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뜰
강맑실 지음 / 사계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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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되어 온 책을 책상 위에 놓아두고 며칠 동안 펼쳐보지 않았습니다. 책 표지만 자주 들여다 보았지요. 하얀 바탕에 뜰과 집의 평면도가 여러 개 그려진 표지입니다. 제목으로 보아 그림들은 막내의 집과 뜰을 그린 것이겠지요. 저도 유년의 집과 뜰을 그리고 싶어 연필을 들었습니다. 그림 솜씨도 자신감도 없는 지라 그린다기보다는 끄적거린 것에 가깝지만요. 그림은 형편없지만, 신기하게도 예닐곱 살에 살았던 집의 평면도와 집 앞의 꽃밭과 텃밭이 머릿속에서 오롯하게 떠올랐습니다. 방학마다 내려가 머물렀던 외가와 친가의 구조와 풍경도 함께 말입니다. 표지 그림만으로도 시간을 거스르고 공간을 뛰어 넘어 유년의 뜰로 이동한 기분입니다.

표지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흉내내봅니다. 197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내고, 4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성년이 되기 전까지 일고여덟 번 이사를 했습니다. 뜰이나 마당이라 부를 만한 공간이 있었던 건 서너 번밖에 없습니다. 이사를 자주 했으나, 그때마다 뜰을 가졌던 막내가 부럽습니다. (이 책이 이렇습니다. 자기 자신이 아니면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자신의 유년을 소환해 드러내고 싶어집니다.)

맑음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막내를 현재의 강맑실로 키운 것은 사랑 가득한 가족만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집 안의 여러 공간과 다락, 뜰의 꽃, 나무, 연못, 우물, 그 공간을 함께 나누어 썼던 염소와 개와 고라니도 맑음맑실로 키웠겠지요. 그랬기에 60대에 이른 맑실이 이렇듯 다정하고 따뜻하고 그리운 목소리로 막내의 뜰에 대해 말하는 것이겠지요.

책을 아주 입체적으로 읽었습니다. 막내와 큰언니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전라도 방언을 따라하고 어머니가 만드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고무줄 놀이도 함께 하고, 뜰과 들을 뛰어다니기도 했습니다. 읽는 동안 아늑하고 따듯했습니다. 아버지 무릎에 앉은 듯, 엄마 품에 안긴 듯이요. 사는 데 바빠서, 어른 노릇하느라 힘에 부쳐서 잊힌 기억들이었습니다.

그림을 못 그리는 아이로 낙인 찍혔다가 40여 년 만에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는, ‘잘 그리면 반칙인 작가의 그림이 정겹습니다. 저 역시 그림을 못 그리는 아이로 낙인 찍혀, 뭔가를 그리기 위해 연필만 잡아도 손이 떨리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작가의 글과 그림을 마중물 삼아 나의 유년을 말하고 그리고 싶어지는 책, ‘막내의 뜰입니다.

막내는 태어날 때부터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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