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대학교 -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
오찬호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대학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책에 언급된 것이 모두 사실이라 생각하니 화가 나고 암울해졌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슴없이 별 다섯개를 준 이유는, 그만큼 중요한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대단하고 거창한 대안을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되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 이 책은 읽을 필요가 있다.

 

학부 때 대학의 역사라는 교양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학기에 신설된 강의로, 나는 그 때 4학년이었다. ‘대학이란 곳은 내가 10대였을 때 생각했던 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나는 대학생이 되면 자유롭게강의를 선택해서 관심 영역을 확장하고, 전공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 다양한 과의 학생들과 교류하고, 젊은이다운 캠퍼스의 낭만같은 것을 즐길 것이라 생각했다. 도서관에 즐비하게 꽂혀 있는 책들을 탐독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고, 봉사활동도 하고, 거지같은 꼴로 배낭여행도 가서 외국인 친구도 몇 명쯤은 사귈 수 있을 것이라 상상했다. 선후배들과 읽은 책이나 사회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있을 줄 알았다.(이것이 과연 개인의 선택 문제일까?)

 

4학년이 되어 대학의 역사란 과목을 신청한 이유는 나의 대학 경험이 내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대학이 어떤 곳이고, 어떤 곳이어야만 하는지 알고 싶었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듣고 싶었다. 우습게도 강의는 내 기대와는 달리 대학보다는 역사에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오찬호의 전작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개마고원, 2014)를 읽을 때 지잡대지균충이니 하는 단어를 접하고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이 서로 등급을 나눠 경쟁하고 차별하는 실태를 자기계발 논리에 접목해서 살펴본 책이다. 저자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진격의 대학교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시장논리가 지배한 사회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에 관한 것이 아닐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이 시장논리에 길들여져서 이것이 부작용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무감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에서 무감상태가 증대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만을 습득하는 곳이 아니라, 학문하는 방법·자세·태도를 기르고,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곳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대학이 무비판적이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만을 배출한다면 사회는 점점 경쟁효율만이 지배하는 획일적이고 삭막한 풍경을 갖게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대학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대학은 나와 더불어 살아야 할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고, 앞으로 내 아이가 다니게 될(지도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작지 않다. 대학 문제에 무심할 수 없는 이유이다.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사회활동이 노동이 아닌 소비가 되었기 때문에 교육이나 일도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동하게 되었다는 우치다 타츠루의 하류지향(김경옥 옮김, 민들레, 2014)이 생각난다. 본문 곳곳에서 인용되고 있는 서보명의 대학의 몰락(동연, 2011)과 한국 대학이나 학문의 문제점을 대화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 김대식·김두식 형제의 공부 논쟁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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