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이프 트렌드 2017 : 적당한 불편
김용섭 지음 / 부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얼마만큼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을까? 정답은 '적당히'다. 저자의 분석(예견, 관찰?)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여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다. 편한 것만 찾기보다 불편하더라도 환경, 사회적 약자 등을 생각해서 소비한다. 제목 그대로 '적당한 불편'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제 불편도 소비의 대상이자, 작은 사치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29쪽).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적당한'이란 단어가 썩 상쾌하지 않다. 감당할 만큼, 즐길 수 있을 만큼 '적당한' 정도. 적당히, 어느 정도, 요령 있게,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고, 정 불편하면 그만두면 되고...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기꺼이 불편을 선택했다,는 뭔가 보여주기 식의 어감이랄까. 뭐 이것도 트렌드라니까. 불편도 소비의 대상이라니까.
여기서 편함(편리)과 불편을 가르는 지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잘 살다가 어느 날 등장한 상품(물건, 서비스 등)을 이용한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그러다 그 물건이 없으면 불편하게 여긴다... 이런 경우가 많지 않나. 나는 며칠 전에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문구류를 구입했는데, 3일(영업일 기준)이 지나도 택배가 오지 않았다. 사흘째 밤부터 초조하고 짜증나고 답답했다. 나흘째 택배를 받고서야 깨달은 것은 내가 쿠팡 로켓배송과 알라딘 당일배송에 길들여졌다는 사실이다. 알라딘을 이용하기 전엔 주로 교보문고를 이용했는데 그때는 택배가 늦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언제 올까 기다리긴 했지만 초조하고 짜증날 지경은 아니었다. 이젠 사흘만 지나도 안절부절 못하다니.
불편이 소비의 대상이자 '작은 사치'의 대상이 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불편을 감수할만큼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환경 보호 따위의 사회적 가치, 높은 질, 독특한 디자인, 한정 수량, 남다른 스토리, 어디에도 없는 것, 특별한 경험 등.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도 쉽게 살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이건 곧 취향과도 연결되고, 결과적으로 삶의 방식, 라이프 스타일과 연결된다. 그래서 제목이 "라이프 트렌드".
어쨌든 2017년에는 '적당한 불편'이 트렌드라는데, 2016년 말부터 대한민국 국민들은 (심기가) '매우' 불편하니 어이순실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적당히'가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