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 더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위한 철학의 지혜
천자잉 지음, 박주은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더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위한 철학의 지혜 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천자잉 지음

박주은 옮김

블루엘리펀트 펴냄

 

블루엘리펀트는 동아일보사의 다른 이름이다.

저자인 천자잉은 중국인이며 철학자이다.

이 책은 제 1부 나는 왜 철학을 하는가, 2부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3부 우리 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로 짜여져 있다.

나는 먼저 이러한 좋은 책을 펴낸 블루엘리펀트에 참 감사하다. 내가 왜 지금까지 천자잉을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생각은 넓고 깊었다. 정말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감탄과 감동에 탄식이 절로 흘러 나왔다.

처음 저자는 반달곰 구조 활동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반달곰의 안타까운 실상을 알게 된 사람이 반달곰을 돕는 것은 에이즈 환자보다 반달곰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끌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의 선택에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까지 포함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누군가가 반달곰을 구조하기로 한 것은 자신의 선택이지 누군가가 강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는 왜 에이즈 환자를 돕는 일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에이즈 환자가 반달곰보다 중요하지 않아셔였을까? 아니다. 어느 날 우연히 반달곰 사육장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반달곰이 불쌍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그는 반달곰 구조 활동에 이끌린 것이다. 내 친구도 바로 이렇게 해서 이끌렸다. ’(15)

 

나는 이 부분을 읽고나자 천자잉의 팬이 되어 버렸다. 그 동안 내가 가졌던 의문들, 생각들을 정말 일목요연하게 잘 써 놓았다. 감탄이 나왔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속이 시원했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 끝에서 맴돌기만 할 뿐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그는 정말 잘 써 놓았다. 정말 속이 다 후련했다.

 

어느 한 종교가 진정으로 자신을 다른 종교와 평등하게 여길 수 있을까? 나는 종교에 관한 저작을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이 문제를 중심에 두고 있는 몇 안 되는 저작 가운데 하나를 읽을 수 있었다. 바로 이 글에서 다루려는 한스 퀑(스위스 태생의 가톨릭 사제이자 저명한 기독교 신학자로, 종교 간 대화를 주창한 인물옮긴이)진정한 종교란 무엇인가이다.

한스 퀑은 어디까지나 그 자신이 기독교인 신분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현대의 개명한 사상에 비추어 자신의 민족, 문화, 종교만을 고등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기독교가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회나 기독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면, 그런데도 교회와 기독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다. 한스 퀑은 이 난제에 답하기 위해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인성 차원의 보편적 윤리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즉 진정한 종교라면 이런 총체적 윤리 기준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위대한 종교는 그 종교만의 규범이 기록된 고유한 경전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기독교의 특수한 기준에 가까운데,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종교는 참되고 선한 것이다. 나는 이 기준을 기독교에 직접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독교는 얼마나 그리스도의 정신에 부합하는가라는 자기 비판적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이 기준은 또한 타 종교에도 간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기독교 내부의 관점과 외부의 관점에서 각기 토론해볼 수 있지만, 외부 관점에서 보더라도 많은 종교가 이런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사유가 필요한 철학적, 신학적 논증만이 아니라 일종의 종교적 격려, “어떤 종교든 그것이 나의 종교일 때 비로소 진리에 대한 토론이 인간의 마음을 격동시키는 깊이에 다다를 수 있다”.(192, 193)

 

, 이 뒤로도 한스 퀑의 얘기는 계속된다. 이걸 읽으면서 정말 가슴이 탁 트였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정말 하나님을 믿으면 천국에 간다고 하는데, 기독교에서는 천주교를 이단으로 본다. 그렇다면 천주교인들은 다 지옥에 가나? 그럼 조선시대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처음 들어와 그 시대에도 주님 위하여 목숨을 바친 천주교도들이 있는데 그들은 천주교 믿어서, 기독교를 믿지 않아서 다 지옥에 갔나? 나는 이 물음을 꾸준히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으며 참 재밌었다. 그런데 내 느낌은, 그냥 내 생각은,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신데 설마 기독교가 아니고 천주교를 믿어서 지옥에 갔을까 싶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남편과 얘기해 본 결과 남편도 나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기독교인이냐 천주교인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에 가기 때문에 참으로 예수님을 믿은 사람들은 천국에 갔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스 퀑은 보수주의 기독교계에서는 배워서도 안 되고 알아서도 안 되는 금기시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이 책을 일고 천자잉을 알게 되었고 좋아하게 됐다. 내가 중학생 때 꿈꿨던 사람이 이런 천자잉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흥분하기도 했다. 그는 박식했고 넓고 깊게 아는 것을 쉽게 쓰는 사람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말 내 뇌에 촉촉한 단비를 내려 주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너무 서양 철학자들만 소개하고 공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성이 됐다. 이런 좋은 책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20년 뒤에는 지금의 미국처럼 중국이 뜰 거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니 그게 피부로 느껴지며 가까이 다가왔다. 중국, 그 광활한 대륙의 저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다만 한 가지 이 사람에게 아쉬웠던 점은 중국과 서양’(237쪽 등)이라고 쓰면서 너무 중국을 추켜세우고 서양의 반대말이 중국인 것처럼, 동양은 곧 중국, 중국이 곧 동양인 것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이 사람의 한계이리라.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이 중국의 철학자에게 푹 빠지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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