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지팡이 여행 사계절 그림책
에이다 바셋 리치필드 글, 김용연 그림, 이승숙 옮김 / 사계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라는 것에 개인적으로 손이 가지는 책이다. 왜냐하면 내게는  이 책에 나오는 발레리처럼 점점 시력을 잃어갔던 지금은 앞을 보지 못하는 언니가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에게 지팡이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니는 10년이 넘도록 지팡이를 거부하고 있다. 아니, 언니의 거부가 아니라 우리들 중 누구도 섣불리 지팡이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언니가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편하게 받아볼 자신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눈이 멀었냐는 놀림에 화가 났던 발레리, 가구들이 우르르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것 같았다는 발레리. 반친구들과 헤어져 다른 교실로 가는 것이 싫었던 발레리, 복도에서 지팡이 연습을 하는 것이 망설여졌던 발레리.

' 아. 그랬구나... 그래. 그런 마음이었겠구나'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내 언니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은 50이 넘어버린 언니의 나이가 갑자기 원망스러워진다. '이 책을 읽었으면 좋았을텐데. 언니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그래도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이런 책이 나왔으니 말이다. 지금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에겐 특별한 의미로, 장애가 없는 친구들에겐 사람을 보는 방법이 많다는 걸 배우게 되었으니 말이다.

눈으로 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는 말을 살면서 꼬옥 기억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