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세계 책의 날'에 전세계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뽑힌 '로알드 달'의 베스트 단편집. 도박과 내기에 대한 집착, 속고 속이는 의뭉한 술수 등 인간사의 미묘한 국면을 차근차근 밀도 높은 이야기로 조여붙이며, 절묘한 유머와 반전을 선사한다.
<맛>을 읽은 독자라면 로알드달이 어떤 인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이야기의 귀재다. 무서운 상상력, 섬세한 묘사, 타고한 호기심과 설득력으로 소설 내기에서 언제나 독자를 이겨 먹는 인물이다. 연작 소설 '클로드의 개'의 주인공 클로드야는 그런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인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게임을 시도한다. 꿩 밀렵, 경견(競犬), 구더기 공장까지 남들은 전혀 모르는 새로운 방법으로.
'조지 포지'에서 여성에 대한 혐오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목사가 조신한 로치 양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하는 순간 그녀의 입속으로 빨려들고, '로열 젤리'에서 비썩 마른 아기에게 로열 젤리를 먹이자 몸무게가 급격히 불면서 벌처럼 변해간다. 소리 잡는 기계를 통해 장미의 비명 소리를 듣는가 하면('소리 잡는 기계'), 죽은 남편의 뇌가 인공 심장에 의지해 살아나기도 한다('윌리엄과 메리').
로알드 달의 기발한 상상력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은 바로, 치밀한 구성과 생동감 있는 묘사이다. 소설의 결말을 예상하는 것은 어지간한 상상력으로는 쉽지 않다. 반전은 전혀 뜻밖의 지점에서 튀어나와 이야기를 상큼하고 냉정하게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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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면 꼭 저런 책이 나온다니까 ㅡㅡ; 아직 <맛>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지금 도서실에 빌려서 내 책상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저 책도 언제 읽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