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 - 만화로 읽는 삶과 철학
리디아 앨릭스 필링햄 / 국제 / 1995년 11월
평점 :
절판


만화라기 보다는 삽화가 충실한 미셸 푸코 입문서라는 말이 옳다. 푸코의 주요 저작 연대순으로 진행되는 이 책의 삽화는 독자를 몸서리치게 한다. 특히, '보다'='관찰'의 권력을 논하면서, 의사들이 갖게 된 권력, 즉슨 '시체를 해부하라'(74)에 실린 삽화는 으, 노약자는 보지 마소. <진료소의 탄생>에서 의사의 권력을 파헤친다. 평소에 병원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나로서는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르고 인용. '과학의 객관성은 벌거벗은 개인을 만나게 되었느니라.', '의사는 한 사람의 외부는 물론 내부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막강한 힘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차라리 눈으로 뭔가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나오는 것이었다.'(78-79)

18세기 데카르트의 근대 이성(코기토 에르고 숨)이 대두한 후 모든 것을 엎은 프랑스 대혁명. 광인들을 어떻게 감금했는지를 파헤치는 것이 근래에 새로 번역된 <광기의 역사>이다. 정상과 비정상. 정상이 아닌 것이 비정상이란 말인가? 를 푸코는 묻고 있다. 광인도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인간이거늘-!

푸코는 '아는 것이 힘이다'는 격언을 둘로 나눈다. '아는 것'과 '힘', 힘은 power이고 power는 '힘'이며 '권력'이다. 푸코는 '지식'과 '권력'을 연구했다. '물리적인 힘도 그렇지만 정신적인 힘도, 자신의 생각만이 옳고 진실된다고 다수에게 강요하는 힘센 소수들에 의해 행사되고 있다.'(11)

푸코를 흔히 전복적 철학자라고 한다. 기존의 사고를 뒤엎어버리는. 전복적 철학자는 푸코 이전에도 있었다. 푸코는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 '푸코의 역사 모델은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을 읽은 후 바뀌었다.'(106)

근대 이전에는 공개처형을 했다. 그러나 근대 이후에 감옥이 생겨났다. 죄인을 교육시키고, 규칙적인 생활의 굴레로 종속시키고, 끊임없이 노동을 시키고. 푸코는 이것이 근대 이전보다 권력을 더 행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말한다, '그렇다, 사회가 사람들을 죽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고통을 의도적으로 가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피한다.'(119)

제레미 벤담이 설계한 판옵티콘(한 지점에서 내부가 전체적으로 다 보이는 건물)의 등장으로 감시는 쉬워졌고, 판옵티콘은 병원, 학교, 감옥 온갖 곳에 쓰임으로써 소수가 다수를 감시하는 일은 쉬워졌다. 규율, 공간 배치, (특히 시간표를 이용하여) 행동에 대한 철저한 통제, 반복 훈련, 정상으로 만들기 위한 평가… '만일 감옥이 이 규율의 과정을 통해 한 개인의 개조에 성공했다면 거기서는 어떤 인간이 생겨나는 것을까? 주어진 일을 아무런 질문 없이 묵묵히 하는 고분고분한 일꾼이 생겨날 것이다. 자본주의 공장에 적합한 먹이인 자동인간이다. 그렇다면 감옥이 개조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은 감옥으로 자꾸만 되돌아 온다. 감옥이 재범자 제조소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133-134)

이렇게 대충 일단락 된 푸코의 사상 체계를 읽은 후 반드시 역자 후기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 책의 핵심을 잘 정리한 좋은 글이다. 역자인 박정자 교수는 '정확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극도의 모호한 문체를 즐겨 사용했던 한 문학평론가를 1백 년만에 한 번 나올까말까하는 천재로 만들어 놓은 비밀이다.'(161)라고 하는데, 이것은 김현을 폄하하는 말이다. 온통 김현에 대한 찬사 일색인데 이런 욕을 보니, 은근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것은 김현의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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