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부인과 의사에게 속지 않는 25가지 방법 - 내 아이의 운명을 결정짓는 똑똑한 임신출산 준비
에밀리 오스터 지음, 노승영 옮김 / 부키 / 2014년 9월
평점 :
부제: 내 아이의 운명을 결정짓는 똑똑한 임신출산 준비
제목과 부제만 보면 마치 산부인과 의사가 환자들을 속이는 것만 같고, 이 책을 읽으면 내 아이의 운명을 훌륭하게 결정지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조금은 사실일 수도 있지만 과장이 심한 제목이다.
책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속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기보다, 저자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독자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몇 가지 흥미로운 주제가 있긴 했다.(전체 주제에 비해 소수지만) 하지만 읽는 내내 호들갑스러운 임산부와 마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대다수 임산부들이 저자와 같은 마음인 것일까? 내가 유난히 무덤덤한 것일 수도 있고, 저자가 유난히 호들갑스러운 것일 수도 있으니, 정보의 유용성은 각자가 읽고 판단하는 게 정답인 듯하다.
저자를 호들갑스러운 임산부라고 느낀 이유를 밝히는 게 좋겠다. 저자는 언제나 정확한 수치로 된 정보를 원한다. 예를 들면 '임산부에게 하루 한 잔 정도의 커피는 괜찮다'는 정보는 저자를 불안하고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임산부는 235밀리리터 들이 커피 한 잔은 마셔도 좋다(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라는 정확한 수치가 제시되어야 안심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수치를 얻기 위해 관련 연구 논문을 최대한 찾아보고 정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불안에 떠는 것보다야 확실하게 알고 안심하는 게 훨씬 좋은 일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유난스럽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커피 '한 잔'이라는 것을 설마 맥주 500cc잔으로 한 잔을 의미하지는 않으리라는 걸 대다수의 임산부라면 예상하지 않을까? 그리고 235밀리리터 들이 잔과 240밀리리터 들이 잔이 얼마나 커다란 차이를 낳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점에서, 저자의 수치에 대한 집착이 과도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평소 성격이 예민하거나 확실한 수치와 근거가 있어야 안심하는 성격의 임산부 및 그 가족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내 경우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대체 뭘 속이고 있는지 궁금해서 책을 샀지만, 제목과 내용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면서 다른 분들은 목차와 다른 사람의 독후감 등을 조금 훑고나서 읽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