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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이 책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저자의 운동 일기이자 오늘을 사는 여성들의 운동 해방기다. 트레이드 밀을 달리는 것부터 시작해 PT, 수영, 아쿠아로빅, 복싱, 댄스스포츠, 요가, 필라테스까지 웬만한 운동은 다 섭렵해본 그녀의 목적은 '나에게 맞는' '나를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운동은 당연히 나를 위한 거지!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다면 당신은 선천적으로 마른 몸을 타고났거나, 남성일 것이다. 몸에 딱 붙는 트레이닝복을 자신 있게 입고 트레이드 밀을 유유자적 걷는 여성들의 모습에는 왠지 모르게 승자의 기운이 어려있다. (그들과 같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일이란. 흑흑)
다이어트, 빠른 체중 감량, 빠른 효과 보장! 같은 광고 문구를 보면 여전히 현혹된다. 책을 읽으며 그런 나를 돌아보았다. '페미니스트'로 살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면서도, 나는 여전히 사회가 여성에게 부과하는 의무에 복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른 몸을 '정상적인 몸'으로 간주하고, 내 몸의 상태가 어떻건 정상의 범주로 들어가기 위해 애쓰던 모습들이 안쓰러웠다. (마음만 그랬지 운동을 했다거나, 식단 조절을 한 일도 없지만;ㅁ;...)
운동을 고르거나 내 활동 반경을 짜거나 어떤 일을 계획할 때 중요한 것은 내 몸의 상태와 역량이다. (129쪽)
(당연하게도) 우리 몸은 모두 다르다. 똑같이 수영을 해도 누구는 중이염에, 누구는 질염에 걸리고 누구는 피부가 뒤집어지지만 누구는 그 구역의 물개가 된다. 조깅이 건강에 좋다지만, 기립성 저혈압과 천식이 있는 내게 오래 뛰기는 쥐약 같다. 꼭 몸의 컨디션만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산을 오를 때도 정상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있고, 눈앞의 풍경과 꽃과 풀과 흙과 나무의 냄새를 더 중시하는 사람이 있다. 운동의 궤적이란 퀘스트를 깨듯 쭉쭉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닌 것이다. 유행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서 모두 내게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듯- 유행하는 운동이나 빠른 효과를 보장하는 운동을 무턱대고 선택하기 전에 내 몸을 잘 파악하고 스스로와 상의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렇게 중요한걸, 이제까지 왜 깨닫지 못했을까!)
모델이 꿈도 아닌데, 운동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
늘 가장 빠른 것, 더 날씬한 몸만을 원해왔음에 깊이 반성했다.
얼마나 멀리 가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나가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자, 그럼 이제부터 진짜 운동을 시작해볼까! 먼저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운동을 원하는지부터 찬찬히 살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