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홍길동이다! - 홍길동전 처음부터 제대로 우리 고전 1
허균 원작, 허윤 글, 이경석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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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서얼로 태어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갖은 멸시와 천대, 견제를 받아야 했던 홍길동. 한국인이라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 없고, 그의 사연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바 있으나- 그의 일대기를 쓴 '홍길동전'을 제대로 읽어본 이는 어쩐지 드물다.



조선시대의 소설이니 당연히 한자로 쓰였을 것 같지만, <홍길동전>은 한글로 쓰였다. 게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영웅소설이고, 당시 사회상을 비판하고 있는 사회소설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홍길동은 연산군 시절 실존했던 도적떼의 두령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 소설 <홍길동전>이 시사하는 바가 어찌 작을 수 있으랴. ... 홍길동전에 대한 소개를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자면, 이는 홍길동이라는 인물의 일대기이며 정확하게 영웅의 일대기로 쓰였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영웅서사의 조건을 다 갖춘 것이다. 고귀한 혈통을 지녔으면서, 비정상적으로 잉태되거나 출생하였고(서자), 비범한 능력을 가졌으며(태몽으로 용꿈을 꾸고, 총명하며, 배우지 않은 도술도 구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어려서 죽을 고비에 이르렀다가 그를 극복하고 승리자가 되는 것까지 모두 그렇다. 이는 '홍길동전'보다 훨씬 이전의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에게서도, 해리 포터에게서도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이다.



아이가 <내가 진짜 홍길동이다!>를 읽는 사이, 나 역시 <홍길동전>을 꺼내들었다. 아이가 읽은 키위북스의 '처음부터 제대로-우리 고전' 시리즈는 어린이가 읽기 쉽게 축약되고 편집되어 있었지만, 내용의 생략 없이 촘촘하게 축약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은 거의 없다시피하지만, '고전 소설 속 역사 읽기'라는 코너를 통해 당대 사회를 상상할 수 있게 도운 점도 좋았다.



덕분에 아이는 어렴풋하게나마 '홍길동'이 유년 시절 느꼈던 슬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공고한 신분사회에 염증을 강하게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과 '율도국'이라는 자기 이상향이 실현된 세계를 꾸려나갔다는 데서 홍길동이라는 인물이 지닌 비범함에 박수를 보냈다. '율도국은 어떤 나라일까?' 상상하는 사이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오던 것은 아마 오늘의 세계에 대한 불만이 있기 때문일 텐데, 그럼에도 이미 익숙해진 거대 시스템 사이에서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 그를 고치기 위해 속해있는 시스템을 멈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그때의 홍길동이 오늘에까지 여전히 영웅이겠지만.




덧.


아이와 '홍길동전'을 같이 읽는 날이 오다니, 새삼 신기하다. 읽어야지, 했던 많은 책들을 너와 같이 읽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와 함께 읽을 모든 날을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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