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전 속에 영웅이 있었다고?그럴리가. 바리데기 공주가 겪은 수난과 지긋지긋한 친부모의 요구들에 치를 떤 기억이 이토록 생생한데. 피를 토하며 죽는 며느리, 의붓딸, 굶어죽고, 강간당하고, 버려지고, 핍박받는 여성들이 아니라 영웅이라고요?책은 나같은 이가 무수히 많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침착하게 신화와 이야기들 속의 ‘영웅 서사‘가 얼마나 여성배타적인지를 이야기한다. 심지어 ‘영웅‘이란 말의 ‘웅‘이 ‘수컷 웅雄‘이라는데 말 다했지. 그러니까 ‘남성인 영웅‘의 모습만 상상하니까 여성인 영웅이 안보인다는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눈에 덮인 장막 하나가 조금 걷힌듯 시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