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모세혈관이 터질 것 같다

힘줄이 타닥타닥 타들어가고

거멓게 그을려진 얼굴을 꼿꼿이 들어

그대, 흐려지는 실루엣을 바라다봤다

명치를 타고 뿌리에서부터

촛농같은 슬픔이 수액처럼 치밀어 오르며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어둠처럼 조용히

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성냥불처럼 옮겨 붙은 그대 체온이

잠자던 육체에 꿈의 불을 싸질러 버리는 순간부터

둥근 달걀처럼 나는

어둠을 감싸기 시작했다

파란 싹을 부화시키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육신의 한 귀퉁이가 허물어질 때마다

힘줄 한가닥이 끊어질 때마다 문 밖의 별들도

진물같은 눈물을 뿌렸고, 그대도 괴로웠을까

창문을 열고 그렁그렁 다가와서

차디찬 숨결을 불었다 시야를

무겁게 내리덮는 검은 안개야

나는 安樂死했다

 

 

 

---깊은 밤, 모두가 잠들어 버려 마치 나 혼자만 깨어있을 것만 같은 그런 시간에... 가게에서 사 온 둥근 초의 심지에 성냥으로 불을 켭니다. 그리고 책장 여기저기에 꽂혀 있는 시집을 들추어 읽곤 합니다. 차디찬 전원을 모두 꺼트린 채, 희미하지만 따스한... 둥근 촛불 아래에서 시를 읽는 일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고요와 슬픔을 내면에 불러일으킵니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둥글게 둥글게 피워낸 내 꿈과 사랑을 후~~ 하고 불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어쩌면 이 생의 길에서... 꿈도 사랑도 그렇게 예기치 않은 길목에서 꺼져버리는 촛불의 운명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러나, 그렇다고... 초가 스스로 제 내면에서 타오른 불을 끌 수는 없습니다.

 

  상처가 깊어질 걸 알면서도 우리는 이 생에서 꿈을 꿉니다.

  상처가 깊어질 걸 알면서도 우리는 이 생에서 사랑을 합니다.

 

  "깊어진 상처를 피하지 않고 그 상처마저 깊이 사랑하게 되면 

  상처는 없고 사랑만 남는다"는

  마더 데레사의 오래 전 말을 곱씹어 보는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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