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구를 위하여 공부하는가 -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교육 프로젝트
에르빈 바겐호퍼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를 위하여 공부하는가
에르빈 바겐호퍼, 자비네 크리히바움, 안드레 슈테른 지음
유영미 옮김
생각의날개
교육이 아이의 창의성을 체계적으로 없애고 있다
처음 읽으면서는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의 누가 쓴 책인가 헷갈렸다. 좀 정리가 되고 나니 에르빈 바겐호퍼는 오스트리아에서 일한 걸 보니 오스트리아 사람인가 싶었는데, 이름을 보니 독일 사람인가 싶다. 독일에서 2009년 다큐멘터리 감독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의 바탕이 된 다큐멘터리 영화 <알파벳>을 제작하여 교육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학교교육의 가능성과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을 마련해 주었다.
자비네 크리히바움은 빈에서 공부한 걸 보니 오스트리아 사람인가 싶다. 빈과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안드레 슈테른은 파리에서 태어났으니 프랑스 사람인가.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학교에 다니지 않았고 아들 안토닌 역시 학교에 다니지 않을 건가 보다. 저서로 <<나는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가 있다. 안토닌 얘기가 책에 많이 나오는데 아직은 어려서 과연 계속해서 학교에 안 다닐 건지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학교는 8살에 가는 거니까. 안토닌은 그 보다 어린 것 같다. 2011년에 2살 정도이니 2010년생으로 치면 지금 2015년엔 6살이다. 교육기관에 안 보낸다니 우리나라로 치면 어린이집에 안 보내는 건 확실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3살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보편화되었으니 6살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안 보낸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긴 할 거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정말 100% 공감했다. 그렇지만 또 한 편으로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이런 생각에 공감하며 이렇게 행동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하는 생각에 외롭고 쓸쓸해졌다. 우리 아기는 지금 3살이고 만으로는 14개월이 조금 지났다. 아직 혼자 걷지 못하고 말도 못 한다. 그런데도 벌써 어린이집 얘기가 나온다. 어린이집 원장들이 수시로 찾아와 어린이집에 보내라고 난리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아는 언니도 어린이집에 대기명단 등록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엄마가 아이를 기르겠다는 건 유별난 걸까?
안토닌은 생후 18개월 때 ‘마술피리’를 20분 동안 보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2시간을 다 보았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말이다. 안토닌의 부모님들은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합의를 보았고 아이에게 홈스쿨링도 필요없다고 말한다. 그저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지지해 주면 된다고. 그래서 나도 마음이 놓였다. 시간표를 짜서 이거저거 하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냥 아이 원하는대로 지지해 주면 되는 것이다. 아이가 걸음마하고 봄이 되면 밖으로 많이 놀러 다녀야겠다. 숲 유치원에 관한 책도 있던데 내가 애 데리고 숲에 다니면 되지. 남편이 어린이집에 언제 보낼 거냐고 묻길래 7살에 유치원이나 보낼까 한다고 했더니 지지한다며 많이 놀러 다니라고 한다. 최대한 돈이 적게 들면서도 잘 놀 궁리를 해야지. 이 책을 읽고 정말 맞다고 느낀 것은 내가 학교 교육을 받으며 별로 얻은 게 없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그걸 찾을 수 있는지 어떻게 그걸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는 심지어 주구장창 문제집만 풀었을 뿐이다. 그게 무슨 교육인가.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생각할 시간과 여유를 찾은 것 같다.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취직을 하고 돈을 벌면서 나는 없었다. 그저 사회의 일원이 있었을 뿐. 지금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그걸 향해 나아가야 할지 조금 알았다. 내 나이 35에. 정말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지만 학교에서 뭘 했나 싶다.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사회성을 걱정하는데 학교에만 사람이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은 늘 곁에 있다. 집에도 있고 문 밖을 나서면 더 많은 사람이 있다. 사람들을 만나면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학교에 다녀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도 많다. 그건 학교에 다니고 안 다니고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문제는 아니다. 아이와 함께 많이 놀러 다니고 싶다.
학교에 다니지 않았고 좋은 부모님을 만난 안토닌의 아빠인 안드레 슈테른이 참 부럽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길러낸 나라가 부럽다. 학교가 창의성을 체계적으로 죽인다는 말에 정말 공감한다. 의도적으로라고 하지는 않았다. 의도하지는 않지만 체계적으로 죽인다라는 말에 정말 공감한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재능을 살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을 꿈꾸며 행복한 상상에 젖는다.
내가 감명깊게 본 책의 부분들을 소개하며 마치겠다.
161쪽: 내 몸 속에서 폐와 간이 싸운다고 생각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어요. -게랄드 휘터(뇌 과학자) -교육에서 경쟁모델이 불합리하다.
