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봄

 

 

 

피는 꽃 보이지 않아

꽃피는 사랑 보이진 않아

 

아직 추운 바닥이어도

 

봄은 봄이다

한 자리 지그시 앉아

겨우내 부르튼 언 살의 가지를 어루만지는 바람

바람의 손을 붙들고 선, 새순 움트려는

그 고요한 떨림을

 

봄은 바라봄이다

한 마음에 지그시 뿌리내려

겨우내 얼었던 눈물들 녹아 똑 또옥 노크하는 봄비

봄비 젖으며 기다림의 수액을 가슴으로 퍼올려

그리움의 꽃

아직 피지 않은 꽃맹아리가 활짝 터지길

 

봄은 들여다봄이다

나무 의자에 나무처럼 앉아

부드러운 숨결로 부는 바람 속

아직 오지 않은 너

너의 그윽한 눈망울을 사랑의 눈으로

 

봄은 봄

       바라봄

       들여다봄

 

오랜 기다림의 길

오래 앓은 나무로 한 세월 멈춰 서

새순 틔운 꽃눈 희미한 등처럼 내걸면

 

내 밖에서 더디게 오는 너와

내 안에서 아프게 걸어 나온 너가

연리지

서로의 나무로 서서

환한 꽃그늘 드리우리라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세월의 끝

둥글게 피어난 시간의 꽃잎 아래

그렇게

 

봄은

마주봄이다

 

 

 

--- 꽃나무에 꽃들이 많이 졌군요.

  지는 꽃을 바라보다 울컥~ 하고 목울대를 넘어 서러움이 갑자기 밀려왔습니다. 분명 이 봄도 이제 서서히 지겠구나. 지는 봄을 어떻게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봄이 오기 전의 그 추웠던 날들을 잠시 떠올려 봤습니다. 그리고 작년의 봄날을... 봄날 꽃비 날리는 거리를 걸었던 사랑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꽃 지고 꽃 진 자리 그늘이 드리우면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아픔이 가슴 한 켠을 물들이곤 합니다. 그래도 봄은 봄이겠지요.

 

  그 아픔을 미리 온전히 앓으려고 이른 봄이었던 3월 초순.

그 때 당신에게 보내려고 썼던 편지같은 이 시를 꺼내보았습니다.

 

  사랑을 하건... 지금 사랑 때문에 아파하건...

봄날이 가기 전에 이 봄을 오래도록 들여다 보시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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