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로봇 천 원에 팔아요! - 용돈으로 배우는 경제 이야기 처음부터 제대로 9
김영미 글, 송효정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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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가계 경제 계획은요?"


지금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마음이 철렁,합니다. 규모 있는 가계 경제를 꾸려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생각처럼 쉽게 안되거든요. (가계부도 제대로 써본 일 없고요. 그냥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사는 방식으로 살림을 하고 있어요) 수입의 규모를 생각해 일정 부분은 저축을 하거나 투자를 하고, 일정 부분은 어떤 목적으로 쓰고. 그런 것들을 계획하고 지켜내는 게 저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마냥 피할 수는 없지요. 가계부를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은 앞으로도 (아마) 어렵겠지만,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 경제 계획을 세우는 일은 꼭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 <내 로봇 천 원에 팔아요!>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경제'와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찬이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두부를 사 오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직거래'라든지, '시장'의 개념이라든지 하는 것을 알게 되어요. '오늘은 엄마를 따라가서 어떤 맛있는 군것질을 할까?'가 아니라,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지?', '왜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까?'하고 생각해 보게 된 거예요.


자연스럽게 교환이나 화폐의 개념도 알게 된 찬이는, 용돈을 벌기 위해 엄마 아빠를 돕겠다고 합니다. 찬이의 엄마 아빠가 참 멋진게, 찬이에게 계약서를 쓰자고 해요. 그리고 어음을 발행합니다. (바로 용돈을 주지 않고, 어음을 발행해 일주일에 한번 돈으로 바꿔주는 게 참 좋아 보이더라고요! 아이가 규모 있게 용돈을 쓰는 법도 알게 될 테니까요) 신난 찬이는 용돈 벌기 계획표까지 작성해가며 열심히 돈을 법니다. 그렇게 첫 주에 만 원을 벌었어요! (오오) 그리고 친구들에게 떡볶이를 '쏩니다!'. (ㅎㅎㅎㅎ) ​


찬이는 왜 사람들이 돈을 버는지, 번 돈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돈이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을 거예요. 그 모든 과정이 살아있는 경제공부였겠고요.

 



대개의 경제 개념을 동물의 숲에서 획득한 일곱 살 채니는 찬이를 보면서 여러 가지를 묻습니다. "나는 동물의 숲에서 잡초를 뽑거나 과일을 따거나, 음식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데. 그렇게 빚도 많이 갚았잖아.", "가게에 가서 드레스를 사거나 가구를 살 수도 있지만, ATM기에서 저금을 할 수도 있었어.", "엄마, 내 저금통에는 얼마가 들어있을까? 그 정도의 돈으로는 뭘 살 수 있어? 캐치티니핑 피규어 살 수 있을까?" ...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숫자가 커지고 작아지는 것이 눈으로 보이던 동물의 숲 세계보다 현실 세계의 경제 감각이 뒤떨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무래도 엄마 아빠의 소비생활이 카드나 QR코드로 이루어지다 보니 그런 거겠죠. 마트에서 간식을 사 먹을 때만이라도 의식적으로 아이에게 현금으로 결제를 해보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정 금액을 정해두고, 아이에게 일주일 동안 이 돈으로 간식을 사 먹자고 해봐도 좋겠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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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을 찾아라! - 스스로 깨닫는 책 읽기의 즐거움 처음부터 제대로 4
가수북 지음, 이경석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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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해결책을 찾으시나요?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는요?


요즘은 다들 검색창을 먼저 생각하시겠지요? 저도 며칠 전에 '분봉'이라는 단어를 처음 마주하고는 얼른 네이버 검색창에 '분봉'을 처넣었던 기억이 나요. 정말 순식간에 '분봉'과 관련한 많은 정보들이 쏟아지더라고요.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식적인 부분이 아니라, '문제 상황'이라 하면요? 예를 들어 벌에 쏘였다거나, 친구와의 갈등으로 마음이 상했다거나 했을 때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던 검색창도 어떤 질문 앞에서는 말을 잃어요. 혹은 너무 많은 말을 해서 외려 그 속에서 더 큰 함정에 빠지게도 되고요.



