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 철길
덜컹거릴 때
하던 일도 사는 일도 사랑하는 일도
대책없이 흔들려
훌쩍 어딘가로 가고만 싶을 때
가고 싶어도
어디 멀리 떠날 수조차 없을 때
여기로 오라
무언가를 위해 어딘가로 향하던
모든 분주한 발걸음은 하루쯤 거두고
전철을 타고, 서툰 한 줄의 고백이 적힌
옛노트를 읽으며
개찰구는 없다
만나고 헤어지며 손 흔드는
그 흔한 역사도 플랫폼도 없다
오지 않는
가지 않는 기차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철로가 보이면 시작되는 길
철로를 따라 철로가 되어 걸으면 된다
그리움으로 일어서는 왼 편의 삶과
기다림으로 세운 오른 편의 사랑
만나지 않아도
길은 뻗어 있다
만나지 못해도
길은 길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