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을 따듯, 퀴퀴한 헌책방을 뒤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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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읽는 것과 수집하는 것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둔 말일까?

둘 다, 가 정답이겠지만 분명 읽는 것은 좋아해도 딱히 수집에 열을 올리지 않는 사람도 있고 "이 책은 반드시 소장해야 해!"라며 온갖 중고사이트와 헌책방을 이 잡듯 뒤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나는 전자에 99% 가까운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 <오래된 새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처음부터 조금은 비뚜름했더랬다.

제목이 참 재밌다. 오래된 새 책. 전혀 상반되는 단어가 함께 쓰인 제목은 잠시잠깐 수수께끼를 풀 듯 고민하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오래된 새 책이란, 일찍이 출간되었으나 절판되어 오랫동안 만나볼 수 없다가 다시금 새 옷(표지)을 입고 나온 책을 말한다. 태어난 지는 아주 오래되었는데 반질반질한 새 꼬까옷을 입었으니, 말 그대로 오래된 새 책이다. 내내 읽으면서 잡지나 신문 한 귀퉁이에 연재될 법한 '북 칼럼'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미 절판된 책을 추천하는 칼럼은 없겠지만, 책 수집에 관심이 있고 헌책방을 순회하는 매니아라면 저자의 추천도서들을 무척이나 관심 있게 눈 여겨 보았을 것이다. 기본적인 구성이 절판된, 혹은 절판되었으나 다시 새 옷을 입고 나온 책에 대한 소개, 그리고 그 책에 얽힌 작가의 개인적이고 소소한 추억거리들을 이야기한다. 이 말은 즉 작가 개인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선정한 책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이 대중적으로 먹혀들어갈까(?), 하면 확신하지 못하겠다. 책에 대한 책.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솔깃하며 펼쳐들겠지만 분명 굳이 헌책방 전전하며 '절판된 책이지만 진짜 보석 같은 책이다!'라는 얘기만 듣고 찾아다닐 정도의 열정은 없는(어쩌면 내가 원하던 책은 절판되었어도 웬만하면 크고 오래된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일는지도 모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사실 읽으면서 '어, 이건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하는 책은 체크를 해놓기도 했다. 심지어 <Word power made easy>라는 어휘 책은 그날로 서점가서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껏 좋은 책이라고, 보석 같은 책이라고 소개해두고 꼭 붙이는 말이 "이 책을 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라니, 그 뒤에 생략된 말을 알 것 같다. 읽고 싶으면 발에 불나도록 헌책방 돌아라.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도 부제목 참 잘 지었네, 했다. 말 그대로 '절판된 책에 대한 헌사'이다. 하지만 전혀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세상에 이런 책도 있구나 싶은 다양한 책을 알게 된 건 좋았다. 편식이 심하던 내 독서습관에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고 해야 할까. 다만 위에 말했듯, '이 책은 주옥같이 좋은 내용인데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식으로 반복되는 것은 식상하다 못해 짜증이 났다. 하지만 처음부터 절판된 책에 대한 헌사라 했는데 뭐 어쩌겠는가. 헌책방과 책 수집에 관심 있는 매니아라면 의욕적으로 책 찾아 삼만리 길을 나설지도 모르겠지만, 나와 같이 읽는 것 자체에 더 중점을 두고, 당장 못 읽을 책을 소곤소곤 악마의 유혹처럼 일러주는 것에 스팀 뿜어내며 열 받을 사람이라면 정신건강을 위해 살며시 내려놓는 게 더 낫겠다.

읽고 싶도록 부채질 살랑살랑 해놓고 당장 손에 덥썩 잡을 수는 없는 책이라니, 마음이 언짢아져서 안 좋은 평만 써놓은 듯하지만 책 말미까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솔깃할만한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있다. 또 당장 작가가 추천하는 책들을 클릭 몇 번으로 주문해서 읽어보진 못하더라도, 언제 어디에선가 호기심에 들어간 헌책방에서 그 익숙한 제목들을 발견하고는 남몰래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게 될 지도 모른다. 작가의 추천도서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추억에 얽힌 책들이라고는 하나, 누군가 내 인생 최고의 책이라고 극찬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퀴퀴한 냄새를 참고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