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 무엇이 속삭이고 있었어

어딘가에서

 

너를 부르고 있었나

나도 모르는

내가

 

아무도 다가와 울려보지 못한

내 마음 깊은 곳의

종이 울린다

 

내 몸이 갈 수 없는

멀리

멀리서만 글썽이던 별빛처럼

먼 곳에서

누군가 지는 햇살처럼 오는 줄도 모르게

한참을 더디게 다가왔었나

 

단 한 번도 내 안을 벗어나 보지 못해

늘 되돌이표로 울던

마음들아

 

이제 가야지

아프도록 나에게 손 흔들며

기다리지 말라고 침묵으로 말해야지

 

돌아오기 위해서가 아니라

돌아오지 않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위해 이제

마지막 차를 타야지

 

지나가는 모든 길들이 터널처럼 어두워지는

막차는 외롭지만 황홀할 수 밖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그 곳

너의 가슴 속으로

내 마음은 떠난다

 

 

 

--- 이 지상의 비극과는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환장하게 맑은 봄날

  햇살은 잔안할 정도로 따스하더군요. 아무도 없는 학교 뒷산을 천천히 되새김질하면서 걸었습니다. 턱 하고 둔탁한 무언가가 목에 걸린 듯 어제부터 무겁게 잠기기만 하는 목울대... 약간의 미열이 머무는 이마에 바람이 불어도 몽롱하기만 한 머리... 마음이 무거워서였을까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오후였습니다.

 

  그냥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한없이 불어왔습니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갑자기 떠올랐구요. 바쁘고 힘겹게 돌아가는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많이 지쳤었구나. 

 

  그 속에서 하냥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그 무엇 때문에... 그 누구 때문에... 라고 말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오로지 이 외로움은 온전히 저 스스로가 앓아야 하는 고독의 영토이니까요. 그래도 침묵의 소리로 누군가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환청이었을까요?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습니다. 작은 소리로 간절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먼 저 편에서 지금 이곳으로 바람의 소리로 불어오고 있다는 느낌에 몸을 떨었습니다. 

 

  아~!  그것은 내가 멀리 있는 당신을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아프셔요?  지금 아프신가요? 

 

  결국 여행은 먼 밖으로 나를 떠나는 게 아니라 멀리 에돌아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그러나 가끔씩 종을 떠난 종소리처럼 그저 돌아오지 않고 멀리멀리 가고 또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불기도 합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날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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