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닦아 줄까

 

왜 나는

늘 멀리서

 

흐느껴 무너지는 저

어깨가, 물처럼 출렁이는 저

뒷모습이

 

아직도 아픈가

 

다가가 만지지도 못하고

소리없이 흘러 떠나지도 못하고

처마 밑에서 기껏 줄담배나 피우며

 

침묵하는 것만으로는

너를 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잡아도 모래처럼 부스러져

오랜 시간으로 흘러내릴 것을 알면서도

 

왜 나는

늘 창가에 서성이며

유리를 때리는 저 신음 소리가

 

아직도 아픈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알몸으로, 아무도 서성이지 않는

거리에 나가

 

너와 하나가 되지도 못하면서

너와 소리내 울지도 못하면서

 

 

 

--- 어제는 너무나 서운하게 비가 내렸었지요. 새벽에 다소 추운 한기를 느끼며 일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언가가 누군가가 제 방 서재의 유리를 두드렸기 때문입니다. 아니 두드렸다는 말은 무언지 모르게 부족하군요. 무언가가 누군가가... 제 가슴을 아프게 치듯 유리를 때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종채가 종을 치면 울림소리가 울리듯 유리를 때리는 물기어린 손들에 의해 종소리가 울리는 듯도 했습니다. 유리창을 열어 보았습니다. 난데없이 강한 바람이 물기를 흠뻑 머금고 방 안으로 제 안으로 불어 오더군요.

 

  제 메마른 손을 밖으로 뻗어 보았습니다. 손바닥을 하늘로 내어밀듯이... 건조하게 새겨진 지문과 손금 위로 빗방울들이 똑똑 떨어져 번지더군요. 차갑고 정결한 느낌의 눈물이 제 손바닥에 번져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은 모든 세월의 아픔을 무디고 흐리게 하기도 하지만, 도저히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란 것도 분명 존재하기에 시간은 영원한 치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나와 너가 합일을 꿈꾸는 소망이지요. 내가 완전히 무화되어 너의 몸과 영혼의 영토로 스미고 번져 동화되고자 하는 욕망이지요. 그러나 그 합일이란 영원히 유예되고 지연되는 욕망일 수 밖에요. 홀로 선 단독자로서의 나 와 너 는 하나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욕망은 욕망할 수 있을 때만 욕망이라는 말은 그래서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래도 나와 너는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각자의 손수건으로 닦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눈물을 닦아 줄까' 란 말은 사랑의 은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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