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과 사이코
스티븐 레벨로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영화에 관한 책을 영화를 보지도 않고 읽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서평은 책을 읽고 나서 봐야 가장 잘 이해가 가고, 영화 평론 또한 영화를 봤을 때 영화를 되새길 수 있다. 어떠한 컨텐츠에 관한 이야기는, 그 컨텐츠를 알고 나서야 수월히 이해가 가는 법이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영화를 보지도 않고 영화에 관한 책을 보는 비효율적인 일을 저질러버렸다. 『히치콕과 사이코』 말이다.





앨프레드 히치콕


물론 앨프레드 히치콕은 알고 있다. 런던 마담 투소에서 밀랍인형과 함께 사진도 찍었고, 영화 관련 수업에서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이름이다. 작품도 제목도 많이 안다. <현기증>, <새>, <사이코>, <이창> 등등. 수업에서 발표를 한대서 수업 들어가기 전에 봐야겠다고 영화를 찾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히치콕의 영화를 보지 못했다. 왜? 무서우니까! 히치콕에 관해 들려오는 이야기는 이랬다.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카메라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고. 그리고 뭔가 굉장히 무섭고 소름끼치고, 섬뜩한 영화를 만든다고.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


그리고 히치콕 감독에 대한 소문의 중심에는 <사이코>가 있다. 『히치콕과 사이코』는 <사이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사이코가 어떻게 이 세상에 나오게 되는지 말이다. 실제 사건에서, 소설에서, 결국에는 히치콕의 영화가 되기까지. 굳이 사이코를 보지 않았는데도 즐거이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책에서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히치콕이 사이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조금은 독특했지만 다른 영화들과 그렇게 많이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그 실제 현장이 신기했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걸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이먼 앤드 슈스터와의 계약 조건에 영화화 판권을 팔 경우의 수익 비율이나 보너스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작가는 또 다른 소식에 충격을 받고 휘청거렸다. 블록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바로 그때, 『사이코』를 산 사람이 바로 앨프레드 히치콕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_45쪽"


히치콕이 <사이코>에 미친 영향보다 그 영화가 히치콕에게 미친 영향이 훨씬 더 컸습니다."_312쪽





영화 보고 읽기. 


난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고, 책에서도 차근차근 설명해줬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는 일은 없었다. 다만, 영화를 직접 봤다면 더 이해가 잘 갔겠구나 싶기는 했다. 히치콕의 다른 영화는 몰라도 최소한 사이코는 봤어야하는 거 아닐까 싶어 양심에 콕콕 찔려오는 느낌. 게다가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를 만드는 책을 통해 반전을 미리 알아버린 것이 함정. 내가 이제 와서 사이코를 본다고 해도 책을 읽기 전에 느낄 수 있었을 놀라움은 못 느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독자들은 히치콕을 좋아하거나, 최소한 사이코를 보고 책을 읽을 분들일 것일 테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하지만 만약, 정말 만약 나처럼 영화를 접하지 않고 책을 먼저 만나게 된 독자라면... 역시 영화를 먼저 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이미 반전을 알아버렸지만, 시간이 날 때 쯤에 영화를 보기는 해야할 것같다. 근데, 반전 알고 봐도 그렇게 섬뜩한가요?




히치콕이 검열관들을 달래기 위해 그 숏을 잘라 냈다고 시인하자 스테파노는 분노하며 이렇게 따졌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잘라냈다면, 그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 엉덩이가 노출돼서 잘라냈다고요? 거기에 무슨 성적인 느낌이 있었던 것도 아니잖습니까!"_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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