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가방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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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조금 더 즐거워지려고

오늘 떠났습니다. 제주.

고사리 소풍. 봄의 식탁.

 

이 문구가 나를 설레게 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제주살이'

나에게 '제주도'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곳.

어릴 땐 제주도가 어느 먼 나라 중 하나인 줄 알았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나중에 크면 비행기 타고 꼭 가봐야지'라고 다짐하곤 했다.

 

몇 해 전, 한 때 제주살이가 열풍이었고 나역시 '한달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득 품은 때가 있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 책은 그런 제주살이에 대한 동경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줘서 한동안 곁에 두고 볼 것 같다. 김성라 작가의 자전적 만화 에세이로 지친 서울살이가 힘들 때면 고사리 한철이 시작되는 4월, 고향인 제주로 훌쩍 떠난다고 한다.

 

엄마는 봄이면 바람이 난다.

4월의 일주일.

나는 엄마의 바람길에 친구가 된다.

아니, 그건 핑계일지도 몰라.

나도 바람이 나는 건지도 모른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 마음은 자꾸 설레어간다. 상상을 해본다. 푸르른 들판, 적당히 살가운 바람, 봄내음, 따스한 햇살. 고사리를 꺾어 담아 불룩해진 가방을 메고 슬렁슬렁 걷다보면 어느새 만나게 되는 홀로 만개한 산벚나무.

 

이 순간을 말로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그렇게 일주일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 눈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 풍경들이 하나하나씩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책의 말미엔 이런 여운을 남긴다.

 

어딘가로 씩씩하게 걸으면서

그 길에서 찾은,

좋아하는 것들을 담은

불룩한 고사리 가방을

메고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확확 걷지 말고

발 조꼬띠도 잘 살피면서.

그러다 보면

만나게 될 것이다.

 

만개해 있는 산벚나무라든가

나와 닮은

불룩한 고사리 가방을 멘

누군가를.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해본다. 지금 나의 가방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동안은 이 책 '고사리 가방'이 담겨 있을 듯 하다. 나에게 봄을 선물해준 책. 나도 같이 여행가고 싶어지는 책. 제주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연둣빛 들판을 한아름 품은 책.

 

당신의 가방 안에도 이 책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질 봄을 기다리는 당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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