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ㅣ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꽤 자주 생각하는 것은 ‘내가 과연 제대로 읽고 있는 걸까?’ 하는 거다. 그저 문자만 읽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혹시 나는 돌머리(!)가 아닐까….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것 같다가도 희미하게 흐려지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독후감을 쓸 때 제일 힘든 일이 ‘과연 내가 제대로 읽은 걸까?’ 하는 의심을 떨치는 것일 정도로 제게는 읽기가 쓰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37쪽)라는 저자의 말에 십분 공감했다.
『책 먹는 법』이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의 책을 고른 것도 따지고 보면 ‘책을 제대로 읽고 싶다’는 내면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몇 권의 독서법 책을 읽었으나 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느낌, 그 답답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결국엔 ‘내 문제’로 고스란히 남겨질 걸 알면서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기 위해 책을 펼쳤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독서법을 다룬다.(아쉽지만(?) 음식을 먹듯이 책을 먹을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건 아니다.) ‘질문하면서 읽는 법’, ‘다독하는 법, 정독하는 법’, ‘어려운 책 읽는 법’ 등의 소제목처럼 이 책을 독서 스킬을 습득하기 위해 읽을 수도 있다. 애초에 나도 그럴 작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읽어나갈수록 나는 저자가 내게 보낸 편지 혹은 저자의 고백처럼 읽혔다. 독서에 얽힌 자신만의 경험과 느낌, 추억, 생각 등을 수줍게 털어놓는 느낌이었다.
결국 ‘~하는 법’은 중요치 않다고 결론지으며 책을 덮었다. 중요한 것은 ‘책을 왜 읽는가’, ‘나의 문제, 나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라는 것. 독서가 그저 읽기 위한 읽기가 되고 말 때 그만큼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것이 또 있을까.
독서에 대한 저자의 고백을 듣고 싶은 분, 나는 왜 독서 하(려고하)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작고 얇은 책이지만 천천히 즐기면서 먹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