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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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지음

북멘토 펴냄

 

 

 

사실 제목이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러브레터는 몇 편 없으니 말이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다산 정약용의 시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제법 도연명 자식보다 낫구나,

아비에게 밤을 부쳐 온 걸 보니.

따지면 한 주머니 하찮은 것이지만

천리 밖 굶주림을 위로코자 한 게지.

아비 생각하는 그 마음 어여쁘고

주머니 봉할 때 그 손놀림 어른거리네.

먹으려다 되레 마음에 걸려 서글피 먼 하늘을 바라보네.

-109

 

위 시가 정약용의 시다. 자식이 부쳐 온 밤에 감동받은 아버지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유배 중인 슬픈 처지에 먼 하늘을 바라보며 시는 끝나고 있다. 나는 정약용이 참 좋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고 학문에 정진했고 자식들을 직접 볼 수 없는 시절에 편지를 써서 자녀들에게 당부의 말을 많이 전했다. 삶에서 자신이 아는 것들을 실천하고자 한 실천파이기에 나는 정약용이 참 좋다.

 

여덟 살 어린 딸이 아버지가 평소 여름이면 즐기던 수박씨를 여름 내내 모아서 말려 보내왔다. 작은 소반에 수박씨를 널어 햇살에 말리는 딸아이의 조막만 한 두 손이 눈앞에 그려진다.

-117

 

위 글은 이광사의 시를 보고 쓴 저자의 글이다. 중국에서는 수박씨가 흔한 기호 식품이라고 한다. 떡에 소로 넣어 먹기도 하고 설탕 가루에 버무려 먹기도 한다고 한다. 참 신기했다. 조선 후기 시서화로 이름난 원교 이광사도 평소 수박씨를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배지에 있을 때 어린 막내딸이 말려 보낸 수박씨를 받고 답장으로 시를 써서 딸에게 부쳤다. 처음에는 수박씨를 먹는다는 것이 신기해 표시해 둔 곳인데, 지금 보니 어린 딸의 정성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더 애틋하게 전해져 온다.

 

나는 완전 바보 그대는 반절 바보

시를 지어 새벽녘에 그댈 부르네.

기다려도 오지 않아 꿈에까지 찾았건만

그대 와서 읊조릴 적 나는 알지 못했노라.

-223

 

위 시는 이병연이 지은 시이다. 얼핏 보면 러브레터로 보이나 아니다. 벗의 자호를 넣어 지은 시라고 하니 말이다. ‘반치가 반절 바보인데 이것이 이태명이라고 한다. 이태명을 반절 바보라 한 것이다. 그 이유는 써 놓은 것과 같다. 함께 시를 짓자고 이태명을 불렀는데 이태명이 오지 않아서 이병연은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었고 이태명의 꿈까지 꾸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는 사이에 이태명이 와서 시를 읊을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한시는 참 운치가 있다. 정겹고 멋지다. 벗 간의 우정도 참 재밌고 귀하고 정답다. 요즘 우리 사이에도 이런 시를 서로 적어 주고 받고 읊조릴 친구가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나도 이런 친구 하나 있다면 참 좋겠다. 받고 싶은 대로 베풀라고 했던가. 그래서 나는 먼저 이런 편지를, 시를 오늘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답장은 차마 받지 못할지라도. 낙심하지 않을 각오를 하고서.

한시 러브레터. 너무 기대가 커서였을까. 러브레터가 생각보다 적어서 실망한 것도 조금은 있다. 소위 말하는 달달한 연애 편지는 비록 적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편지는 받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므로 모든 편지가 러브레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제목을 좀 더 내용에 충실하게 지었더라면 나는 조금 더 이 책에서 감동을 받았을 것 같다.

 

지은이 강혜선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다. 조선 후기 한문학을 전공했다.

 

편지에 서정시를 써 보내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 한시가 편지시인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편지시를 가려 뽑아 놓은 책이다. 여기에는 맑고 깨끗한 마음의 선물이 있으니 마음으로 그것을 받길 바란다고 저자는 적고 있다.

 

처음에는 술에 관한 시가 많이 나온다. 기독교인인 나에게는 생경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마음에 와 닿는 시가 많을 것이다. 나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술에 관한 시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도 않고, 이것을 첫머리에 넣은 것도 별로라는 생각을 한다.

그 다음에는 가족에게, 친구에게 마음을 전한 시가 나온다.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은 위에 소개했다.

한시와 옛 편지, 그 속에 담긴 선인(先人)들의 정서가 궁금하신 분은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이 독후감은 해당 출판사에서 책을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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