그렇다면 '책'은 어떤가요?


제가 어렸을 때는 모든 정보가 다 '책'에 있었어요. 한 손으로 들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백과사전을 낑낑대며 꺼내 찾아보고, 오래 찬찬히 보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에서 복사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써넣는 것만으로도 정리된 정보들이 쏟아지니 그럴 일은 없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책'도 필요 없어진 걸까요? 이 책 <해결책을 찾아라>는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책과 친해질 수 있는지 소개합니다. 책 속에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등장해요. 이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내 생각에는 책을 찾아보면 될 것 같아. 우리 집 강아지 해피가 갑자기 낑낑 소리를 내다 컹컹 소리를 지르다 오락가락 이상한 짓을 했을 때, 그때도 왜 그런지 책에서 찾아냈거든!"


"책책책, 너는 만날 책! ... 아니 어쨌든 그 책 소리 좀 그만해.


안 그래도 우리 형이 요새 재미없는 책에만 빠져서 나랑 놀아 주지도 않는 통에 정말 짜증 난단 말이야." (본문 중에서, 14쪽)



낯설지 않은 이야기지요? 이랬던 두 친구가 도서관에 가서 사서 선생님에게 진짜 책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 묻습니다. "그러니까 네 동생의 이상한 장난을 멈추게 할 방법이 담긴 책을 찾아달라는 얘기니?" (ㅎㅎㅎ)(사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꼭 맞는 책을 찾아줄 수 있었을까요?) 함께 책을 살피던 아이들과 사서 선생님은 왜 책이 재미있고, 또 왜 책이 재미없었는지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이 읽으라고 해서, 책 읽는 모습을 부모님이 좋아하니까 책을 읽었던 아이들도 책의 재미에 조금씩 빠져들게 되지요.



책을 좋아하고, 그래서 책을 많이 사기도 하고 읽기도 하는 저는 이 책이 읽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아이들이 진짜 책을 좋아하게 되었거든요. 그 가운데 아이들이 책 읽기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어쩐지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왜 책을 좋아하고, 읽는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도 됐고요. (특히 늦게 한글을 배워 독서의 재미에 빠진 할머니의 이야기가 울컥하지요. '세상엔 나만큼이나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처지가 어찌나 생생하게 쓰여 있는지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기도 했다고.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고작 슬프다, 눈물 난다, 외롭다, 이런 말만 했는데 어쩜 그렇게 또렷하게 표현을 할 수 있는지 감탄이 나더라고.' 그 이야기가 정말 좋았어요)



그렇게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나의 마음을 정교한 언어로 표현한 문장에 감탄하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고, 또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사람들도 이 세상에 함께 살고 있음을 알게 되기도 하지요.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되고요. 또 저자가 왜 이런 말을 썼을까, 왜 이런 형식으로 썼을까- 생각하다 보면 마치 탐정 놀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책 속 할머니의 말씀처럼 책 속에는 달콤하고, 짭조름하고, 시큼한 온갖 맛이 다 숨어있지요. 자, 이제 함께 책을 읽어볼까요? 책이 진짜 그래? 그렇게 재밌어? 하는 마음이 든 이때, 얼른 아이와 함께 책장 앞으로 가보세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놀이하듯 재미있게 책을 다시 만나보아요. 그렇게 책을 만나면, 책이 또 다른 책으로 여러분을 인도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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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작아 많아 빨라!
이동주 지음, 이경석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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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의 제목을 '요각류를 아시나요?'라고 써두고도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좀 더 호기심을 일으킬만한 문장으로 바꿀까? 너무 정답을 써 둔 건 아닐까? 하고요. 그럼에도 바꾸지 않고 '요각류를 아시나요?'라고 쓴 것은 많은 분들이 '요각류'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 그림책을 읽기 전까지 요각류가 무엇인지 몰랐거든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어요;;) 그럼 우리 같이, 엄청 작고, 많고, 빠른! '요각류'를 만나러 가볼까요?

