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로 시작한 "알로하, 나의 엄마들" 그리고 "슬픔의 틈새" 이 세 작품은 이금이 작가님의 일제강점기 한인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이다. 이번 마지막 작품인 "슬픔의 틈새"는 안톤 체호프가 사할린을 슬픈 틈새의 땅으로 표현한 기록을 접한 작가가 제목으로 빌려온 것이기도 하다.
사할린은 우리 조상들의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땅이다. 쫓기듯 간 타국의 땅에서 조국의 보호를 받지 못한 체 살아야 했던 처절했던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 한편으론 우리의 기억에서는 희미해졌지만 아직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이기도하다. (그래서 더 잊지 말아야 한다)
슬픔의 틈새는 1부, 2부, 3부,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1943년부터 2025년까지 시간의 순서대로 쓰여졌다.
다래울에 살고 있던 단옥의 식구 엄마 덕춘, 오빠 성복, 동생 영복은 화태의 광산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 만석과 함께 살기 위해 배에 오른다. 훗카이도 북쪽 끝의 왓카나이에서 화태로 가야 한다. 그런데 믿었던 오빠 성복은 일본 본토에서 돈을 벌어 효도하겠다며 편지를 놓고 떠나버린다. 어쨌든 단옥에게 화태는 아버지가 계신 곳, 밥 세끼를 다 먹을 수 있는 곳, 마음껏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그 커다랗고 신비한 물고기가 자신을 등에 태워 더 넓고 멋진 세상으로 데려다줄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1937년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해 조선에서도 시행했다. 화태로 갔던 사람들에게 월급 200엔과 계약 기간 2년을 약속했지만 이것 저것 제하면 월급의 절반도 안 되는 돈마저 대부분 강제로 저금을 해야했다. 계약기간도 강제로 연장된다.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빠 만석과 함께 살 수 있던 단옥은 아버지가 엄마를 걱정해주고 위해주는게 좋았고, 학교도 다닐 수 있었다. 그 사이 또 다른 동생도 생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탄광 노무자들에게 느닷없이 전환배치명령이 떨어졌고, 만석이 일하는 탄광 노무자들은 후쿠오카현에 있는 탄광으로 배정되어 또 다시 이별을 해야 한다. 남은 가족들에게 계속 돌봐줄 것이라 했지만, 이 또한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본토 탄광으로 간 노무자들은 더욱 더 힘들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