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 수업론 :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 아우름 5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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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책이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뜬구름 잡는 듯 하고 특별한 재미도 없는데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다. 우치다 타츠루의 책이 그렇다. 일본어를 모르니 이런 신묘한 느낌이 저자 탓인지 번역 탓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하류지향>을 읽고 '이 사람 뭐지?' 싶었다. 알 듯 말 듯 한 얘기를 동네 할아버지처럼 풀어놓는데, 단순하고 거친 표현 때문에 왠지 읽는 내가 혼나는 기분이랄까.(전혀 혼내고 있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그 이상한 기분 때문에 신간도 나오자마자 구매했다. 읽고 나니 더 모르겠다. 신묘한 느낌만 커졌다.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는 제목이다.(원제는 수업론(修業論)’) 어쩌면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계산해서 배우는 것은 진정한 배움이 아니니라. 배움이란 자고로 뭘 배울지, 뭘 얻을 수 있는지 모르고 배운 후에 깨닫게 되는 것이란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부제가 수업론: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이니, 수업하는 자세를 논하는 책인가.

 

책의 내용은 온통 무도(武道)에 관한 얘기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합기도 유단자로, 40년 이상 무도 수련의 길을 걸어왔으니 이상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무도 얘기만 나온다면 별 흥미가 없었을 테지만, 저자는 신체와 사상(?)이 별개라고 보지 않는 사람이다. 공부는 몸으로 해야 하는 것, 이론은 실천과 한 몸이라는 거다. 그 점에서 저자의 수업론은 무도의 관점에서 보아도 되지만 일반적인 공부론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문제는 내용이 어렵다는 것. 내 이해력이 몹시 달리는 것인지, 몇 번씩 되풀이해 읽은 부분이 많다. 그래도 어렴풋하다. 선명하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더듬거리며 읽다 보면 조그만 깨달음이랄까, ‘!’ 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그 순간이 극히 드물다는 게 문제지만)

 

배움은 효율성과 이해득실을 따지는 분야가 아니다. 무엇을 배운 것인지는 배운 후에야 알 수 있다. 그러니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고, 모두가 똑같은 능력을 기르게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배움의 성과를 점수나 자격증 같은 수치 형태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업은 동일한 트랙을 달리는 경주가 아니다. 수업은 각자의 특별한 트랙을 달리는 것. 저자의 말처럼 결승점을 알 수 없는 미지의 트랙을 달리는 것이다.

 

내가 주목한 것은 자아 해체에 관한 부분이다. , 자아, 주체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요모조모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다.

적을 없애기 위해서는 적을 없애는 게 아니라 이게 적이라 생각하는 를 지우면 됩니다.”(62)

경쟁 상대, , 타자는 결국 가 있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 적을 없애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를 지우면 적도 사라진다는 소리다. ‘라는 확고한 관념은 결국 아집이 되고, 아집은 곧 무지로 이어진다.

인간은 잘 몰라서 무지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세상사를 잘 알고 있어도 지금 자신이 채용한 정보처리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몸소 나서서 무지해집니다. 자신의 지적 틀을 바꾸도록 요구해 오는 정보의 입력을 거부하는 아집이 바로 무지라 불리는 것이지요.”(85)

따라서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학 교육이란, 무언가 유용한 지식이나 기술을 덧셈으로 보태는 것이 아닙니다(그렇다고 믿는 교사도 적지 않지만요). 그것이 아니라 배움에 대한 충동의 자연스러운 발로를 방해하는, 학생들 자신의 무지에 대한 안주를 해제하는 것이지요.”(87)

 

무지함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를 해체하는 것이다. ‘라는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도와 공부가 추구하는 방향이어야 하고, (책의 말미에서) 그것은 신앙과도 연결된다. 저자가 한국 독자들에게 부친 서문의 제목이 “‘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많은 말을 했지만 여전히 어렵다. 저자는 나처럼 무식한 독자가 염려되었는지, 친절하게도 이런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그다지 읽기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말린 오징어같은 책이 되기를 원하기에, 앞으로도 이 책을 곁에 두고 때때로 그것은 이걸 말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책을 펼쳐 보길 바랍니다.”(182)

말린 오징어 같은 책이라니. 턱이 나갈 수도 있으니 가끔씩 씹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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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5-06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무도 문화가 생소한 독자라면 이 책이 어렵게 읽힐 것 같습니다.

cobomi 2015-05-06 20:43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저한테 어려웠나 봐요. 몇 번씩 되풀이 읽었거든요ㅠㅠ

cyrus 2015-05-06 20:4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으면 어렵게 느껴졌을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