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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특별판, 양장)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한동안 '메갈리아'라는 단어를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었는데, 나는 그게 뭔지 최근에야 알았다. 변명을 좀 해보자면(왜 변명하는지는 모르겠다), 바쁘고 지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경쓰기 힘들었고, 알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게 다 내가 엄마가 되었기 때문이고, '엄마가 아기를 돌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전업맘'이든 '직장맘'이든 아이에 대한 책임은 엄마게 더 많이 주어져 있다. 왜 그래야만 하는 걸까?
출산 후(어쩌면 임신 기간부터) 내가 가장 의아했던 것은 '모성'이었다. 그게 뭔지 도통 모르겠다. 어떤 걸 말하는 건지,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다. 모성이 있네 없네 하는 말들은 누구에게서, 왜, 언제부터 거론된 건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때 함께 있던 산모들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수유 얘기였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모유)수유하러 거의 안 간다고 말했더니 어느 산모 하나가 "제왕절개 했어요?"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그러니까 그렇죠. 자연분만하면 모성이 넘쳐서 자주 가게 되요."라고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했다. 대체 뭐 그런 논리가 있는 거지? 그러니까, 모성은 자연분만이고 모유수유란 말이야? 그 후로도 난 내가 왜 제왕절개를 '해야만 했는지', '모유수유를 할 수 없었는지'를 설명해야 한 적이 꽤 있다. 그런 걸 왜 설명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놀란 듯이 물어보곤 했다. "제왕절개 했단 말이야?", "아니 왜 분유 먹여?"
어디 '모성' 얘기 뿐인가. 그 밖에도 숱하게 많다. 책에는 내가 이만큼 살아오는 동안 겪었던 일들, 생각한 것들, 궁금하게 여겼던 것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담겨 있다. 지루할 틈이 없다.
'맨움'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놀라고, 흥분할 수도 있다. 역겹거나 짜증나거나 불쾌할 수도 있다. 그 모든 느낌들은 이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 관점을 드러내줄 것이다. 나는 이 책이 훌륭한 페미니즘 입문서라 생각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이상하고 기만적인 일인지 깨닫게 된다. 더 공부하고, 생각하고, 얘기하고,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
한국의 '맨'들은 '맨움'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