 


면지를 넘어가면 작은 점이 툭, 하고 튀어나와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물속에 사는 작은 생물입니다. 나를 연구하는 박사님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안 보인다고요? 그럴 거예요." 하는 이 친구는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지만 눈에 띄지는 않았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누구일까요? 네, 요각류죠! 물속에 있는 식물의 뿌리 쪽을 살살 흔든 다음, 플랑크톤 네트로 물을 스윽- 뜨면 채집할 수 있는데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도 불빛을 비춰보면 뭔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볼 수 있게 되죠. 이번에는 현미경을 이용해 볼까요? 짜잔!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한 이 친구들은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사이에도 로켓처럼 사라지기도 합니다. 정말 많지요. 네, 이 책의 제목처럼 '엄청 작고, 많고, 빨라'요! 그림책 속 박사님은 그림 실력을 십분 발휘해 요각류에 대해 찬찬히 설명합니다. (요각류라는 말을 이 그림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이 부분에 나오는 지식과 정보는 제게 전부 다 낯설고 새로운 것이었어요. 덕분에 요각류가 플랑크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요각'이라는 이름은 '노를 젓는 다리'라는 뜻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광합성을 하는 식물플랑크톤 말고, 다른 작은 생물을 잡아먹는 동물플랑크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요각류는 동물플랑크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요각류 삼총사로 불리는 긴노요각, 검물벼룩, 갈고리노벌레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렇게나 작은 요각류를 구별짓고, 명명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되더라고요.



알고 보니 이 책을 쓴 이동주선생님은 요각류를 연구하는 과학자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적 없는, 그래서 어른들도 잘 모르는 요각류를 그림책으로 설명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작디작은 생물이지만, 요각류가 환경 생태계에서 가지는 역할은 작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으셨던 것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실로 요각류가 물속에 많다는 것은 물고기나 다른 물속 생물들의 먹이가 풍부하여 물속 생태계가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물고기 어획량을 요각류의 개체 수에 따라 예측하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신기하지요?



어쩌면 오늘 아침 제가 마신 물에도 요각류가 들어있었을지 모르겠어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살리고 있었던 환경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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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홍길동이다! - 홍길동전 처음부터 제대로 우리 고전 1
허균 원작, 허윤 글, 이경석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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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서얼로 태어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갖은 멸시와 천대, 견제를 받아야 했던 홍길동. 한국인이라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 없고, 그의 사연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바 있으나- 그의 일대기를 쓴 '홍길동전'을 제대로 읽어본 이는 어쩐지 드물다.



조선시대의 소설이니 당연히 한자로 쓰였을 것 같지만, <홍길동전>은 한글로 쓰였다. 게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영웅소설이고, 당시 사회상을 비판하고 있는 사회소설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홍길동은 연산군 시절 실존했던 도적떼의 두령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 소설 <홍길동전>이 시사하는 바가 어찌 작을 수 있으랴. ... 홍길동전에 대한 소개를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자면, 이는 홍길동이라는 인물의 일대기이며 정확하게 영웅의 일대기로 쓰였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영웅서사의 조건을 다 갖춘 것이다. 고귀한 혈통을 지녔으면서, 비정상적으로 잉태되거나 출생하였고(서자), 비범한 능력을 가졌으며(태몽으로 용꿈을 꾸고, 총명하며, 배우지 않은 도술도 구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어려서 죽을 고비에 이르렀다가 그를 극복하고 승리자가 되는 것까지 모두 그렇다. 이는 '홍길동전'보다 훨씬 이전의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에게서도, 해리 포터에게서도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이다.



아이가 <내가 진짜 홍길동이다!>를 읽는 사이, 나 역시 <홍길동전>을 꺼내들었다. 아이가 읽은 키위북스의 '처음부터 제대로-우리 고전' 시리즈는 어린이가 읽기 쉽게 축약되고 편집되어 있었지만, 내용의 생략 없이 촘촘하게 축약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은 거의 없다시피하지만, '고전 소설 속 역사 읽기'라는 코너를 통해 당대 사회를 상상할 수 있게 도운 점도 좋았다.



