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연필 2003-09-12
요즘의 나는 이즈음의 날씨는 덥고 축축해서 나를 무기력하게 한다. 내가 나가는 그곳은 나를 옥죄어 억압한다. 나는 억압 받는다. 내 곁의 그들은 시간의 횡포에 의해 자꾸만 약해지고 있다. 그저 괴팍한 몽상가일 뿐인 나는 한 실존의 모색을 진지하게 가늠해보려, 고려는 하고 있는데, 또 그래선 안 될 것 같아, 경계에서 서성이고 있다. 이것들을 싸잡아서 '이즈음'이라고 규정한다면, 이즈음이란 살귀는 나를, 아귀아귀 기갈 들린 듯이 먹어치우지 아니하고, 뭐 맛나는 것도 없을텐데 천천히, 아주 징글맞게, 그 촉수로 내 연약한 가닥가닥을 지그시 붙들어 온 알몸이 찢어지도록 사지를 늘려서는, 그 윗이빨로, 턱이빨로, 우둘투둘한 혀로, 깨물어 핥아 씹다가도, 입을 맞추며 상처며 고름을 다시 혀로 빨아주며, 등허리를 서늘하게 콧김으로 쓸어주며, 이제 내가 더이상 감정도 감각도 표상도 의지도 가져서는 아니된다는 듯이, 이, 이즈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뚜렷한 괴물은, 나를, ……그래서…… 나를……!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 내 눈, 내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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