185쪽: 밀을 비롯한 기본 식량을 가지고 투기를 하는 “금융 곡예사”는 제과공 월급의 천 배를 벌어들일 뿐 아니라, 무책임한 이윤추구 행위로 식량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그로써 기아와 기아로 인한 죽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198쪽: 아이가 팔꿈치로 다른 사람들을 밀친다면 그것은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배운 것이에요.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배워요! 이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최대의 잘못된 가르침은 발전하고 진보하려면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그러나 생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만남과 교환이에요.
201쪽: 나는 안토닌이 특별 지위로 밀려나지 않았기에 자기 자신과 주위를 더럽히지 않고 “정상적으로”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불어 살며 안토닌이 자연스레 보고 배우는 어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데, 안토닌이 왜 그렇게 하겠는가?!
207쪽: “새끼 고양이가 쥐 잡는 걸 어떻게 배우나요?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일단 가만히 앉아서 관찰하는 것을 배우고, 다음 단계로 쥐를 잡아서 움켜쥐는 걸, 마지막으로 쥐를 먹는 걸 배워야지만 쥐잡기에 능숙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새끼 고양이는 이 모든 걸 저절로 배우죠. 저절로 배우는 걸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새끼 고양이가 이미 쥐를 잘 잡는 다른 고양이가 어떻게 하는지를 볼 기회만 있으면 말이에요. 두뇌를 가지고 있는 모든 포유동물들이 마찬가지예요. 각각 종 특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최정적인 두뇌구조는 유년기 동안 활용 여하에 따라 형성되지요. 인간의 아이들 역시 나중의 삶에 중요한 거의 모든 걸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랄트 휘터(뇌 과학자)
209쪽: 혼자서는 거의 걸을 수가 없는 아이였다. 큰 발짝을 떼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작은 나뭇가지가 앞길을 가로막기라도 하면 울음을 터뜨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2년간 숲에서 오전 시간을 보낸 지금은 활짝 웃으며 들판을 뛰어다니게 되었다. 그 외에도 아이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날마다 학교 의자에만 앉아 있었더라면 이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213쪽: 흥미와 자극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모든 것을 배우는데 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가? 때가 되면 스스로 훨씬 더 잘할 수 있는데 뭐 하러 인공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해야 하는가? 아내와 나의 생각은 한결 같았어요.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가르침, 즉 체계적인 가르침에 노출시키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우리는 집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았어요. 홈스쿨링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가르치는 것을 완전히 배제했어요.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저 아이들을 뒷받침해 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요.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일에서 아이들을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말이에요.”
231쪽: “오늘날 아이에게 부족한 것은 치료가 아니라 그들에게 적합한 세계이고, 성취에 기반을 두지 않는 관계입니다. 부모들이 아이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할 수 있게 된 이래 아이의 가치는 급상승하였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기르기로 결정했다면 아이는 또한 성공적으로 자라 줘야 하는 거죠. 오늘날 아이들은 보물이며, 빛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로 여겨집니다.” -레모 라르고(소아과 의사)
240쪽: “우리가 누군가의 이마에 구제불능이라고 쓰자마자, 우리가 누군가를 진단하고, 그를 어느 상자 속에 넣고, 거기에 다운증후군, 과잉행동 장애, 난독증, 읽기 쓰기 장애, 행동장애라고 쓰자마자, 우리가 뭔가를 하자마자 우리는 문제를 만들게 되요. 명목상으로는 아이를 위한다지만 말이에요. 아이는 자신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텐데 말이죠.” -게랄트 휘터(뇌 과학자)
248쪽: 그 수업에서 다운증후군은 이런 식으로 정의되었어요.
‘했던 말을 자꾸 다시 하고, 얼뜨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나는 그 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나는 바보처럼 멍하니 있었어요. 동료들은 날더러 뭐라고 말을 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정말로 벙어리가 된 것 같았어요. 너무나 뜻밖의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내가 나중에 그 이야기를 하자 나의 멘토 미구엘 로페즈 페레로는 “하지만 파블로, 너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었어?”라고 말했어요. 그 때 나는 정말로 거의 마비된 것 같았고, 지금 생각하면 당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것이 화가 나요.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정말 무례한 일이에요. 특히 그 자리에 다운인이 있는데 말이에요.” -파블로 피네다(교사) -다운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259쪽: “······논다는 것은 늘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경험이에요. 학교에서는 이것이 가능하지 않지요. 우리는 아이들이 인생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정작 놀이가 중요시되어야 합니다. 놀이는 모든 능력을 요구하고, 모든 능력을 발달시키니까요. 놀이를 통해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거예요. 다른 것이 필요 없지요. 춤추고, 음악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게 우리 아이들에게 삶의 기본이 되어야 하죠. 그러면 다른 모든 것은 저절로 이루어져요. 소위 이런 비주요 과목들이 아이들의 주된 활동이 되어야 해요. 그러면 아이들은 다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충만한 인간이 되는 거예요.” -아르노 슈테른(교육학자, 말오르트의 창시자) -말오르트가 뭔지 모르겠다. 아시는 분 댓글로 좀 알려 주세요^^
이 서평은 생각의날개 출판사에 책을 무상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