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에서 또 다른 인생을 찾았다
나교 지음 / 미다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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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행로.

누군가에게는 쉼, 도피처, 재충전의 시간이라면

작가에게는 인생의 새로운 도약, 그 자체였다.

 

이 책의 첫 장을 펼쳤을 때 숨이 턱 막혔다.

프로필 사진의 주인공인 작가가 정말 이런 삶을 살아왔단 말인가?

한없이 작고 어린 소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시간들을 홀로 묵묵히 견뎌온 그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그녀에게는 족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족을 사랑한다 말한다. 시종일관.

 

어떻게 이게 가능할 수 있을까?

작가는 말한다.

그 모진 핍박과 고통을 여행을 통해 명상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고.

 

 

난 절대 잘못되어서는 안 돼.

 

그렇다. 우리는 누구도 한번뿐인 인생에서 고통과 비난을 받으며 잘못되어져서는 안된다. 마음 기댈 곳이 없어 방황해던 학창시절, 어느 순간 그녀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제발 정신차리고 마음 잡기를 바란다고 스스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어느 누군가 나를 밟아도 좋으니 나 자신만큼은 스스로를 끔찍하게 사랑하자.

난 나를 계속 안아주고 사랑해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자신을 시커먼 구렁텅이의 삶에서 건져내기 위해 자기계발, 자격증 공부, 버킷리스트 작성하기 등을 실행하며 한단계 한단계 앞으로 나아간다. 특히 버킷리스트는 나도 꼭 작성해보길 권한다. 자신이 이루고픈 항목을 하나하나 작성하다보면 이것은 어느새 계획이 되고, 그 계획을 실행을 하면 바로 당신의 꿈으로 직행하는 것이다.

 

인생의 스펙을 쌓기 위함이 아닌 삶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청춘들의 여행을 나는 응원한다. 청춘이라는 것은 아직 충분히 실수할 수 있다는 뜻이고 선택할 수 있다는 기회가 충분히 남아 있다는 거니까.

 

작가는 20여개국을 여행하며 삶의 고찰을 통한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가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의욕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아가길,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고 시도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안목을 쌓길 조언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가감없이 시행하고 펼치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여행'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작가의 몰디브 여행이었다.

쉼없이 달려온 길에 리셋이 필요하다 느낀 순간, 작가는 주저없이 여행을 떠났다.

 

해가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마냥 울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서러움과 기쁨의 눈물이 반반이었을까.

 

자연 앞에서 우리는 겸손해지고 때론 숙연해진다. 이 벅참, 먹먹함, 환희가 뒤엉켜 공존하는 감정을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여행이 주는 신비로운 마법이다. 나를 둘러싼 허울을 벗고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순간이다.

 

작가는 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설득력 있는 따뜻한 힐러가 되어 그들의 마음속에 강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 꿈과 욕망이 없는 이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어주고 싶다고. 힘들고 방황했던 시절을 겪어본 사람이기에 진심으로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으리라.

 

지금 방황하는 이,

자신의 삶을 하찮게 여기는 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이,

누군가 나를 좀 붙잡아줬으면 하는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에게 나는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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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노답 - 인생은 원래 답이 없다
구본경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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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정답과 오답이 있을까?

인생

인생은 원래 답이 없다

왜 인생에서 답을 찾으려 했을까?

나는 왜 인생의 결말이 궁금했을까?

지금 살기도 벅찬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늘 자주 사용하는 문구가 있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알면 어쩔것인가? 과거의 잊고 싶은 그 순간을 잠시 피할 순 있더라도 결국은 어떻게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더라.

그게 운명이든 우연이든 필연이든.

작가는 자신의 성장과정과 회사생활, 교우관계를 통해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인생의 희노애락을 책속에 가감없이 표현한다. 작가 스스로 느낀점과 독자에게 해주고픈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일침보다는 권유를 통해 자신과 같은 처지 혹은 더 아픈 삶을 살아왔을지도 모를 이들을 보듬고 다독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삶과 내 삶이 환경적으로 비슷한 부분들이 있어 더욱 와닿았다. 그동안 나 자신을 얼마나 혹독하게 벼랑끝으로 내몰며 살아왔는지, 주변에 늘 나를 생각해주는 이들을 바보같이 등한시 하며 살아온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닫게 해줬다.

나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생각을 고쳤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 해도 내 선택은 변함이 없었을거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건 내가 나를 지키고 내 삶에 최선을 다해야할 뿐이라는 것.

인생은 달콤하면서도 쓰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다. 작가도, 나도, 당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시종일관 나는 세상에서 제일 귀한 사람이다, 과거 속의 내 모습에 머물지 말고 용기있게 앞으로 나아가길 당부한다.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져 힘들어 할 즈음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어떤 말보다도 따뜻한 울림이 책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리고 은은하게 마음 저편으로 퍼져나간다.

