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 즈음이었나? 대선이 끝나고 좀 지나서였는데. 구독중이던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 중에서 두 개만 남기고 모두 끊어버렸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일단 육아 때문에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이기도 했고, 매일 매주 매월 매계절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그 모든 것들이 더 이상 기다려지지 않았다. 흡사 빚독촉을 받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어디 가서 내 의견을 개진할 것도 아니고, 브리핑할 것도 아니고, 보고서나 논문을 쓰고 있던 것도 아니고... 그것들만 읽어도 다른 책을 볼 시간이 부족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한심하고 시끄럽고 부정의한 세상의 모습을 왜 돈까지 내면서 보고 있는 건지, 갑자기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돈이 필요했다.
잡지(?) 구독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두 개는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라기보다는, 구독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구독 취소를 해도 건질 게 없어서였다. 두 개 모두 구독연장을 했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렇게 잘 지내왔는데 최근 갑자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겠는 거다. 티비도 없고 인터넷 기사도 안 보니까 진짜 도심에 사는데도 벽지에 사는 것처럼 그랬다. 신랑이 전하는 뉴스들을 듣긴 했지만 그게 좀... 아이와 관련된 사건사고거나 유럽 축구 소식, 갑질하는 사람들 소식이 전부라서 뭔가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이거 시사 주간지라도 봐야 하나, 일간지는 너무 쌓이니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전에 구독하던 주간지 두 개를 샀다. 둘 다 보려니 벅차서 둘 중 더 재밌는 것으로 구독할 심산이었다. 둘 다 별로면 말고.
<시사인>. 참 재밌게 봤었는데. 받자마자 펼쳐보던 코너가 사라졌더라. 난 <시사인>을 뒤에서부터 보는데, 그야 물론 뒤쪽에 배치된 코너를 더 좋아하기 때문인데, 근데 그 부분의 재미가 크게 줄어든 것이었다. 설마 격주로 연재되는 건가 싶어서 굳이 검색해서 다음호 목차도 살펴봤는데, 없다. <시사인> 특유의 집중 취재랄까, 끝장을 보는 특성이랄까 그런 건 여전한 듯 했다. 표지에도 실린 저 MB문건을 보라. 그러나 그걸 단독 입수한 건 참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그 문건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부분. 그러니까 기사화 한 부분이 복잡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은 예전에도 가끔 가졌는데, ‘급하게 썼나‘ 싶은 느낌이다.
<한겨레21>. 예전엔 좀 답답하게 생각한 적도 있다. 어려운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써서 검색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려운 용어, 라는 것이 인터넷에서 자주 쓰는 말이나 유행어 같은 거였는데 내가 잘 모르니까 그게 참 어려웠다. 어르신들 심정 이해가 되더라. 어쨌든 그것 말고 문화 부분 컨텐츠가 좀 약한 것도 불만이었는데, 최근 호를 보니까 지난해와는 달라진 것도 같다. 문화 부분 컨텐츠가 늘었다기보다는 조금 다양해졌구나, 정도. 복병이었던 어려운 말도 이젠 괄호 안에 친절하게 설명까지 붙여놓았네.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다룬 기사들은 여전히 좋고 <한겨레21>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주간지 모두 여전히 지방이나 농촌, 생태 등등의 주제는 잘 다루지 않는다. 속상하다.
최근 호를 기준으로 더 끌렸던 <한겨레21>을 구독신청했다. 청소년 자해를 다룬 특집 기사를 마저 읽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