고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보았지만 야콥이 뚜렷히 좋아지지 않자 결국 청소년 보호시설로 야콥을 보내버리기로 결정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야콥이 마음 속에 친구로 삼고 있는 믹(베노)를 통해 다시 한 번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는 야콥의 엄마. 청소년청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안도하였던 나는 야콥에게 기타를 가르쳐주는 베노의 태도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베노 또한 다른 어른들과 다르지 않음으로... 결국 야콥은 다른 사람들과 그랬듯이 베노와도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뛰쳐나갈 것이다. 파란 문 뒤로. 혼자만의 세상으로...

현실에서 이러한 아이를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야콥의 심리상태는 무엇일까. 야콥이 엄마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면 뭔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마음이 아프다.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음이 아프고 아파하는 야콥과 엄마를 그저 파란 문 뒤에 두고 있어야함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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