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4주

영화는 손쉬운 오락이기도 하지만 

'영화 볼까?'가 아니라 '영화 봐야지'라고 생각하곤 하는 건 

일상 속에선 가려진 남루함이나 애달픔을 켜켜이 드러낼 때. 

그리고 그걸 유쾌하고, 혹은 따뜻하게 풀어줄 때. 

올해 유럽영화제에서 꼽은 영화에는 유독 그런 영화가 많더군요.

 

 <너의 한마디> 

진짜 남루합니다. 주인공 커플이 청소부라지요. 엄마는 치매에 걸렸고, 하나 있는 친구는 정말 극진하긴 하지만 미친년 같습니다. 아무래도 멀쩡하진 않아요. 

영화보면서 피곤한 것도 진짜 오랜만입니다.  

그런데도 추천하는 건 그 마지막 대사, "과거는 부정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지만 미래는 그렇지 않은 거잖아."  그리고 해맑은 키스.

그 엔딩이 주는 울림 때문입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도 같은 맥락의 대사가 나왔지만, 사뭇 다르게 느껴졌거든요. 훨씬 사적으로, 훨씬 가깝게.

 

  <천국의 속삭임> 

별을 몹시 안 좋아하지만, 별 다섯개 드립니다. 그 이상도 드립니다.  

똑똑하고 명랑했지만 사고로 눈이 멀어버린 아이, 세상은 그를 격리하라고 합니다. 특수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거죠.  거기서 비뚤어지려던 찰나, 소년은 먼저 다가온 친구 펠리체에게 소리로 세상을 보여줍니다. 먼저 다가온 소녀 프란체스카에게 소리와 추진력으로 자신의 재능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소년의 용기와 행동이 시각장애아들에겐 '하고 싶은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강요했던 세상을 바꿉니다.  

실화라고 합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음향감독으로 손꼽히는 미르코 멘카치의 실화랍니다. 실화라서 감동적인 것보다, 소년의 재주가 놀라운 것보다, 절망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그걸 재능으로 벼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있다는 게 위로가 됩니다. 소년은 순간순간 고통스럽고 외로웠겠지만, 그래도 늘 웃거든요. 지치지도 않고, 주저하고 슬퍼하긴 해도 물러서

진 않습니다. 그게 좋았습니다.  

 

 <시스터 스마일> 

완전 기대하고 있는데, 알라딘에선 이미지 조차 안 뜹니다. 빠른 속도로 매진되고 있는 기대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역시 실화랍디다. 음악을 하고 싶은데 부모가 자꾸 결혼을 재촉해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노래로 유명해졌는데 수녀원에선 그녀의 외부활동을 탐탁치 않아 하자 수녀원을 나와 가수로 산 여성의 이야기. 뮤지션, 수녀, 한 여자로서의 갈등이 잘 드러났다는 코멘트가 붙어있습니다.  문청, 대필작가, 여자 혹은 딸로 살아가는 내 (남루한) 일상과 어떻게 매치될 지 궁금합니다.  

뭐 굳이 연결고리가 중요한가요. 그저 음악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겠지요. <사운드 오브 뮤직>과 <시스터 액트> 사이 어디쯤일까 마냥 궁금합니다.  

 

<더 클래스> 

 역시 기대작입니다.  실화는 아니지만, 소설 원작으로 다큐멘터리 형식을 가미했다고 합니다.  

휴먼드라마, 다큐멘터리, 이런 게 상당히 제 취향이기도 하고, 빈민가 고등학교의 스승과 제자 이야기라는 게 어떤지 기대를 하게 합니다. 드러난 문제아이든 아니든 마음이 다른 곳에 있는 아이를 교사가 알아챈다는 것, 그 아이에게 진심을 드러낸다는 것, 그래서 그 아이가 변한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니까요. 그런 교사는 정말 위대한 사람이니까요.  

그 아이가 <천국의 속삭임>의 미르코처럼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지 않는다 해도, 아이의 마음에서 자신의 다른 점을 알아준 교사는 평생동안 영웅일 겁니다. 제겐 그런 선생님이 있지요. 뭐, 그렇다고 제가 문제아였던 건 아니었지만...  

지루하고 남루했지만, 배를 깔깔 쥐고 웃던 순간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예뻤던 시절인 열일곱이 생각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 관계상 볼 수 없는 영화들> 

 (좌) <이지 버츄>  

어쩐지 개봉할 것 같습니다. 콜린 퍼스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만발^^ 

(우) <애프터 러브> 

요것도 개봉할 것 같습니다. 부산영화제에서 이 영화 본 친구가 또 보려하길래 흥미가 생겼습니다. 이탈리아판 <러브 액추얼리>라는 코멘트가 붙었습니다.  

 

 

(이미지 없음) 

<푸른 수염> 계몽사 어린이 세계명작동화에서 몹시나 좋아라하던 동화였습니다. 어딘가 비밀스러운데가 있거든요. 제목이, 그리고 원작이 푸른 수염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할 거라 생각합니다. 개봉하면 꼭 봅니다^^ 

<환상통> 상처 때문에 글쓰기를 그만두고 여행 하다 다리도 잃은 어떤 이가 주위의 격려로 다시 글을 쓴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랍디다. 극기복례 스토리 안 좋아하지만, 어떻게 그만 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 환지통(환상통)을 겪은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너무 생생해 궁금하긴 합니다.  

<에브리원 엘스> 어느 소심한 커플이 다른 부부를 만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라지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인생에 엄청난 화학변화가 일어나는데, 한 사람이 둘이 되어 또 다른 둘을 만나면 어떻게 변할는지... 그런게 좀 궁금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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