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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평점 :
소리없이 살짝 다가와 궁금증에 허리를 숙여 기웃거리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우리 엄마가 무슨 책을 읽고 있나 무척 궁금해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실험,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도 어느 하나 신고하지 않고 침묵하는 사람들 이야기,
가짜 기억을 이식 시켜놓고 그 기억이 진짜 기억인것처럼 유도하는 실험 등등
몇몇 실험 장면을 대략 얘기해 줬더니 이런다.
"엄마, TV 써프라이즈에서 봤어".
여기 소개되어있는 심리 실험 10장면은 그만큼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고
사회 인문 서적에서 인용되기도하며
부제에서 말하듯 세상을 뒤바꾼 심리 실험이면서 또한 심리학계의 논쟁도 많았던 실험들이란다.
정신치료의 한 방편인 드릴로 뇌를 뚫어 치료하는 방법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누가 내 머리에 구멍을 뚫고 뇌를 훑어내고 마음대로 휘적인다는 상상을 해보시라,
온몸이 오싹해지지 않는가. 더군다나 검증도 없는 수술을.
그리고 "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이 사건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는 도덕성 시비로 들석거렸다고 한다.
한 여성을 칼로 찌르고 달아났던 범인이 세번씩이나 다시와서
또 칼로 찔르고 성폭행까지한 엽기적인 사건 때문이 아니고
도와달라는 몸부림과 비명에도 목격자들은 침묵했다는데 있다고한다.
이에 전문가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버나드 대학의 르네 클레어 폭스 사회학과 교수는 '작동거부 affect denial'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저자의 해석에 의하면 - 충격으로 마비를 일으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랄프 S.바네이는 텔레비전이 주범이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저자의 해석에 의하면
사람들이 끝없는 TV의 폭력에 종속되어 현실과 TV를 더 이상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칼 메닝거는 대중의 무관심 자체가 공격성의 표현이다라고 했다.
저자의 해석에 의하면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적어지며,
우리가 남을 돕지 않는 것은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다른 구경꾼들의 존재 때문이란다.
나에게도 이 사건의 목격자의 입장과 조금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다.
서늘한 가을 오후에 여고생쯤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 도서관 광장에 곧은 자세로 쓰러져 있는걸 봤다.
당시 나의 입장은 나도 딸을 가진 엄마로서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재빠르게 주변상황을 휘 둘러보니 몇몇의 사람(성인 남녀)들이 아무 관심도 주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왜 사람들은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지나치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런 심리 상태는 달리와 라타네가 주장한 책임감 분산임이 틀림없다.
내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망건 값 달란다'는 속담처럼 은혜는 커녕
나에게 무슨 해가 되지 않을까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이기심도 일었다.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두 명의 여학생의 장난이었다.
살해당한 여성의 입장에 처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도움 받을수 있는지 생각할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많은 등산객들로 인해 한눈 판사이 나는 남편과 헤어져서 하산하게 되었는데(일행은 남편과 나 단 둘이였다)
우리차가 주차된 곳에서 기다리면 만날수 있겠다는 믿음아래 여유를 만끽하며 근처 계곡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성인 남성이 약간은 술에 취한듯 실없는 웃음을 머금고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더니 나를 어깨로 툭 밀쳤다.
그 바람에 약2.5m 깊이의 계곡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큰부상은 없었지만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설마 날 도와 주겠지 그냥 내버려 두진 않을거야라는 막연한 기대심리와
많은 사람들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보고만 있다는게 인식이되면서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며
정이 많은 민족이라며 등등 온갖 생각이 떠오르며 보고만 있는 사람들에대한 원망이 일었다.
이 책에서는 상황에 대처하는 법은 소개되지 않았지만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의식이 있는 상황에서는 구체적으로 특정인을 지목해 도움을 부탁하라고 한다.
예를 들면, 파란 점퍼 아저씨 저에게 심장병이 있으니 119에 연락해 주세요라고 말이다.
이런 방법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분명 특정인을 지목하여 도움을 요청할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나를 바라만 봤던 그 사람들은 분명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나또한 목격자의 입장이었을 때 나 자신을 먼저 생각했었다.
르네 클레어 폭스 교수의 가설처럼 충격으로 인해 아무런 행동도 실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달리와 라타네의 주장처럼 방관자 효과 일수도 있다.
실리학자들의 거창한 가설의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면 나 먼저 생각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숨어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