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게임
오음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자의 세계에 사는 우리는, 모두가 '외계인'이다"

"2020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대통령상(대상) 수상"

여행자들의 천국 파키스탄의 훈자. 서로 각자의 사연을 갖고 만난 다섯 여행자들.

김설/28세 여성/ 중학교 국어 교사

남하나/32세 여성/ 영사 번역가

최낙현/ 40세 남성/ 소설가

전나은/ 22세 여성/ 대학생

오후/ 29세 남성/ 여행자

서로 달라 보이지만 겉으로 보기엔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인물들이다. 이 다섯명은 각기 다른 사연을 마음 속에 품고 훈자라는 여행지에서 일행이 된다. 각자 살아온 환경도, 가치관도 다른 이들. 훈자를 떠나기 전 오후의 제안으로 "외계인 게임"을 하게 된다.

"종종 우리가 특이한 애나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을 외계인 같다고 하잖아. 사차원이라고도 하고. 그치? 우리 중에 그런 사람을 찾는거야.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리 없을 법한 사건 하나를 던져서, 지금 당장 그 일이 일어난다고 상상해 보는 거야.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말이지. 똑같은 하나의 질문에 자신은 어떤 결정을 할지 고민해 보고, 그 선택을 공개하는 거지."P60

이 때까지만 해도.. 음.. 뭐.. 외계인게임에 대한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주인공들이 외계인 게임을 하며 만든 극단적이면서 곤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에는 각자의 고민, 가치관, 사연, 슬픔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나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무서운 질문이 깜깜해서 들여다볼 수 없던 마음을 환히 비춰 답을 보여준 것만 같았다. 나의 감정에 대한 답을 써넣어야 하는 시간에 늘 질문지만 반복해서 읽는 아이, 그리고 우유부단한 내가 처음으로 손에 힘을 주어 사각사각 답을 채워 넣는 기분이었다"P67

"모든 거짓말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거짓은 진실의 그림자인 셈이니, 거짓의 반대편을 응시하면 때론 실체가 보이곤 한다"P98

"어쩌면 한 사람이 택한 답보다, 스스로 만든 질문이 더 많은 걸 말해주지 않을까. 모든 거짓말엔 이유가 있듯, 질문에도 탄생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질문을 던진다는 건 자신이 딛고 선 장을, 발아래를 내보이는 일인짇도 모른다"P115

"내 생애 더 없을지도 모르는 한 사람과 나눈 시간들과 추억들, 그것들을 나눠 가져주어서 고마워요. 매일 아침 빠짐없이 소파에 앉아 내가 나가는 뒷모습을 봐준 것만으로도 오빠가 준 사랑과 하지 못한 많은 말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여전히 그 짧은 순간의 반복된 기억은,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받았고 지지 받았다는 기억으로 남아 힘들 때 힘을 얻어요"P196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오늘 한번만 허락된 다시 없을 경험일까 두려웠다. 함께이고 싶었다. 함께라면 무언가 달라질 것만 같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에 어떤 변화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P240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각기 다른 사정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의 인간세계에서 나와 생각, 관점 혹은 가치관, 살아온 인생이 너무 다르면 이질감도 느껴지고 그것이 편견이 되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만남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며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는 것 같다.

묵화 같은 잿빛 강물위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서스펜션 브리지. 우리의 아슬아슬한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그 위에서 서로를 이끌어 주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순조롭게 땅을 밟을 수 있다.... 오후가 말한 "눈을 감고도 걸을 수 있었다"라는 말에 잊혀지지 않는다.

역시...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대통령상(대상) 수상작이란 생각이 든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방법은 한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타인의 가슴에 뚫린 블랙홀을 통과해 다음 세계로 함께 나아가는 일. 그것만이 외계인이 서로가 동류가 되는 방법이 아닐까."P301

불펌금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았지만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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