덕분에 아이는 어렴풋하게나마 '홍길동'이 유년 시절 느꼈던 슬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공고한 신분사회에 염증을 강하게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과 '율도국'이라는 자기 이상향이 실현된 세계를 꾸려나갔다는 데서 홍길동이라는 인물이 지닌 비범함에 박수를 보냈다. '율도국은 어떤 나라일까?' 상상하는 사이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오던 것은 아마 오늘의 세계에 대한 불만이 있기 때문일 텐데, 그럼에도 이미 익숙해진 거대 시스템 사이에서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 그를 고치기 위해 속해있는 시스템을 멈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그때의 홍길동이 오늘에까지 여전히 영웅이겠지만.




덧.


아이와 '홍길동전'을 같이 읽는 날이 오다니, 새삼 신기하다. 읽어야지, 했던 많은 책들을 너와 같이 읽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와 함께 읽을 모든 날을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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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시간 - 열두 달 숲속 길을 따라서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4
윌리엄 스노우 지음, 앨리스 멜빈 그림, 이순영 옮김, 국립수목원 감수 / 북극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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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엔 가까운 공원으로 아이와 산책을 다녀왔어요. 여기저기서 꽃 사진을 보내주셔서 '봄인가'싶었는데, 아직 꽤 쌀쌀한 날씨였습니다. 옷깃을 여미며 핫초코도 한 잔씩 마셨지요. 하지만 한겨울의 핫초코와는 달랐어요. 군데군데 개나리가 샛노랗게 우리를 반겼고, 산수유도 예쁘게 폈더라고요. 목련도 곧 꽃망울을 틔울 듯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듯했고요. 그게 지난 토요일이었으니, 벌써 나흘전 이야기네요. 그 사이 목련은 활짝 꽃을 피워냈고, 벚꽃도 조금씩 피고 있어요. 와, 이게 나흘 만에 일어난 변화라니. 정말 아름다운 나흘이었군요.



그렇게 눈이 내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따스한 햇빛이 쏟아지는 날들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몇 달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자연은 완전히 다른 옷을 갈아입고 우리를 기다리는 것 같아요. 그렇게 1년에 네 번이나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니 자연은 참 부지런하기도 하지요. 직접 겪어온 것도 벌써 서는 일곱 해인데,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이 이토록 경이롭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그 '변화'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일까, 싶기도 합니다.



이 그림책 <숲의 시간>은 숲의 1년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면지를 지나면 '숲속 마을 지도'를 만날 수 있는데, 그 지도를 따라 한 바퀴 걷는 거예요. 책장을 넘기는 사이 우리는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여름, 또 가을과 겨울을 지나게 됩니다. 이 책은 특별한 서사가 없어요.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도 없습니다. 굳이 주인공을 꼽는다면, '시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시간'이 무엇인지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자기를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사이- 쌓였던 눈이 녹고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계절이 바뀌니 동물들의 하루도 달라져요.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동물들의 집 안을 살필 수 있다는 것인데, 계절이 달라지면서 집 안에 놓인 물건들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비슷한 톤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것을 꺼내 잘 정돈해 둔 모습이 참으로 정갈하다 느껴졌어요. 그와 비슷하게 동물들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모습뿐만 아니라 사이사이 다른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 더 좋았어요. 아, 이렇게 어울려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스스로 자, 그러할 연. 그 두 글자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는 요즘-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무엇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현대사회의 우리가 지닌 슬픔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잠시 쉬어가도,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는 괜찮을 거라는, 안전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지내는 것 같아요. 끊임없이 움직이고, 나를 채찍질하고, 잠시라도 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우리의 자연이 숲속 동물들의 자연과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림이 참 예쁘죠. 커다란 종이에 차근차근 쌓아 올려진 이 그림들을 오래 보며- 우리, 좀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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