책으로 출간하기까지 큰 용기를 내셨을거란 생각이 든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커왔든 시커먼 동굴 속에서 살아왔든 많은 사람들에게 '나 이렇게 살아왔어요' 하고 말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그 아픔들이 어느 정도 치유되고 남은 인생을 더욱 빛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있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굳이 정의내리자면 그 어느 것에도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만들어가는 길..

그게 인생의 답이 아닐까?

이 책을 읽은 나와 앞으로 읽을 당신도 더는 그 아픔속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오늘 한번 더 자신을 칭찬해주고 보듬어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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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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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때는 1917년, 어진말 출신의 세 소녀 버들, 홍주, 송화는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사진신부가 되어 머나먼 미지의 땅인 하와이(포와)로 떠난다. 사진신부란 신랑이 신부에게 약간의 지참금을 보내면 신부는 신랑이 사는 나라에 가서 결혼하는 여인을 일컫는다.

주인공 버들의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의 훈장으로 서당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아버지가 의병으로 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하면서 버들은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어머니를 도와 삯바느질을 하면서 동생들을 돌본다. 늘 가슴속에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그녀는 사진신부가 되면 호의호식 하면서 원하는 공부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박물장수의 권유에 심하게 동요한다. 딸이 자신처럼 지긋지긋한 가난에 허덕이며 살다 죽을까봐 안타까웠던 버들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만큼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가 사진신부가 되어 하와이(포와)로 떠날 것을 허락한다.

늘 가슴 속 깊은 곳에 배움에 대한 열망을 숨겨두고 살아야만 했던 버들, 일찍이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되어 조선에서 낙인찍힌 채 더는 살기 싫었던 홍주, 무녀의 손녀이자 정신이상자 어머니로 인해 돌팔매를 맞으며 살아야 했던 송화, 이 세 소녀는 서로 다른 사연을 뒤로한 채 머나먼 이국땅이자 꿈에 그리던 파라다이스인 하와이(포와)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는다.

세월이 흐르고 세 여인도 각자의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지만 하와이(포와)에서의 삶은 상상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고된 노동과 반복되는 혹독한 일상으로 녹록치 않았다. 그러나 버들, 홍주, 송화는 각기 다른 지역에서 살다 이사하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도 늘 서로를 위하며 돌봐준다.

버들의 남편이 일본으로부터 조선의 독립을 위해 중국으로 떠났을 때도, 홍주의 남편이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본처가 있는 조선으로 홍주만 홀로 남겨둔 채 떠났을 때도, 남편이 세상을 뜨고 아이를 밴 송화가 홀로 시름시름 앓며 시들어가고 있을 때에도 세 여인은 서로를 친자매 이상으로 아끼며 자신들을 향해 닥쳐오는 온갖 고난, 역경, 분노, 좌절, 슬픔에 굴하지 않고 힘을 합쳐 당당하게 맞서 살아나간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던 장면들이 나로 하여금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고 그녀들의 기쁨, 눈물, 위로, 용기가 '너 잘 살아나가고 있어!'라고 응원해주는 것만 같았다.

" 저 아들이 꼭 우리 같다. 우리 인생도 파도타기 아이가." (중략) 버들은 홍주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저쪽에서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송화를 바라보았다.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 P324

"부모 자식 간에 인사는 무신. 우리 어무이는 왜놈 없는 시상에서 살라꼬 내를 여로 보냈지만 내는 공부시켜 준다 캐서 온 기다. 돌이켜 보면 내는 새 시상 살라꼬 어무이, 동생들 다 버리고 이 먼 데까지 왔으면서 딸은 내 곁에 잡아 둘라 카는 기 사나운 욕심인 기라. 내는 여까지 오는 것만도 벅차게 왔다. 인자는 니가 꿈꾸는 시상 찾아가 내보다 멀리 훨훨 날아가그레이. 그라고 니 이름처럼 고귀한 사람이 되그라. 암만 멀리 가도 여가 니 집인 걸 잊어삐리지 말고." - P384

책을 펼친 순간부터 휘몰아치는 감정의 변화와 극강의 몰입감,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장면 묘사 등으로 마치 영화를 보듯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갔다.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스콜(열대 지방에서 대류에 의하여 나타나는 세찬 소나기)이 그친 후 피어오르는 무지개는 모진 풍파와 역경 후 빛을 향해 걸어가는 그녀들의 인생을 빗댄게 아닌가 싶다. 내가 만약 그녀들이 살아온 굴곡진 인생을 살아야만 했더라면 나는 매 순간 용기를 잃지 않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책을 덮는 순간, 가슴 속 깊은 한켠에서 뜨끈하고 찌릿찌릿한 무언가가 솟아오른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의 여운이 쉬이 사라지지 않은 채 그녀들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아프게, 뜨겁게, 기쁘게 인생의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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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가방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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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조금 더 즐거워지려고

오늘 떠났습니다. 제주.

고사리 소풍. 봄의 식탁.

 

이 문구가 나를 설레게 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제주살이'

나에게 '제주도'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곳.

