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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작아 많아 빨라!
이동주 지음, 이경석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3월
평점 :
포스팅의 제목을 '요각류를 아시나요?'라고 써두고도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좀 더 호기심을 일으킬만한 문장으로 바꿀까? 너무 정답을 써 둔 건 아닐까? 하고요. 그럼에도 바꾸지 않고 '요각류를 아시나요?'라고 쓴 것은 많은 분들이 '요각류'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 그림책을 읽기 전까지 요각류가 무엇인지 몰랐거든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어요;;) 그럼 우리 같이, 엄청 작고, 많고, 빠른! '요각류'를 만나러 가볼까요?
면지를 넘어가면 작은 점이 툭, 하고 튀어나와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물속에 사는 작은 생물입니다. 나를 연구하는 박사님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안 보인다고요? 그럴 거예요." 하는 이 친구는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지만 눈에 띄지는 않았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누구일까요? 네, 요각류죠! 물속에 있는 식물의 뿌리 쪽을 살살 흔든 다음, 플랑크톤 네트로 물을 스윽- 뜨면 채집할 수 있는데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도 불빛을 비춰보면 뭔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볼 수 있게 되죠. 이번에는 현미경을 이용해 볼까요? 짜잔!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한 이 친구들은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사이에도 로켓처럼 사라지기도 합니다. 정말 많지요. 네, 이 책의 제목처럼 '엄청 작고, 많고, 빨라'요! 그림책 속 박사님은 그림 실력을 십분 발휘해 요각류에 대해 찬찬히 설명합니다. (요각류라는 말을 이 그림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이 부분에 나오는 지식과 정보는 제게 전부 다 낯설고 새로운 것이었어요. 덕분에 요각류가 플랑크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요각'이라는 이름은 '노를 젓는 다리'라는 뜻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광합성을 하는 식물플랑크톤 말고, 다른 작은 생물을 잡아먹는 동물플랑크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요각류는 동물플랑크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요각류 삼총사로 불리는 긴노요각, 검물벼룩, 갈고리노벌레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렇게나 작은 요각류를 구별짓고, 명명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되더라고요.

알고 보니 이 책을 쓴 이동주선생님은 요각류를 연구하는 과학자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적 없는, 그래서 어른들도 잘 모르는 요각류를 그림책으로 설명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작디작은 생물이지만, 요각류가 환경 생태계에서 가지는 역할은 작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으셨던 것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실로 요각류가 물속에 많다는 것은 물고기나 다른 물속 생물들의 먹이가 풍부하여 물속 생태계가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물고기 어획량을 요각류의 개체 수에 따라 예측하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신기하지요?
어쩌면 오늘 아침 제가 마신 물에도 요각류가 들어있었을지 모르겠어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살리고 있었던 환경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