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 고기를 굽기 전, 우리가 꼭 생각해봐야 할 철학적 질문들
최훈 지음 / 사월의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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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만 보고도 대충 내용을 짐작할 수 있지만, 왜 채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이때, '해야 한다'는 윤리적 당위의 표현이다.

채식이 윤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저자는 채식이 윤리적인 행위라는 것을 친절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이나 <실천 윤리학>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잘 이해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피터 싱어의 책보다 쉽게 읽혔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생활한 사람이 쓴 책이라서 친숙한 예시가 많다.

 

10년 전쯤 <실천 윤리학>을 읽고 채식에 관심을 가졌는데, 실천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 3년 전에 드디어 채식을 실천하려 했지만 한 달도 안 돼서 실패했다.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나의 의지가 그리 강하지 못했다는 것.

나는 고기를 무척 좋아한다는 것.

갑자기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

너무 기분 내키는 대로 시작해서 어찌해야 할 바를 잘 몰랐다는 것.

그리고 가족 및 지인들의 끊임없는 설교, 잔소리, 협박, 훼방, 조소 등에 시달려야 했다는 것.

특히 마지막 이유는 치명적이었다.

대단한 이해를 바란 건 아니었다만, 동참해 달라고 한 적도 없다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고기를 안 먹겠다'는 데에 참견하기를 좋아했다.

고기를 먹을 때는 받지 못했던 관심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니까 이만저만 피곤한 게 아니었다.

 

처음엔 왜 고기를 안 먹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설명을 한다.

하지만 귀담아 듣지 않는다.

내가 말을 재미 없게 했을 수도 있지만, 말을 재미 있게 했더라도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였을까 싶긴 하다.

어쨌든 내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특히 어른들의) 걱정과 비웃음 등이 쏟아진다.

'얼마나 버티나 보자'

'그래도 고기를 먹어야 기운이 나지'

'음식은 골고루 먹어야 된다'

'야, 그럼 고깃집 갈 때 넌 오지마라ㅋㅋㅋㅋ'

등등.

내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면 적어도 한 명쯤은

'애쓴다. 하지만 너 하나 고기 안 먹는다고 동물들이 고통을 덜 받을까...?'

정도의 말은 했을 법한데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정했다.

 

 

나는 여전히 채식을 지향한다(지금 채식을 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옳은 행위라는 데 대해 (아직은) 반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터 싱어의 책을 읽은 이후 10여년 동안 고기를 (좋아하지만) 먹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느껴지는 가책이랄지, 그런 기분이었다.

 

나는 윤리적인 삶을 살고 싶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윤리적인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덕 교과서대로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오히려 도덕 교과서는 형편없다고 여긴다).

합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져서 보편적으로 옳은 것을 추구하는 게 윤리 아닌가?

 

 

이 책은 채식을 해야 하는 윤리적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삶에 대해서도 다시금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설명도 쉽고 여러 에피소드도 곁들여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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