어릴 땐 제주도가 어느 먼 나라 중 하나인 줄 알았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나중에 크면 비행기 타고 꼭 가봐야지'라고 다짐하곤 했다.

 

몇 해 전, 한 때 제주살이가 열풍이었고 나역시 '한달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득 품은 때가 있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 책은 그런 제주살이에 대한 동경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줘서 한동안 곁에 두고 볼 것 같다. 김성라 작가의 자전적 만화 에세이로 지친 서울살이가 힘들 때면 고사리 한철이 시작되는 4월, 고향인 제주로 훌쩍 떠난다고 한다.

 

엄마는 봄이면 바람이 난다.

4월의 일주일.

나는 엄마의 바람길에 친구가 된다.

아니, 그건 핑계일지도 몰라.

나도 바람이 나는 건지도 모른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 마음은 자꾸 설레어간다. 상상을 해본다. 푸르른 들판, 적당히 살가운 바람, 봄내음, 따스한 햇살. 고사리를 꺾어 담아 불룩해진 가방을 메고 슬렁슬렁 걷다보면 어느새 만나게 되는 홀로 만개한 산벚나무.

 

이 순간을 말로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그렇게 일주일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 눈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 풍경들이 하나하나씩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책의 말미엔 이런 여운을 남긴다.

 

어딘가로 씩씩하게 걸으면서

그 길에서 찾은,

좋아하는 것들을 담은

불룩한 고사리 가방을

메고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확확 걷지 말고

발 조꼬띠도 잘 살피면서.

그러다 보면

만나게 될 것이다.

 

만개해 있는 산벚나무라든가

나와 닮은

불룩한 고사리 가방을 멘

누군가를.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해본다. 지금 나의 가방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동안은 이 책 '고사리 가방'이 담겨 있을 듯 하다. 나에게 봄을 선물해준 책. 나도 같이 여행가고 싶어지는 책. 제주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연둣빛 들판을 한아름 품은 책.

 

당신의 가방 안에도 이 책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질 봄을 기다리는 당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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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 완화의학이 지켜주는 삶의 마지막 순간
캐스린 매닉스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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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아직도 그 날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의 하나뿐인 사랑하는 할아버지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일주일 만에 차가운 병실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하셨다. 그 때의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누워계신 할아버지의 다리를 주물러드리는 것과 할아버지가 호흡하실 때마다 투명한 작은 관의 탁구공 같은 물체가 오르내리는 것을 체크하는 것뿐.

 

의식조차 흐릿한 할아버지는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으시곤 가족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시며 행복하게 잘 살라는 당부를 아끼지 않으셨다. 푹 자고 일어난 듯 한 얼굴을 보며 기적이 일어난 건가 싶어 어린 마음에 얼마나 기뻤었는지... 30여분이 흐른 뒤, 갑자기 할아버지의 호흡은 급격히 떨어졌고 눈을 감은 채 그렇게 우리의 곁을 떠나셨다.

 

살면서 힘들 때마다 나는 그 날을 생각한다. 그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이 나서 당신의 몫까지 더욱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어느 순간 힘이 들 때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그런 순간이 한번쯤은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고 눈물이 흘러 한 장 한 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수천 편의 드라마, 영화에서 생의 마지막에 선 이들과의 이별 장면이 나온대도 이 책만큼 죽음에 관해 사실적이고 때론 담담하게, 때론 가슴 저리게 표현해낼 수는 없으리라...

 

이 책의 저자는 완화의료 컨설턴트로서 자신이 담당했던 환자와 보호자, 가족과 함께 일한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죽음은 우리가 막연히 두려워하고 터부시해야 할 것이 아닌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자 일부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죽음에 직면한 환자들, 그들의 절망과 막연한 두려움이 완화의료 컨설턴트들의 적절한 치료와 끊임없는 상담(따뜻하고 친절한 대화)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평온하게 삶의 마지막을 거두는 순간들, 그런 환자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사후 관리까지 이뤄지는 시스템을 보면서 내가 할아버지를 보내드린 그 때 당시엔 왜 이런 제도가 없었는지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 때 내가 이 책을 미리 접할 수 있었더라면..

 

저자는 강조했다. 환자의 보호자들이 이별 후 담담하게 지내더라도 계속해서 고인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같이 나누며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 미리 알았더라면 홀로 남겨지신 할머니의 마음을 한번 더 살피고 보듬어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너무도 묵묵히 덤덤하신 모습에 그 깊은 내면의 숨죽인 울음까지는 알 길이 없었다.

 

책에는 단순히 '죽음이란 이렇습니다'라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궁금함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삶이 힘들다고 죽음이란 단어를 떠올린 내 자신이 참 부끄럽게 느껴졌고 잠시나마 삶을 기만했던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나약해질 수 밖에 없기에 두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을 읽은, 혹은 읽을 독자라면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마냥 두려워하며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남은 시간 동안 내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용서하며 평온한 마음으로 삶을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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