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 13일, 23살 나이에 근로기준법 책을 가슴에 품고 스스로를 불태워 죽은,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한 노동자의 죽음은 전혀 중요한 사건이 되지 못했지만, 그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였고, 평생을 주린 창자가 차토도록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드물었으며, 죽을 때까지도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았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누구에게도 존경받아보지 못하고 이름 없이 살아왔지만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치며 죽어간 그의 죽음이 우리 역사에 끼친 영향은 오늘 지금까지도 유효할 것이다.

우리가 그 시대에 살아보지 못했기때문에 그 시대의 노동환경이 어땠는지 짐작하기는 힘들겠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지 않나 한다. 엄연히 근로기준법이라는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평등해야할 인권,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환경에 있던 피복재단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것 같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노동환경이 나아진 것에는 그의 투쟁과, 그의 숭고한 죽음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러한 환경에 살고 있을 수 있었을까. 자본가들은 더욱 착취하고, 노동자들은 더욱 착취당하는- 기본적 윤리가 부재한 세상에 살고 있었지 않았을까.

하지만, 안타까운 생각이 앞서기도 한다. 박정희라는 우상화된 망령이 대한민국을 아직까지도 뒤흔들고 있음에도, 우리는 올바르게 전태일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고 있을까. 2008년 2월 지엠대우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명박 당선인은 비정규직의 절규를 들어라’며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렸고, 그해 여름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서울역 40m 조명철팝에 매달렸다. 뿐만아니라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08년 공장 옥상에 올라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94일이라는 사상 최장기간의 단식농성을 벌였다. 2009년 1월, 망루위에서 ‘살려달라’고 절규하던 용산 철거민들은 용산참사 이후로, 아직까지도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그뿐인가, 2010년 여름에 시작된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포크레인 점거농성, 기아차 모닝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숙투쟁, 공장 정문 아치에 올라 영하 30도 동상 걸린 발로 64일 고공농성을 벌인 지엠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투쟁하며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했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송전탑에서 88일동안 싸운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들, 수백명의 사람들이 옥살이를 하며 투쟁했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22명이 죽어나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이뿐이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힘없는 자들, 자본의 탐욕과 정리해고의 부당함에 의해 배제된 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너무도 많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들은 너무나도 차갑다.

-때문에, 우리가 읽은 이 책 <전태일 평전>의 뒷장의 신영복 교수의 말했듯 우리는 전태일을 옳게 읽을 필요가 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그의 죽음보다 그의 삶을 먼저 읽어야 한다. 그의 삶속에 점철되어 있는 고뇌와 사랑을 읽어야 한다. 이 평전의 필자인 조영래 변호사의 삶도 함께 읽어야 한다. 그리고 전태일을 우리들의 가슴속으로 옮겨와야 한다. 이것이 전태일을 밝은 얼굴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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