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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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ni3 2003-09-17  

자기 소개의 글이 정말 정말 맘에 들어요
문장력이 참 대단하시네요
그 짧은 단어 단어를 어떻게 저렇게 단백할 수 있는지..캬~
메신저 별명을 저걸로 써도 될까요? 켁
 
 
쎈연필 2003-09-1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신저 별명을 저렇게 길게 쓸수도 있나요? 제 소개 한 줄은 특허낸 적 없으니 마음껏 사용하세요. 소개글을 바꾸려고 했었는데 님 글 덕에 그대로 두어야겠습니다. 님 서재에 하루키 책이 소개되어 있더군요. 하루키 책은 미국 베버리힐즈 여행기(?) 한 권 밖에 읽은 적이 없는데, 그 유명한 노르웨이 숲이라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즐독하세요-^^*
 


선인장 2003-09-17  

고백
주인도 없는 집에 들어와, 그것도 몰래 남의 일기장을 뒤적거린 것 같아, 미리 고백하여 용서를 구하려고 합니다.
 
 
쎈연필 2003-09-17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 바르트의 일기(작은 사건들)를 보며 예전 김현의 일기를 떠올렸었습니다. '일기'라는 기표에서 배타성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더군요. 지금 도서관인데 잠시 접속했다가 반가운 흔적을 보고 흐뭇하게 미소 짓습니다. 님의 리뷰도 즐겨 봤었습니다. 좋은 하루군요.
 


쎈연필 2003-09-12  

요즘의 나는
이즈음의 날씨는 덥고 축축해서 나를 무기력하게 한다. 내가 나가는 그곳은 나를 옥죄어 억압한다. 나는 억압 받는다. 내 곁의 그들은 시간의 횡포에 의해 자꾸만 약해지고 있다. 그저 괴팍한 몽상가일 뿐인 나는 한 실존의 모색을 진지하게 가늠해보려, 고려는 하고 있는데, 또 그래선 안 될 것 같아, 경계에서 서성이고 있다. 이것들을 싸잡아서 '이즈음'이라고 규정한다면, 이즈음이란 살귀는 나를, 아귀아귀 기갈 들린 듯이 먹어치우지 아니하고, 뭐 맛나는 것도 없을텐데 천천히, 아주 징글맞게, 그 촉수로 내 연약한 가닥가닥을 지그시 붙들어 온 알몸이 찢어지도록 사지를 늘려서는, 그 윗이빨로, 턱이빨로, 우둘투둘한 혀로, 깨물어 핥아 씹다가도, 입을 맞추며 상처며 고름을 다시 혀로 빨아주며, 등허리를 서늘하게 콧김으로 쓸어주며, 이제 내가 더이상 감정도 감각도 표상도 의지도 가져서는 아니된다는 듯이, 이, 이즈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뚜렷한 괴물은, 나를, ……그래서…… 나를……!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 내 눈, 내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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