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되고 싶어! 스푼북 창작 그림책 4
김향수 글, 김효정 그림 / 스푼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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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되고 싶어

 

글 김향수

그림 김효정

스푼북

 

 

 

 

아이들은 이를 닦기 싫어한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으니까. 우리 남편은 지금도 그러니까.

내가 이 닦기를 업무처럼 열심히 하게 된 건 이를 한 개 떼우고 나서 부터다. 그 때의 고통을 잊을 수가 없기에 다른 이는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고 나는 마치 밥을 먹고 나면 꼭 해야 하는 업무처럼 이를 책임감을 가지고 닦는다. 그래서 지금은 떼운 이를 빼고는 비교적 이가 건강한 상태인 것 같다.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앞니가 갈변한 것 말고는 지금 내 심기를 건드리는 이는 딱히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남편은 다르다. 남편은 지금도 이 닦기를 너무나 싫어해서 하루에 한 번도 안 닦을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 채환이가 나중에 그 모습을 보고 배울까 봐 걱정이 된다. 그래도 결혼 후에 좋아진 편이다. 그런데 좋아진 게 하루에 한 번 닦을까 말까이니... 예전엔 참... 더러웠을 거다.

이 책엔 괴물이 나온다. 어마무시한 괴물이. 그 괴물은 태어나서 한 번도 안 씻은 데다가 각종 벌레들이 눈 똥이 그대로 붙어있는 말 그대로 정말 괴물이다. 그 괴물은 말한다. 인간은 원래 괴물로 태어났는데 닦고 좋은 걸 먹어서 인간이 된 거라고. 그러면서 삼 일만 자기처럼 안 씻고 몸에 안 좋은 것만 먹으면 괴물이 될 거라고 괴물이 되는 비법을 말해 준다. 너에게만 특별히 알려 주는 거라면서 말이다. 넌 괴물이 될 자질이 보인다면서.

거기에 언뜻언뜻 아직도 보이는 나의 모습에 섬뜩했다. 난 아직도 몸에 안 좋은 초콜릿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은 이를 안 닦고 잘 때도 있고.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헤이해진 이 관리 상태를 반성했다. 그리고 나부터 이도 더 잘 닦고 과일과 채소도 많이 먹고 몸에 안 좋은 초콜릿은 조금씩 멀리하기로 다짐했다. 난 정말 괴물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아름다운 인간으로 살고 싶으니까. 우리 남편에게도 꼭 보여주고픈 책이다.

채환이가 좀 커서 글을 읽게 되거나 아니면 그 이전에 내가 이 책을 읽어주게 될 때 채환이가 이 책을 보며 어떤 반응일까 상상해 본다. 첫 아이라 너무나 그 반응이 궁금하다. 아기를 낳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그 전에는 관심이 가지 않던 것들에 관심이 가고 더 사랑이 많아진 느낌이다.

채환아, 우리 같이 이 잘 닦자. 엄마가 겪어 봐서 아는데, 이 썩으면 치과 가서 갈아 내고 이랑 비슷한 걸 씌우거든. 그런데 이 과정이 엄청 아프단다. 그러니까 아프기 전에 이 잘 닦아서 썩지 않게 하자. 우리 채환이, 잘 할 수 있죠? 우리 같이 해 봐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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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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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살던 집에는 방이 두 칸, 신발을 신고 나가야 하는 부엌이 한 칸, 세탁기가 있던 아침에 세수하던 욕탕, 멀리 돌아가야 하는 공동 화장실이 한 칸 있었다. 학교 갔다 와서 연탄불이 꺼지면 매운 냄새를 참으며 번개탄에 불 붙여서 간신히 연탄불을 살리고 나면 그나마 얼음짱 같던 방이 반은 따뜻해지곤 하던 그 방. 그 방에서 언니 둘이랑 나, 이렇게 셋이 잤는데 이불 하나를 같이 덮고 자던 그 시절에는 항상 조금은 추웠다. 공부를 하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방하고 부엌 사이에 있는 아주 조그만 사이문(이 문을 지나려면 꼭 허리를 푹 구부려야만 했다)을 열면 팔 하나 만한 시궁창 쥐가 꼬리를 감추며 숨어버리던 부엌. 그런 날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혹시나 쥐를 밟지나 않을까 해서 부엌에 나가지도 못했다.
그런 가슴 아픈-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정답기도 한- 그렇지만 찔끔 눈물이 배어 나오는 그런 기억들이, 기억 저편으로 넘어가버린 줄만 알았던 그런 기억들이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으며 생각이 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마음이 많이 아프고 눈물이 나왔다. 겨우 한사람밖에 지나갈 수 없는 좁은 길, 산동네, 공장들에 둘러싸여 공기도 나쁘고 아이들이 놀만한 놀이터도 마땅히 없는 곳. 정말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가슴아픈 현실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었다. 더 이상 못 견디겠다고 나가버린 엄마, 얼마 후에 아이들을 버리는 아버지. 그런 아이들이 많은 곳. 그래서 그 곳 아이들은 일부러 더 명랑하게 웃거나 떠드는지도 모른다. 말썽을 부리는 아이도 많고 집을 나가는 아이도 많고 불량한 짓을 하는 아이도 많지만 그 아이들을 미워할 수는 없다. 그 아이들의 영혼이 너무나 맑고 여려서 그 여린 가슴에 박힌 상처가 너무나 깊고 아프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에서 명희라는 인물이 확연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해 보았다. 영호는 동수(본드를 하다가 구치소에 들어가 있는 상태)를 좀 돌봐 달라고 명희에게 부탁을 하는데(명희는 대학원에서 상담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 명희는 그 때 자신은 이런 가능성이 없는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이 곳에서 오래 있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3년만 있다가 이 '다'급 학교를 벗어날 거라고 말한다. 그걸 보면서 정말 명희가 미웠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명희가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명예, 지위, 편안함 등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나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명희는 자신이 선생님이 된 것과 대학원에서 상담을 배우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고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동수를 돌봐주기로 한다. 그리고 동수를 도와주면서 명희는 자신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낀다.
명희를 보면서 처음에는 가슴이 아프고 명희가 많이 미웠지만 결국에는 많이 감동받았다. 그리고 사람을 살게 하고 희망을 가지게 하고 힘이 나게 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 책의 커버 뒷면에 나온 말처럼 대부분 우리는 우리나라가 이제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괭이부리말 사람들처럼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도 아직 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읽는 내내 가슴을 시리게도 했지만 또한 잔잔한 감동의 여운도 안겨주는 책이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우리 모두가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고 조금 더 겸손해지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아직 소외된 우리의 이웃을 위하여 우리의 사랑을 많이많이 키워서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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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 세상속에서...좋은하루되시길...근....

늘해바라기 2015-01-20 17: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함께함이 즐거운 아름다운 세상-함께 만들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