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린다

이 이른 아침에도

시간은 어김없이 직선으로 달려가고 있고

시계는 둥근 원을 그리며 흐르고 있다

문득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 채워지지 않는

저 구석구석의 쓸쓸한 책상과

허공을 받친 채 견디고 있는 의자들을

바라보다

문득

너를 생각한다

아픔이거나 슬픔이거나

달뜬 희열이거나 가라앉는 우울이거나

집이었거나 부는 바람이거나

바람부는 길이었거나 길 위에서

별을 바라보는 집시였거나

그 무엇이었거나

너무도 흔하게 떠드는 사랑

그러니까 문득

나는 사랑을 생각한다

아직은 채워지지 않은

不在를 쓸쓸하게 기다리는 건 아프다

서럽다 그러나

서럽다는 말은 어쩌면

네가 지금 여기 오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직 오지 않아

비어 있는 저 허공의 막막함을

너의 없음을

내 그리움이 내 기다림이

사랑이라 감히 부를

내 마음이 채워넣지 못할까 두려워서일지도

그러니까

문득

나는 네가 아프다

 

 

 

--- 너무도 이른 아침... 무거운 가방을 메고 제가 맡고 있는 반의 어린 벗들은 하나 둘 집에서 나와 이 교실로 터벅터벅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표정과 몸짓을 지으며 들어오지만, 매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학습노동의 피곤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얼굴들. 순간 어떤 통증이 가슴 한 켠을 찌르르 찌르고 갔구요. 시계를 들여다 봅니다.

  오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 어린 벗들...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는 몇몇의 어린 벗들의 책상과 빈 의자를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눈을 감고 길 위를 걷고 있을 그네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어보려고 귀를 쫑긋 세워보았습니다.

  그러나 감은 눈으로 진정 보고 싶었던 건 결국 그리움의 무늬였습니다. 부재와 결핍은 늘 아리지만 그리움을 낳을 수 밖에요. 그리움이 번지면 기다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구요.

 

  그리움과 그 그리움이 불러 일으키는 기다림의 자세는 결국 어떤 것일까를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너'의 부재와 결핍을... 그 구멍의 심연을 진정 채울 수 있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너'의 부재와 결핍은 '너'로 인해 메꿔지고 채워지는 걸까요?

과연 그건 가능한 일일까요? 설령 '너'의 실존이 '나'에게 다가오고 살을 맞댄다고 해서 그 부재와 결핍이 완벽히 채워질 수 있을까요?

 

  '너'가 오기 전에 먼저 선행되어야 할 기다림의 자세는 바로

'나'의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으로 지금 여기 '너'의 부재와 결핍을 끝없이 채워넣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바람이 부네요. 바람을 온 몸 온 마음으로 맞으러 바깥으로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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