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으지 않는 연습 - 마음.관계.물건에서 가벼워지는 가르침
나토리 호겐 지음, 이정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지름신이 강림할 때가 있다. 내 경우엔 책, 필기도구, 먹을 거리(특히 주류(酒類))가 그렇다. 다른 것들에는 돈을 쓰지 않는 편이다. 화장은 안하니까 화장품 살 일이 없고, 집안 인테리어는 '단순하게', '편하게', '청소하기 쉽게'가 모토라서 크게 돈을 쓰지 않는다. 그밖에 옷, 신발, 가방, 소품 등도 마찬가지다.

 

사지 않아도 될 것을 사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비싼 물건을 사는 것 등 충동구매를 일컬어 '지름신이 강림한다'고 하지 않나. 지름신이 강림하면 사지 않고 못 배기는 상태가 된다. 자신도 모르게 사들인 후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지름신이 무서운 것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후회와 자책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기쁨은 잠깐이다. 고통이 훨씬 크다.

 

책을 살 때 지름신이 강림하면 애초에 사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책을 '지르게' 된다. 처음엔 필요한 것(나름 엄선한 것) 한두 권을 사려고 인터넷 서점에 접속한다. 그러다 메인 화면을 수놓은 신간, 전집, 디자인이 예쁜 책, 읽을 엄두가 안나서 사지 않았던 두꺼운 책 들을 홀린듯이 클릭한다. 장바구니에 마구 담는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도 주워 담는다. 아차차, 사려고 했던 책도 담는다. 결제해야 할 금액이 높아진다. 쿠폰 할인, 적립금, 예치금을 생각하면서 결제수단을 고민한다. 한꺼번에 현금으로 지불하려니 부담스럽다.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로 결제하면 매월 얼마나 내야 하는지 어림잡아 본다. 월납으로 따지니까 부담스럽지 않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래, 기왕 사는 거 시원하게 지르자. 몇 권 더 추가한들 길바닥에 나앉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뭔가 내 무의식(?)을 건드리는 듯한 제목의 책도 장바구니에 담는다. 빛보다 빠른 결제. 얼마 지나지 않아 헛헛한 기분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할 때, '재밌게 읽으면 되지 뭐' 하면서 마음을 추스른다.

 

<모으지 않는 연습>은 그렇게 구입한 책이다. 제목만 보고 홀가분해진 내 삶을 상상하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책에 내가 모르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 것 같다. '그냥 모으지 않으면 되는 건데 그걸 굳이 글로 읽겠다고 또 책을 사다니!' 보통의 상태라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름신이 강림하면 오직 사야 할 이유만 떠오른다. 무섭다.

 

샀으니까 읽는다. 읽는 내내 석연치 않다. 이걸 왜 샀을까, 왜 샀을까... 순전히 개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이런 '아름다운' 책이 싫다. "이게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라며 시시콜콜 아름답고 착하고 바른 말만 하는 책이 나는 불편하다. "인생이란 결국 이런 거야, 이런 게 중요한 거야", "내가 살아 보니까 이렇게 하는 게 현명해",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렸어", "네 마음이 중요한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어야 해", "사람들은 이러이러한 사람을 좋아해"... 결론은 다 내 탓. 아니면 일종의 정신승리법으로 가득하다. 책에서 말한 대로 살면 자유롭고 행복해질 거라고 말한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자유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이유는 책에서 말한 대로 살지 않아서다. 나 같은 사람을 두고 이런 종류의 책에서는 "남 탓만 하는 사람은 불행하다"고 지적한다. 그래 놓고 "자책만 하는 사람은 남의 평가에 너무 휘둘리는 거다"라고도 한다.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 책도 그런, '그래서 어쩌라고' 종류의 책이다. 구체적인 삶은 없고 껍데기만 남은 듯한,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의 책. 내가 보기엔 엄살이 가득한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은 이유는 내가 너무 오만하고 삐딱한가 싶어서다. 한번 '긍정적으로' 읽어 보고 싶었다. 노력은 실패로 돌아간 것 같다. 실패해서 아쉽지는 않다. 내가 불통인 건지, 책이 이상한 건지. 책 내용 중 하나, '지름신 조심하기'는 옳았구나! 지름신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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