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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ㅣ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여름 지음 / &(앤드)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이토록 서늘한 절정을 본 적이 없다.
신선한 감수성과 생동감 넘치는 문체로 심사위원 전원의 추천을 받은,
소설가 권여름의 첫 장편소설!"
'구유리의 건강힐링센터'와 유튜버 공진표의 'Y의 마지막 다이어트' 프로젝트
구유리의 건강힐링센터는 단식원 이름이다. 구유리 원장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운남'은
단식원 1등 자리를 차지한 'Y의 마지막 다이어트' 프로젝트의 주인공. 그런데 단식원 최고의 작품인 주인공 운남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감량률로는 2등이지만 3기 중 최종 몸 상태가 가장 좋았던 뷰티바디상의 '봉희'는 단식원의 코치이자, 프로젝트의 스태프로 선택. 운남과 동고동락한 사이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 운남를 찾아 나서며 안전하다고 믿고 있던 단식원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 여상 시절 친구들과 학교 앞 노점상에서 닭꼬치를 먹던 날, 그곳을 지나가던 한 무리의 남학생들 중 누군가도 그렇게 무례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봉희도, 친구도 갓 튀겨낸 닭꼬치에 소스를 바르던 아주머니도 못 들은 척했다. 그러나 봉희는 잠시 멈칫했던 아주머니의 손과 자신의 표정을 재빠르게 확인하던 친구의 눈빛을 슬로우 비디오 화면처럼 똑똑히 보았다. 봉희의 귀에 정확하게 꽂힌 그 한마디를 못 들을 리 없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얼굴들이 무신경하게 뱉은 한마디.
“돼지 년아, 적당히 처먹어." p42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운남의 옷을 더듬었다. 상의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지 주머니를 뒤집어 밖으로 빼냈다. 혀처럼 삐져나온 주머니에서 뭔가가 툭 떨어졌다. 바닥을 살피다가 침대 아래 하얀 알약 하나를 집었다"p77
"주인공이 바뀐 마당에 운남 부모의 등장에 반색하는 공진표의 저의를 알 길이 없었다. 영리하고 재빠른 사람은 역시 불편했다. 쉽게 속을 내비치는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귀신처럼 잘 감추는 사람들. 다른 사람이 방심한 사이 불리한 것들을 제거하고, 유리한 길을 신속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었다."p141
"- '얼마나 처먹으면 이렇게 되냐? 무거워서 이거 어떻게 들어?' 죽고 싶었지만, 바로 죽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봐. 삶의 끝에서조차 존중받지 못할 거란 게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에요. 죽으면 끈이라는데 웃기죠?
- 그러니까 저는 죽기 위해서 단식원에 들어 온거에요" p254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살이 쪄서 무겁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죽기 위해 살을 빼는 운남, 전교1등이지만 살때문에 은행 공사 취업에 모두 실패한 봉희, 살을 빼야 데뷔할 수 있는 연습생 안나, 건강을 강조하지만 결국 다른 이면을 갖고 있는 원장 등 여러 인물들을 통해 뚱뚱한 몸이 사회에서 받는 불이익이라는 어두운 면과 다이어트산업이 갖는 허상을 꼬집어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는 언제나 몸에서 자유롭고 싶었지만 늘 실패했다고 했다. '과연 몸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가능할까? 그것은 왜 이렇게도 힘들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아쉽게도 몸에서 자유로워지는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더 예뻐지고 더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이 건강하기 위해서로 바뀌기 전까지는 수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도 겪을지도 모른다. 자기 몸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도, 건강을 위한 것도 과정이 건강하다면 그에 노력하는 모습 모두 보기 좋다. 그런데 봉희가 느낀 살찐 몸이 마치 낮은 신분과도 같다면... 유능하고 가진게 많아도 뚱뚱한 몸을 걸치고 있는 이상 늘 위축되고 구속될 터라면 그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존중받을 만한 몸이 되기 위해서는 그 시간도 존중받으며 통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봉희의 말처럼 그 시간의 선택지는 늘 항상 열려 있을 것이다. 그 시간과 생각 안에서 더 자유로워 질수 있게 된다면 마음도 몸도 더 건강해지고 좋을 것 같다.
심사위원 전원의 추천을 받은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에 맞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은 흡입력 강한 소설이었다.
불펌금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