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삶을 위한 글쓰기 - 지혜의 숲에서 에세이를 쓰다
차오름 지음 / 지혜의숲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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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쓰기는 무엇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지적인 삶을 위한 글쓰기〉는 이러한 질문에 관한 생각이자 대답이다. '지적인 글을 잘쓰는 (엄청난, 획기적인!) 비결'을 원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그런 '비결'보다 더 궁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글감, 문장, 제목, 논리, 낱말,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의식과 언어, 한국어 품사, 비유, 문체…. 저자는 글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해서 온갖 질문을 늘어놓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하나하나 풀어 간다. 동시에 독자를 자신이 던진 질문 속으로 끌어들인다.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저자의 물음을 따라가다 보면 내 머릿속에도 질문이 생기고, 저자가 던진 질문에 대해서도 곰곰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읽기의 과정이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모든 문장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1장 1번 제목)라는 저자의 말은 책을 통틀어 가장 명쾌하고 빛나는 부분이다.

 

글쓰기 과정을 생각해보자.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감이 있어야 한다. 바로 생각이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서 질문이 생기고,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생각한다. 우리는 바로 그 생각, 내가 생각한 것을 글로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생각'이다. 생각을 잘하려면 질문을 잘해야 한다. 당연한 것과 익숙한 것에 딴지를 걸고 물음을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어제 대구 서문시장 화재와 관련한 동영상을 보았다. 대통령이 화재 현장에 방문한 것을 두고 상인 한 사람이 성토하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에 달린 추천 댓글 중 하나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무조건 1번 찍더니 대구 사람 꼴 좋다. 너네가 뽑은 대통령이니 당해도 싸다' 나는 그 댓글을 보고 궁금했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구 유권자들이 미친 영향력이 그렇게 대단했었나? 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찾아 보았다. 18대 대통령 선거 전국 투표율은 75.8%. 대구 유권자 중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은 1,267,789명. 전국 투표자 수의 4.13%(반올림)이다. 투표 결과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3.6% 차이로 당선되었다. 그러니까 대구 유권자 중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 모두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면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전국 유권자 중에서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9,786,383명이다. 그 중 1,080,497명(투표 안 한 사람의 11.04%)이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면 한 표 차이로 문재인 후보가 당선 되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구 유권자가 미친 영향보다 투표 안 한 사람들이 미친 영향이 더 크지 않은가 하는... 농담이고. 사실은 그 댓글을 보자마자 알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서 한번 정확히 알아보고 싶었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의 잘못을 유권자에게 돌리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가(어디 무서워서 투표하겠나). 그런 식으로 잘못의 근원을 파고 들자면 박근혜 대통령 부모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이러려고 낳았나…)

 

애초에 댓글 하나를 보고 떠오른 물음표였을 뿐인데. 이것이 저자가 말한 '질문의 힘'인지는 몰라도 찾아보고 생각하고 글까지 썼으니, 질문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기초 재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질문이 곧 나의 생각이 되고, 나를 드러내주는 것이다. 우리는 남이 했던 말,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기 위해 글을 쓰지는 않으니까.

 

이 책에 대한 생각 몇 가지를 덧붙인다. 곳곳에 삽입된(지나칠 정도로 많이 삽입된) '생각을 불러오는 명화' 코너는 좋았다. 다만, 너무 곳곳에 있어서 책을 읽다가 흐름이 끊기는 경향이 있었다. 각 장의 꼭지별로 연습문제 같은 코너도 있다. 청소년용 도서로 출간된 것 같은데, 성인이 읽기에도 크게 나쁘지는 않다. 종이 질이 매끄럽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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